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가 김은희의 '수목인간' 소반

Craft / 배우리 기자 / 2018-09-21 19: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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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부터 자작나무, 너울거리는 모든 자연물들, 가을의 나뭇잎 그리고 해와 달까지 내려앉은 계절과 풍경 덕분에 작은 반(盤)은 가늠할 수 없는 크기의 지반(地盤)으로 확장된다. 봄이 미처 오기 전 열렸던 ‘김은희 소반’ 전시의 소반이 그렇다. 전통 그대로의 것부터 우리의 색을 얹은 것까지 다양한 소반을 제작했지만, 자연물을 담은 소반은 특히나 특별했다.


소반은 만드신 계기는 어떻게 되나요,

“전통목가구 만드는 것을 배우다가 부엌가구인 전통소반이 여성인 제 눈에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지역별, 형태별로 다양한 종류가 있는 아름다운 전통소반이 지금의 모던한 생활가구와는 잘 어울리지 않아 그저 소장품이 되거나 중국, 동남아에서 조잡한 형태에 카슈나 우레탄으로 마감해 대량으로 만든 소반이 우리의 전통미를 표현한 소반처럼 사용되는 것이 안타깝다고 생각했습니다. 제대로 된 전통소반을 박물관이나 소장품전에서만 볼 수 있는 것도 아쉬워서 목공예가로서 다양한 전통소반을 만들기 시작했고, 지금의 조형성이 반영된 소반을 표현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소반에 자연물을 대입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간소한 디자인이나 재료적 특성 살리는 것보다 ‘느낌’을 담고 싶었습니다. 지친 현대인들이 차 한 잔 하면서 자연, 지인과 마주하는 자리의 소반 속에 자연을 표현하여 감성을 자극하는 이야깃거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자연이야말로 싫증낼 수 없는 존재, 나아가 우리를 치유하는 존재라는 생각에서죠.”


소반 위 그림은 어떤 의미인가요.
“제가 활동하는 (사)한국옻칠협회의 회화작가들은 주로 평면적인 벽걸이캔버스에 옻칠작업을 하는데, 저는 소반의 상판을 캔버스라고 생각하고 그림을 그립니다. 그림으로 표현하면 그리는 저도 미적 감성이 충만한 상태에서 작업을 하기 때문에 즐겁고, 보는 사람에게도 그 ‘느낌’이 전달되어 쓸 때마다 이야기를 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원반을 선호하시는 의미는 어떻게 되나요,
“원은 기능적, 심리적으로 모가 나지 않아 가장 편안하고 싫증나지 않는 형태이며, 전통적이면서 모던합니다. 그림을 그릴 때도 고정된 상하좌우에서 자유롭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또한 동양사상에서 사각형은 땅을 원형은 하늘을 나타내는데, 순환의 원리를 나타내는 자연의 속성을 표현하기에 좋은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사용하신 기법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요.
“‘만추’라는 작품에 표현한 미술 표현기법 중의 하나인 꼴라쥬, 스탬프기법입니다. 나뭇잎맥(스켈톤)을 삼베 위에 붙이고 색칠하고 샌딩하기를 10여회 반복하여 매끄러운 마감이 될 때까지 투명옻칠로 마감한 후, 실제 나뭇잎도 옻칠해 찍어낸 기법인데, 늦가을의 느낌을 떨어진 나뭇잎으로 표현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소반이 어떻게 쓰이길 바라시나요. 

“벽걸이 판넬 그림이 아니에요. 이동시키고 사용하면서 즐기는 그림이라고 생각합니다. 혼자 사용할 때는 사색의 계기가 되고, 당신과 나 사이에 들어왔을 때는 또 다른 자연이 되고, 또 지인과 함께 할 때는 이야기 소재가 되는 소반으로 사용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전시 때도 만지고, 들어보실 수 있었어요. 관상용이나 소장품이 아니길 바랍니다.”

 

김은희 | 이화여자대학교 장식미술과와 동대학교대학원 미술학 석사를 졸업했다.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에서 서울시무형문화재 옻칠장 손대현 선생에게서 옻칠을, 국가무형문화재 소반장 이수자 이종석 선생에게서 소반을 배웠다. 현재 서울남부기술교육원 가구디자인과 교수로 재직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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