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확행: 작은 나무 사물 모음집

Craft / 배우리 기자 / 2018-10-05 12:3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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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이 우리 곁으로 속속 되돌아오고 있다. 만드는 사람과 쓰는 사람 간 감각의 신뢰를 바탕으로 얼굴의 주름 뿐 아니라 시간의 주름까지 펼 수 있는 작은 나무 ‘조각’들이 여기 있다.

1. 매일 작은 단편

낮잠디자인 김성희 - 매 순간 추임을 주는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것들



 

 

 

낮잠디자인을 꾸려왔던 김성희 작가는 최근 새로운 작품들을 선보였다. 작은 가구를 만들고 남은 긴 무늬목 조각들은 어느 날 고양이 그림이 되었고, 또 어느 날부턴가는 그날그날 느꼈던 감정의 단편선들이 되었다. 그림 속 단편들은 평면에서 튀어나와 가만히 흔들리는 모빌이 되고 인센스 홀더가 된다. 모빌을 하염없이 바라보거나 창문을 열고 나무 위에 향을 얹어 놓는 순간은 시간의 겹이 펼쳐진다. 단편들이 만들어내는 여유의 결들이 쌓이면 작은 소품은 더 이상 작지 않고, 짧은 순간은 더 이상 짧지 않다.


2. 매일 작은 빛

빛나무 - 잊혀졌지만 빛이 되어 누군가의 공간을 채워주는 것들 

 

 

 

 

 

제주의 바다에는 어디에서 왔는지도 모르게 떠내려 온 유목들이 있다. 도시의 제재목들이 제작자의 손에 모든 걸 맡기는 수동적인 재료라면 제주의 유목들은 스스로를 삭아내고 깎아내는 시간을 보낸 후 누구라도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이미 완성된 상태의 ‘보물’로 작가의 손에 들어온다. 거기에 제작자는 빛만 추가한다. 나보다 오랜 시간 방랑했을 유목이 가진 힘과 밝은 빛은 그대로 비어있는 공간과 허한 마음을 채워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조금 더 떠돌아도, 멍해져도 된다고 유목은, ‘빛나무’는 말한다.


3. 매일 작은 웃음

우드주 정재훈 - 추억 속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재미있는 것들




 

나무 소품이라고 한다면 도마와 숟가락이 다인 것 같은 지금, 우드주는 오래된 만화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친근한 피규어를 시작으로 동물, 로봇을 차용한 조명 등 다양한 아트토이를 만들고 있다. 나무에 색도 입히지 않고, 오직 각각의 나무의 색을 존중하면서 만들어낸 서글서글한 장난감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추억 공유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물론이고, 특유의 위트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돌대가리’라는 돌머리 나무 로봇으로 기계 시대의 아이러니를 꼬집기도 하는 것처럼.


4. 매일 작은 회상

티티공방 표형열 - 잊을 수 없는 순간을 매일 진하게 불러오는 것들

 

 

 

 

 

티티공방은 ‘평생토록 낡지 않을 순간들’을 일상의 공간에 새겨 넣기 위해 함을 만든다. 목수 아내의 긴 진통 끝에 나온 아이는 무럭무럭 자랐다. 그런 와중에 목수는 시야 밖으로, 기억 밖으로 밀려나며 말라가고 있는 탯줄을 기억해냈다. 아이를 처음 가슴에 안았던 순간이 더 이상 희미해지지 않도록 기억을 대신하는 탯줄을 담는 상자를 만들었던 것이 티티공방 ‘함’들의 시작이다. 누구의 기억이든 그의 삶과 공간 안에 단단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공방장은 오늘도 보이지 않는 기억을 담는 작은 나무 물건을 만든다.


5 . 매일 작은 글씨

비인로그 정유빈 - 한 손에 쥘 수 있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주는 것들


 


 

 

 

손끝에 자판이나 아무 반응 없는 차가운 유리 액정이 더 가까운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는 요즘이다. 비인로그는 기껏해야 플라스틱이나 쥐고 사는 우리의 굳어버린 손가락 신경다발을 자극하는 나무 딥펜을 만든다. 문서에 따라 기분에 따라 고른 펜촉을 끼우고 잉크를 찍은 날렵한 펜대를 손에 쥐고 잊었던 오래된 손가락의 근육들이 글씨를 써내려갈 때 기대할 수 있는 건 향수만이 아니다. 그 자체에는 편안함과 따스함이 있다. 그 따스함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비인로그는 책상 위에 둘 수 있는 물건들을 하나 둘 늘리고 있다.


6. 매일 작은 열림

이예지 -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함함하게 감싸주는 것들
 


 

 

 

똑같은 동 장식에 생긴 것도 모두 같지만 크기는 모두 달라 피라미드처럼 쌓을 수 있는 함들, ‘함함함’. 어떤 건 딱 펜 하나가 들어가는 크기. 책상 위 굴러다니는 것들을 한꺼번에 집어넣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귀하게 여기는 각각의 도구들에게 집을 마련해주는 함이라고 할 수 있다. 함들의 이름도 사용의 느낌과 목적들을 따서 사유함, 소중함, 필요함, 경이함이다. 아무것도 넣지 않아도 그 자체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경이를 느낄 수 있는 오브젝트지만 묵직한 월넛에 자석을 달아 탁탁 열고 닫힐 때의 손맛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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