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작은집③ 숲을 헤엄쳐 가다, 까사 케브라다

Architecture / 송은정 기자 / 2018-09-07 14: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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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이 흐르는 숲속 한가운데에 새침하게 들어앉은 집이 있다. 나무들 사이로 빼꼼 보이는 까사 케브라다(Casa Quebrada)는 처음부터 그 자리에서 솟아 자란 듯 마냥 자연스럽다.

 

지구 반대편 남아메리카 칠레의 숲 공기는 서울의 것보다 아주 조금은 더 상쾌할까. 트리하우스 까사 케브라다에서의 일주일이라면 도시의 잿빛 그을음이 말끔히 씻겨 내려갈 것만 같다. 건축주 커플은 휴식을 위한 최적의 장소로 산티아고에서 50km 떨어진 숲을 선택했다. 집 주위로 바람과 계곡, 새와 나무뿐인 이곳에서라면 자연의 리듬에 맞춰 숨을 쉬고 움직이게 될 테다.

 


 

발길이 닿지 않는 경사진 위치에 자리한 까사 케브라다로 가기 위해서는 긴 구름다리를 거쳐야 한다. 들뜬 마음으로 서둘러 다리를 건너서는 안 될 일이다. 시간을 들여 천천히 걸음을 옮길 때 공간과 자연의 아름다운 조화를 제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높은 기둥을 세워 그 위에 건물을 올리는 필로티 구조로 설계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덕분에 주변의 나무를 베지 않고 계곡의 흐름을 그대로 유지한 채로 집을 지을 수 있었다.  

 


 

소나무가 쓰인 어두운 색의 외관과 달리 내부는 깨끗한 화이트톤으로 통일해 약 12평의 작은 공간이 실제 크기보다 넓어 보인다. 여기에 4계단 정도의 층고 차이를 두어 침실과 거실을 자연스럽게 구분시켰는데, 공간의 높고 낮음은 지붕에도 적용됐다. 이때 생겨난 지붕 사이의 간격에는 기다란 창을 달아 침대에 누웠을 때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와 하늘을 바라볼 수 있게 했다. 까사 케브라다의 가장 빛나는 자리는 바로 이 침실이다. 침대와 정면으로 마주하는 벽면 전체를 창으로 대신했기 때문이다. 구름다리가 지나는 침실의 측면은 벽으로 막혀 있는 반면, 마주보는 창은 숲을 향해 완전히 열려 있는 구조다. 외부로부터 사생활을 침범당하지 않으면서도 공간의 개방성을 마음껏 살렸다. 칠레 중심부의 지중해성 날씨는 큰 창이 주는 추위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주었다. 매일 아침 가장 먼저 눈인사를 나누는 이는 다름 아닌 숲이다.

사진 Natalia V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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