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평으로 학생들의 주택난을 해결하다

건축 / 송은정 기자 / 2019-09-02 17:3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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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던트 유닛(Student Unit)
CLT(Cross Laminated Timber)패널 하우스
쾌적한 학생용 주거공간

 

 

심심한 양해를 먼저 구해야겠다. 이 글을 읽기에 앞서 다음의 세 가지 키워드-프랑스, 대학생, 주택난-을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한 뒤 한 장의 포스터를 발견해주기를 바란다. 몇 년 전 프랑스전국학생연합(UNEF)이 제작한 이 포스터에는 ‘학생들을 위한 집을 지어달라.’라는 문구와 함께 부모의 침대 위에서 성행위를 벌이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등장한다. 학생들을 위한 주택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그나마 구할 수 있는 곳조차 임대료가 높아 성인이 된 이들이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하는 현실을 비틀었다. 

 

이는 주택난이 단순히 사회적 이슈를 넘어 유럽 젊은이들의 삶의 양식을 뒤흔들 만큼 그 무게가 크다는 것을 말해준다. 돌아와 보면, 나체의 배짱 좋은 포스터만 없을 뿐 한국 대학생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비싼 학비와 전세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대학생들은 점점 중심에서 바깥으로, 1층에서 지하 혹은 옥상의 컨테이너박스로 서서히 밀려날 뿐이다.


계단이 된 나무 선반




합리적인 임대료에 환경 친화적 요소까지 갖춘 똑똑한 학생임대주택이 전 세계에 보급된다면 과연 어떨까. 지난해 12월, 스웨덴의 건축스튜디오 텡뵘(Tengbom architects)이 상상을 현실화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10㎡ 즉, 약 3평 넓이의 나무집 ‘스튜던트 유닛(Student Unit)’이 바로 그 모델이다. 전시의 일환인 이 프로젝트는 스웨덴의 목재업체 Martinsons와의 협업으로 시작됐다. 지난 몇 년간 화두였던 지속가능성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한 스튜던트 유닛은 10㎡ 최소한의 공간을 통해 최대한의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효과를 얻고자 했다. 

 

 

집 한 바퀴를 돌기까지 열 걸음도 채 되지 않을 만큼 아담한 공간이지만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요소들이 오밀조밀하게 갖추어져 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오른편의 부엌과 가장 먼저 만난다. 여기에는 싱크대와 식료품을 놓을 수 있는 세 칸의 선반이, 그 맞은편으로 접이식 식탁이 왼쪽 벽면에 설치되어 있다. 벽면의 창과 동일한 사다리꼴 모양의 식탁은 거주자의 필요에 따라 위로 접어 올려 블라인드 기능을 수행하도록 한다. 

 

그대로 시선을 약간만 돌리면 각기 다른 길이의 나무판자가 벽을 따라 층층이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소품을 두기 위한 선반인줄로만 알았더니 2층 다락으로 오르기 위한 계단이기도 하다. 이처럼 협소한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소소한 아이디어들이 스튜던트 유닛을 더욱 재치 있게 만든다. 그 외에도 다락 아래의 빈 공간을 채우는 해먹과 현관의 차양까지 그야말로 물 샐 틈 없는 디자인이다.
 


 


어디서든 설치 가능한 3평 공간


스튜던트 유닛은 학생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천적 대안이자, 한 발 더 나아가 지속가능한 집의 가능성과 유용성을 몸소 보여주는 움직임이다. 이를테면, 집을 짓고 사용하는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효율적인 작업방식과 소재를 선택했다. 

 

나무판재를 아래위로 직교해 접착한 CLT(Cross Laminated Timber)패널을 사용한 것이 그 예다. 주된 소재로 나무를 선택함으로써 집이 탄소저장고의 역할을 함과 동시에, 허문 뒤에도 지역 안에서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하여 탄소 배출을 감소시키고자 했다. 또한, 90도 방향으로 집성된 CLT는 내구성이 강하고, 화재가 났을 경우 불이 번지기까지 최대한의 시간을 확보해주기 때문에 ‘작은 나무집’에 관한 우려를 해소시켜 준다. 

 

재밌는 것은 공장에서 제작된 CLT 자재는 현장에서 바로 조립이 가능하기 때문에, 3평의 나무집이 자리할 최소한의 공간만 확보된다면 어디서든 설치와 이동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올해, 스웨덴 룬드대학교 학생들이 입주하기 위해 지어질 22개의 스튜던트 유닛은 함께, 또 제각기 흩어져 저마다의 삶의 공간을 꾸릴 것이다. 

 

 


‘무엇이 좋은 삶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시작된 스튜던트 유닛은 기존 기숙사보다 약 50% 저렴한 비용으로 쾌적한 주거공간을 학생들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경제적 효용성의 획득은 이 프로젝트가 지닌 가능성의 일부에 불과할 뿐이다. 집과 삶의 질의 상관관계 사이에서 스튜던트 유닛은 ‘어떠한 공간에서 우리가 살아갈 것인가’에 관한 구체적 답변이 될 것이다.

 

사진 Bertil Hertzbe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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