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훈표 조선가구: 현대를 사는 조선목가구

Object / 박은영 기자 / 2018-05-08 19:5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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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고 검소한 조선 목가구의 아름다움이야말로 ‘모던’을 추구하는 지금 세대를 위한 가구다. ‘조선시대의 전통 가구’라 할지라도 현재 생활에 잘 쓰이고 있다면 더 이상 전통이 아닌, 현대 가구다’라고 말하는 소목장 홍훈표를 만났다.

 

소목장 홍훈표의 가구는 견고하고 성실한 느낌이다. 예술품처럼 바라보기보다 현대 생활공간에 두고 사용해보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게 한다. 단순한 형태가 돋보이는 조선목가구의 특징을 홍훈표의 가구에서도 엿볼 수 있는데, 검박하면서도 위엄이 있고 경직된 듯하면서도 부드러운 인상이다.

 

곧게 뻗은 나무 골조를 활용해 좌우 대칭, 절제된 형태를 만들고 부드러운 곡선의 나뭇결이 돋보이는 알판이 골조 사이를 메운다. 곧은결을 얻을 수 있는 참죽나무로 틀을 만들고 무게가 가벼우면서도 단단한 오동나무나 한 폭의 그림 같은 느티나무의 용목을 알판으로 사용한다. 직선과 곡선, 강직함과 부드러움이 가구 하나에 모두 담겨 있다.

 

공간책장 | 느티나무, 참죽나무,오동나무, 황동 | 710x450x1440 |  2016

모든 사물이 그러하듯 알고 사용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간극은 천지차이다. 홍훈표의 가구도 알면 알 수록 사용하는 즐거움이 있다. 산수화를 연상케 하는 용목이 눈에 띄는 ‘공간 책장’은 감상의 즐거움뿐 아니라 여닫는 재미가 있다. 앞바탕이 붙은 가운데 문을 양옆으로 밀어 바깥 문 안쪽으로 넣은 다음 앞으로 당겨야 열리는 방식의 문짝은 현대 생활 가구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신선한 개폐방식이다. 선과 면의 비례가 아름다운 ‘사방탁자’에서는 홍훈표의 자신감이 드러난다.
삼층한지장 | 참죽나무, 오동나무, 한지, 거멍쇠 | 650x400x1200 | 2015
  서안 | 멀바우, 한지 | 2016


45도로 잘리는 연귀짜임 기법으로 못 하나 박지 않고 나무를 정밀하게 잘라 맞춘 가는 기둥에서 소목장의 숙련된 솜씨가 엿보인다. 나무의 변형을 막기 위해 동자를 대듯 나무틀 안쪽에 기둥을 세워 완성한 ‘한지장’에서는 단단함이 느껴진다. 여기에 두석장 박문열, 한지 공예가 한경화 등 각 분야의 내로라하는 장인의 솜씨를 더해 가구의 완성도를 높인다. 형태가 완성되면 나무의 감촉과 발색, 보존을 위해 오동나무 기름 바르기를 다섯 번 반복한다. 단순해 보이지만 알면 알수록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 이르기까지 치밀하게 계산된 디자인과 정성이 예사롭지 않다. 게다가 분명 전통 가구인데 현대 생활 가구보다 모던하고 세련됐다.

 

이러한 가구를 만드는 홍훈표는 우연히 궁궐에서 마주한 가구에 끌려, 그 단아함과 소박함에 끌려 조선의 전통 가구라 불리는 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전통’과 ‘현대’라는 이분법적 방식의 구분 짓기에 반대한다.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형태와 기술을 활용해 만들었지만 오늘날 만들어 쓰고 있다면 이 또한 현대 가구라고 생각한다. 사랑방 가구, 안방 가구 등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것도 아니다. 그저 장식을 거두고 본질에 충실한 가구를 만들어 오래도록 쓰일 수 있는 생명력 있는 가구를 만들고 싶었을 뿐이다.

 

목수는 늘 가혹하리만치 자기수련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살아남은 것이 아름다운 것’이라고 믿는 그이기에 대대손손 물려주고 싶은 가구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그런 가구를 만들기 위해 그는 작업할 때 자신과 타협하지 않는다. 도공이 도자기를 깨듯 소목장은 1mm의 오차를 발견하는 순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이쯤에서 끝내도 되겠지 할 때 한 번 더 밀고 나가는 목수만이 살아남는다.”고 그가 말했다. 사실 말이 쉽다. 원목을 2년 동안 건조시키고 제재 후 또 2~3년을 말리고 실내에 들여와 다시 한 번 더 말리는 일련의 과정만 보아도 목수에게 처음으로 돌아가기란 참 가혹한 행위다. 그럼에도 그는 다시 돌아간다.

 

목수는 오래된 나무의 결점을 극복하기 위해 쓰임을 탐구한다. 

살아남은 가구가 아름다운 것이라고 했던 그의 말처럼 목수도 마찬가지다. 살아남은 목수가 가구를 잘 만드는 사람이다. 열에 여덟은 힘들어 떠난다는 소목장 일을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묵묵히 해내고 있는 그가 최근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가구를 선보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4월 17일부터 22일까지 ‘2018 밀라노디자인위크’에서 열리는 <한국공예의 법고창신 2018>전에 가구 디자이너 소은명, 매듭장 김은영과 함께 전통 창호를 모티브로 디자인한 파티션을 선보인 것이다. 작년 12월부터 프로젝트를 시작해 디자인 협의만 두 달이 걸렸다고 한다. 그렇게 탄생한 파티션은 간결한 디자인으로 어느 공간에 놓아도 부담을 주지 않는다. 북유럽, 서유럽 등의 가구가 우리네 생활에 깊이 침투해 있듯 홍훈표가 재해석한 오늘날 조선 목가구의 조형적 아름다움이 전 세계인의 마음 한 구석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기를 기대해본다.

 

'살아남는 것이 아름다운 것'임을 모토로 작업하는 홍훈표 목수.

 

글 박은영 | 사진 우드플래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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