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의 이름값과 위치값...공예 현대화를 위한 인식의 전환 필요할 때

칼럼 / 육상수 칼럼니스트 / 2021-06-04 11: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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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기로에 선 공예
보여주기식 전시의 오류
공예의 가치를 바로 세울 시기

밥그릇은 밥을 담는 공기로, 수저는 밥이나 국을 뜨거나 음식물을 집는 고유의 기능이 있듯, 사물은 저마다의 이유와 목적에 의해 생산, 사용되는 매우 보편적인 속성을 지닌다. 이것을 이른바 '사물의 위치값(점. xyz)이라 부른다.

요즘 공예 시장의 흐름이 좀 각별하다. 몇몇의 전문숍이나 기획행사에 머물러 있던 공예가 주요 백화점, 팝업 스테이션, 카페, 기업 프로모션, 각종 페어, 굵직한 아트쇼에 전방위로 등장하는 추세다. 최근 신장개업한 백화점이나 리빙디자인페어의 주무대에도 공예가의 작업이 전면에 배치되고 있다. 나름 긍정적이면서 역동적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시장의 급격한 변화에는 부작용이 따르게 마련이다. 여러 시각에서 문제점이 있으나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동일한 작업물'이 각각의 다른 '제목'에 실려 반복 전시되는 현상이다. 사람과 주거와 사물의 관계를 재규명 하는 거창한 제목에 같은 작가의, 같은 작업이 장돌림 등짝의 물건처럼 시장 여기저기를 옮겨 다니며 재구성되고 있다.

안타깝게도 공예계에는 전문 큐레이터, 전문 평론가, 전문 전시기획가가 절대 빈곤하다. 그러다보니 공간 디자이너, 갤러리 큐레이터, 마케터 등의 공예 비전문가들이 그 빈자리를 대신하고, 그들이 설정한 낯설고 무리한 주제와 공간 구성이 공예의 기본에 생채기를 주고 있다.

공예가의 성정이나 작품에 충실하기보다 기획의도에 기존 공예품을 끼워 맞추기식 전시가 지속된다면, 공예의 이해를 오해로 이끄는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한다면 공예, 공예가들을 함부로 다룬다는 느낌이다.

공예도 '현대성'이란 흐름에 따라 소통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갤러리, 백화점, 전문숍, 다목적 공간을 찾아가 소비자를 설득하고 이해도 시켜야 한다. 하지만 자리가 사람을 만들듯, 공예품을 위한 엄격한 공간과 텍스트 선별되어야 하는데, 같은 작업물이 제목만 옮겨가며 자리하는 부조화 현상은 결국 '그 나물에 그 밥'으로 식상할 위험이 크다. 어제는 예술가, 오늘은 디자이너, 내일은 장인이 될 수 없음과 같은 이치다.

나라가 소비를 부추기고, 기업은 신제품의 미라클과 대량소비를 미덕으로 삼는 '성장 사회'라는 현대성에 사는 우리들이지만, 이와 동시에 엄습하는 환경의 역습에 자유로울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소비하지 않고 살 수는 없다. 하지만 소비하되 그 지속성을 최대한 늘여가는, 사물의 존속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장르가 공예다. 오랫동안 익명으로 혹은 불안한 존재감으로 세월을 버텨온 공예가 새로운 시장의 대안으로 재조명 받는 기회를 잘 다듬어 안착 시켜야 한다.

전시는 주체자의 목적과 의도, 그 타당성을 분명하게 전달하는 행위다. 그 사이에 기획자가 있다면, 형식이 아닌 본질을, 시각이 아닌 혜안을, 순간성이 아닌 지속성을 염두에 두고 '보여짐'에서 '바라봄'의 영역으로 유도해야 한다.

가장 경계하는 점은, 기획자가 자신의 이념과 의식의 일시적 도구로 공예를 소비하려는 의도와 그 의도에 맹목적으로 유도되는 공예가들의 형편이다. 화려한 조명은 이면을 가리는 법이다.

밥그릇전, 수저전, 의자전 등의 담백한 제목과 솔직한 메시지가 공예의 기본이다. 또 공예가 공간의 부속물이 아니라 공간의 주체이자 그 자체임도 인식해야 한다.

집의 공예는 무대식 조명에 의탁하지 않는다. 자연광에서 무심하게 빛나는, 의식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기능해야 참공예다.

공예의 이름값과 위치값을 정확히 매길 수 있는 진짜 공예 큐레이터, 진짜 공예 전시기획자가 절실한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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