[중국 젊은 가구 디자이너들] 시쥬오(時作), 옛 다리로 시간을 잇다

Furniture / 배우리 기자 / 2018-09-24 01: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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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도 놓치지 않고, 자신만의 가구에 녹여낸다.

 

한 부스를 거의 점령하고 있는 접이의자. 월넛으로 ‘X'자 구조를 만들고 가죽 좌판을 댄 의자는 흔하지만 뻔하지만은 않은 아이템으로 보였다. 우리가 흔히 낚시의자로 떠올리는 이 의자는 중국에서는 동네 어귀에 놓여 민소매 러닝셔츠를 입은 아저씨들이 앉아 있던 간이 사랑방과 같은 역할을 하곤 했다. (우리나라에는 조선시대 왕실의 의장에만 쓰는 귀하디귀한 의자였다.) 아스팔트로 덮여버린 도시에서는 벌써 자취를 감춘 추억의 의자 정도 될 것 같다. 

 


시쥬오의 창립자이자 디자이너인 자오잉밍(趙英明)은 이번 행사 디스플레이에 이 접이의자를 적극 활용했다. 아이용과, 등받이가 있는 것과 없는 버전으로 나온 접이의자는 시쥬오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품목이고, 디자이너 자신도 가장 애착이 간다고 했다. 새로운 접이의자는 이천년을 중국인과 함께 해온 흔하고 익숙했던 과거의 일상을 현재로 불러왔다. 변한 것이 있다면 일일이 엮여 있던 좌판의 끈이 공임의 문제로 한 조각의 가죽이나 천으로 대체되었다는 것이다. 

 

 

좌판의 재료는 조금 바뀌었지만 의자가 있을 때부터 사용되었던 나무는 단지 수종만 바뀌었을 뿐 그대로다. 그는 접이의자처럼 추억 속 일상의 물건을 재해석하는데 열심이다. 평범해 보이는 코트랙도 사실 욕실에 세면대가 따로 없던 시절에 쓰이던 세숫대야 거치대를 현대의 쓰임에 맞도록 디자인 한 것이다. 테이블과 한 세트로 도자기나 돌로 만들어져 야외에서 쓰이던 동그란 좌톤은 다리 두 개 외엔 면을 다 터서 수납도 가능한 나무 스툴로 다시 태어났다. 

 

 

부스 바깥에 서서 어정거릴 때는 명함과 팸플릿, 그리고 작은 접이의자를 올려놓기 위한 구조물로만 보였던 테이블은 부스 안에 들어가 의자에 앉자 그 진가가 눈에 들어왔다. 이 테이블은 교각을 연상케 하는 복잡하고도 아름다운 다리를 가지고 있다. 접이의자처럼 아기자기한 가구가 주력이지만 조영명의 전공은 다름 아닌 건축. 졸업 후 중국건축연구소에서 건축 연구를 해오다가 가구 쪽에 관심이 생겨 2011년부터 작업실에서 샘플가구를 만들고 작년에 본격적으로 시쥬오를 시작한 것이다. 

 

건축 전공답게 그는 건축물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다. 테이블의 그 복잡한 다리도 절강성이나 강소성 지방의 다리의 구조를 차용한 것이며 각 부분은 해체와 재조립이 가능하도록 설계 되었다고 한다. 중국 전통 가옥의 가로 들보에서 영감을 받은 테이블도 간결하면서도 선을 좇는 재미가 있다. 

 


수천 년간 쌓여온 중국 건축과 가구의 지혜가 이제 막 시작한 시쥬오의 손에서 어떻게 탄생될지 앞으로가 더 궁금하다. 그 궁금증을 유발하도록 무궁무진한 새로움을 후원하는 촘촘한 사물의 전통이 부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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