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문이 열렸다...내가 꾸미는 집

라이프 / 서민경 기자 / 2021-05-08 08:4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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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가구로 채운 공간
diy 사물의 즐거움
스스로 꾸민 집의 행복

스무 살 채란 씨와 스물세 살 용우 씨. 서로가 각자의 기쁨과 슬픔 등의 마음을 놓을 수 있었던 안식처였던 이들은 이제 자신들의 진짜 안식처에서 그 어떤 때보다 더 따뜻한 시간을 풀어놓고 있었다. 이는 8개월 전 세상에 태어난 딸 정인이의 몫도 크다. 

 

 

▲ 현관문 새진 문구, ‘Think different. Love without regret. Do your best rather than be the best!



DO SELF!

현관문을 열자 널찍한 전실 벽면에 새겨진 문구가 눈에 띄었다. ‘Think different. Love without regret. Do your best rather than be the best!(다르게 생각하라. 후회 없이 사랑하라. 최고가 되기보다는 최선을 다해라.)' 이는 용우 씨가 일을 마치고 돌아올 때마다 이 문구를 보고 힘을 냈으면 해서 남겨둔 채란 씨의 메시지다.

간단하지만 쉽게 각인되는 이러한 법칙은 그녀가 셀프인테리어를 하던 당시에도 함께 했다. ‘장식성과 실용성을 갖춘 소품을 엄선해라. 물건에 각자 자리를 배정하되 숨겨라. 바닥에 놓는 것을 최소한으로 해라.’ 이전 집에서 나름의 원칙으로 실행했던 셀프인테리어였다. 그 당시에는 과감하게 벽지 페인팅을 시도하고, 겁없이 장판을 깔았다. 그러다보니 직접 가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바움공방에서 목공 첫도전으로 집에 필요했던 천장 높이의 키친장을 만들었다.

처음부터 자신의 몸보다 훨씬 큰 가구를 만들었기에, 좌탁과 아기자기한 메모꽂이, 오너먼트는 손쉬웠다. 자투리 나무토막을 가져와 베란다 공방에서 칼로 직접 깎아서 소품을 만들었다. 카메라, 자동차 모양의 오너먼트 등 작은 소품들은 블로그를 방문하는 이웃들의 요청으로, 또는 공방 선생님의 권유로 판매했다. 모두 예전에 살던 집에서 했던 일이다. 

 

 

▲ 용우와 채란 부부 그리고 딸 정인의 행복의 문이 열렸다.

 

 

 

“오히려 초기에 만든 것들이 더 인더스트리얼한 느낌이 났던 것 같아요. 멀쩡한 나무를 무작정 자르고 빈티지스럽게 만들었거든요. 전문가 입장에서는 조금 우스웠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그게 제 스타일이었던 거 같아요.”

하지만 과욕은 부리지 않았다. 키친장, 좌탁 두 개, 컴퓨터 테이블 등 24평형의 집에 채울만한 것들은 다 채운 상태였다. 공방선생님의 부탁으로 간간히 사포질이나 페인팅을 하면서 가구와 목공품을 만들고자 했던 욕구를 소소하게 풀어갔다. 하지만 추후 이사를 가면 그동안 풀지 못한 한을 푸리라 생각했다.

진짜 값진 행복을 만나다

충남에 위치한 채란 씨네 지금의 ‘우리집’에는 재작년 8월경 입주했다. 무더웠던 한여름, 그녀는 새로운 집의 부엌을 채울 레드파인과 뉴송 소재의 냉장고장과 부엌장 작업에 몰두해 있었다.

인테리어 시공 기간 안에 완성해야 했기에, 공방이 쉬는 일요일을 제외한 날들을 하루 14시간씩 공방살이를 했다. 그리고 공사 동안에는 짐을 맡겨둔 채 한 달 정도 원룸에서 세간 하나 없이 지냈다. 그때 채란 씨네 부부는 집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그곳에서 용우 씨는 그저 일을 마치고 돌아와 눈을 감고 또 눈을 떠서 출근하는 생활을, 채란 씨도 공방에서 나무먼지로 허옇게 뜬 얼굴로 돌아와 몸을 뉘기 바빴다. 하지만 그녀는 지치지 않았다. 그들의 생활이 녹아들 우리집과 그 안을 가꿀 생각으로 부풀어 있을 때, 그녀의 뱃속에 정인이가 있었다. 계속 힘들게 목공작업을 한 탓에 감기몸살이 온 거라 치부했던 그녀에게 정인이는 새집에서 가장 귀한 존재였다.

 

▲ 레드파인으로 짠 주방 테이블

▲ 감성을 더한 나무도마 소품


 

부엌을 채울 가구를 제외하고는 디너 테이블과 사이드 테이블 등 작업할 게 많이 남아있었다. 아이가 태어나면 그때 다시 천천히 이어가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의 공방에서 그녀의 가구들을 완성해주었다.

“엄청난 선물이죠. 솔직히 저는 바움공방 팬이에요. 인간의 정이 뭔지를 알게 해주는 곳이에요.” 그녀의 이런 무한신뢰는 하나뿐인 딸 정인이를 위한 옷장과 수납장 그리고 큰방에 있는 퀸사이즈 침대 2개를 바움공방에서 주문제작한 데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모두 뉴송이며, 특히 아기 가구는 커서도 사용할 수 있게 무난한 화이트 색상으로 크게 제작됐다. 

 

▲ 바움공방에서 뉴송으로 제작한 가구

 

▲ 뉴송은 가성비가 높고 건강한 목재다.

 

 

▲ 현관 입구 인테리어

 

 

큰방 안을 가득 차지하는 침대에 대해 채란 씨는 “아기들은 처음부터 아빠, 엄마랑 함께 자야해요. 엄마와 아기만 함께 자다보면, 나중에는 아기가 아빠가 옆에도 못 오게 하거든요. 그리고 추후 아이들을 더 가질 생각이라 그렇게 됐을 때도 부담 없을 수 있도록 구비해둔 거예요.”라고 말했다.

목공의 빈자리를 채울 것은 많았다

바쁜 육아 때문에 목공작업을 쉬고 있는 채란 씨지만, 그녀의 원목 가구 사랑은 여전하다. 아기를 위한 가구들은 모두 원목 구입하고, 추후 가지고 놀만한 나무 장난감은 직접 만들 생각이다.  

 

▲ 목재로 채울 수 없는 공간에는 니팅과 쏘잉 작업으로 제작한 패브릭 소품이 대신한다.

 

 

“손으로 꼼지락 거리며 만드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당분간은 니팅과 쏘잉으로 집안을 채워나가고 싶어요. 패브릭 디자인이지만, 그 자체로도 멋스러운 것들을 만드는 게 목표예요.”

이미 작은 방에는 그녀가 직접 만든 엘더 원목 침대뿐만 아니라 재봉틀과 실패들이 놓여있다. 이미 아이를 위한 옷을 몇 벌은 만들었고, 짬이 날 때면 러그와 도일리도 하나씩 뜨는 그녀다.

그녀의 손에서 정교하게 떠진 러그를 보고 있으면, 그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을 끈끈하게 뜨는 데도 소질이 있어 보인다. 특히 부부 보다 연인으로써의 추억이 더 긴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볼수록 그 긴 시간을 뜨기 위해 보이지 않은 노력이 얼마나 있었을지 가늠하기 힘들다.

남해에 연고 하나 없는 한 청년이 친구들과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러 내려왔다. 그러다 한 식당의 단골이 됐고, 방학 때만 가끔씩 내려오는 식당 주인 부부의 막내딸 채란 씨를 알게 됐다. 싹싹한 청년이라며 칭찬을 하는 엄마에게, ‘그러면 내가 사귈까’라고 건넨 가벼운 농이 지금의 진담이 된지 무려 12년이다. 

 

 

▲ 부부가 직접 제작한 뉴송 원목 테이블

 

 

 

아직 꿈을 찾지 못했던 용우 씨는 채란 씨와의 결혼을 위해 26살이란 나이에 응급구조과에 진학했다. 그리고 현재는 삼성 내 자체 방제센터에서 응급구조사로 ‘전국민이 심폐소생술하는 그날’을 목표로 교육 봉사도 병행하고 있다. 3교대에 바쁜 시간을 보내는 용우 씨지만, 휴일에는 피곤했을 채란 씨를 위해 정인이를 살뜰하게 보살핀다.


마지막으로 채란 씨에게 어떤 스타일의 집인지 묻자, “컨셉트는 따로 없었어요. 북유럽 스타일 등 여러 스타일이 있지만,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그냥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다보면 그게 스타일이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몇 가지 카페 포인트로 만족하고 있어요.”라고 답했다.

햇살이 잘 드는 그녀의 베란다창 양 옆으로는 불그스름한 고벽돌이 눈에 띈다. 그 앞에 놓인 기다란 하드우드 테이블은 집에 놀러올 많은 이들을 위해 자리를 마련한 그녀의 넉넉한 마음처럼 느껴진다. 거실 한 부분에는 고재로 빈티지한 포인트를 줬다. 그녀가 말한 몇 가지 카페 포인트는 부엌에서도 이어진다. 거실에 면해있는 부엌장에는 바로 테이블을 두었고, 그녀가 직접 만든 목선반 위에 있는 커피 용품들이 그러한 분위기를 더해준다.

 

 

▲ 스스로 채워 나가는 작은 행복의 문을 연 용우와 채란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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