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 공간 : 기차여행의 완결판 ‘세븐스타즈 인 규슈’

Life / 송은정 기자 / 2018-10-16 16:4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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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즐거움
호화판 기차여행
8종의 목재로 마감한 내부 인테리


E=(km)2.

복잡한 수학공식이 아니다. “여행의 즐거움(E)는 거리(km)의 제곱에 비례한다.”라는 의미를 담은 일본의 기차여행 상품 ‘청춘18티켓’ 광고포스터 문구다. 상상만으로도 이미 마음은 저 어딘가를 향해 달려가는데, 여기에 ‘청춘’이라는 단어까지 합세해 가속도를 더한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조합이란 말인가. 5일간 일본 전역의 JR선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이 티켓은 20대 청년부터 80대 노인까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청춘이라는 한낱 단어 앞에서 나이를 세어가며 주춤하지 말길. 누구에게나 청춘은 푸르른 봄이므로.

 


배낭여행에 가까운 청춘18티켓의 호기로움이 내심 부담스럽다면 크루즈 기차 ‘세븐스타즈 인 규슈(SEVEN STARS IN KYUSHU)’는 어떨까. 오직 14팀의 승객만을 태우고 2~4일간 규슈 일대를 훑는 세븐스타즈는 그야말로 호화 기차여행의 완결판이다. 독립된 객실과 규슈의 제철 식재료로 요리한 식사, 라이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라운지 바 등이 제공되는 기차에서 머무는 동안, 승객들은 그저 창 너머로 흐르는 아름다운 풍광을 마음껏 음미하면 될 뿐이다. 물론 여기에는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티켓 비용을 지불해야하는 대가가 따른다. 하지만 다시없을 특별한 순간을 쟁취하고 싶다면 한번쯤 용기를 내볼 만하다.

8종의 나무를 사용한 객실 인테리어



 

세븐스타즈의 개성은 ‘기차답지 않은’ 내부 인테리어에 있다. 마주보거나 혹은 한 방향을 향해 일렬로 늘어서 있는 좌석, 열리지 않는 창문,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좁은 복도 등 기차를 기차이도록 만드는 기본적인 요소들을 세븐스타즈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무엇보다 내부 마감재로 사용된 나무가 그러하다. 7칸의 차량으로 연결된 기차의 모든 천장과 바닥, 벽면을 휘감은 나무의 수종만 해도 월넛, 단풍나무, 배나무 등 5가지 이상이다. 승객들이 머무는 12개의 객실에는 더글러스 퍼, 체리, 월넛, 일본산 오크, 로즈우드 등이 쓰였다. 마치 거대한 통나무 속을 비워낸 뒤 바퀴와 엔진을 장착시켜놓은 순도 100%의 ‘나무 기차’에 올라탄 듯하다. 여기에 동양적인 문양이 프린트된 패브릭을 입힌 원목가구를 적절히 배치해 중후한 목재의 기운이 한층 진해졌다. 그저 눈으로 보기에는 비슷비슷한 나무 소재일 뿐이겠지만 그곳에 눕고, 앉고, 스쳤던 우리의 몸은 그 미세한 차이를 느낄 것이라는 기대는 지나친 설레발일까. 시간이 흘러 그날의 기차여행에 대해 이야기할 때, 어쩌면 우리는 가장 먼저 나무의 촉각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객실을 제외한 나머지 두 칸의 차량에는 각각 라운지 바 ‘블루문’과 다이닝 공간인 ‘주피터’가 자리하고 있다. 피아노로 연주하는 라이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라운지 바의 백미는 차량 뒤쪽에 시원하게 장착된 전면 유리창이다. 도시에서는 귀한 한낮의 쏟아지는 햇살을 온몸으로 흡수하는 호사만으로도 여행의 소기 목적은 달성한 듯하다. 밤은 또 어떤가. 기차 뒤꽁무니를 쫓아오는 달의 끈질긴 구애를 누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산과 바다로 둘러싸인 규슈의 제철 재료로 준비한 다이닝 공간에서의 식사는 지역의 공기와 풍미가 더해져 여행의 깊이를 더한다.

 

 

일본을 구성하는 4개의 섬 중 가장 남쪽에 위치한 규슈는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유명 여행지다. 세븐스타즈는 후쿠오카, 가고시마, 구마모토, 미야자키, 나가사키, 오이타, 사가 등 규슈의 대표적인 7개 현에 정착해 지역의 맛과 멋을 승객들이 즐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가령, 나가사키 현에서는 ‘사루쿠’를 경험할 수 있다. ‘걷다’라는 뜻의 일본어 ‘아루쿠’의 나가사키 방언인 ‘사루쿠’는 항구 주변을 느긋하게 걷는 제주 올레길과 같은 것으로 지역의 역사를 잠시나마 느낄 수 있다.

 

 

구마모토 현에서는 일본 최초의 국립공원인 키리시마의 온천을 즐기며 하룻밤 머물 수 있도록 계획되어 있다. 1박 2일과 3박 4일 두 일정 중 승객이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코스는 달라진다. 호화 기차여행답게 세븐스타즈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는 한정적이다. 부지런한 사람만이 아름다운 추억을 쟁취할 수 있는 법이다.

 

자료제공 Kyushu Railway Comp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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