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숟가락 특집] 숟가락 아티스트, 다르지만 같다

Project / 최은제 기자 / 2018-06-15 21: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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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명의 우드 카빙 아티스트가 만든 나무 숟가락. 모양, 수종, 담고 있는 스토리는 모두 다르지만 나무를 대하는 그들의 마음은 같다.

1. 크리스 한(Chris Han), 나무에 의한, 나무를 위한



레진으로 장식된 자루, 동글게 옴폭 파이지 않고 길쭉하게 뻗거나 X자로 파여 있는 머리. 숟가락은 음식을 떠먹는 용도로 사용되는 것일 뿐이라는 일반적인 상식을 보기 좋게 뒤엎어 버리는 크리스 한의 숟가락은 수없이 많은 나무 숟가락들 사이에서 단연 돋보인다. 나무를 깎을 때 자기가 깎고 싶은 방향대로 깎기보다는 나무가 깎이고 싶어 하는 방향을 읽고 작업한다는 그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나무에서 출발하다
크리스 한은 나무 숟가락과 사랑에 빠진 우드 카빙 아티스트다. 그의 모든 생각은 나무에서 출발한다. 어떤 목재를 선택할 것인지, 선택한 목재는 어떻게 자르고 깎을 것인지, 숟가락 머리는 어떻게 파내고 다듬을 것인지, 숟가락용 마감 오일은 무엇으로 할 것인지, 하나부터 열까지 나무의 마음이 되어 생각하고 고민한다. 그런 그의 감각은 섬세하고 예민할 수밖에 없다. 만족스러운 완성품이 탄생하기까지 하나의 미세한 흠집조차 용납하지 못한다. 작은 디테일이 전체를 지배한다는 사실을 믿기 때문이다. 


2012년, 온종일 나무를 파내고 깎아 첫 번째 숟가락을 만들어낸 그는 나무 숟가락의 매력에 단번에 사로잡혔다. 그 뒤로 꾸준히 작업을 진행하던 중에 그가 다니던 회원제 공방이 갑자기 문을 닫는 바람에 떠돌이 목공 생활이 시작되었다. 여기저기 떠돌다 보니 새로운 재료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서핑보드를 만드는 친구에게 레진 다루는 법을 배웠고, 한국에 잠시 들어왔을 때는 옻칠을 배웠다. 위기와 시련은 항상 예기치 못한 기회와 함께 찾아오는 법이다.

 

 


만질 수 있는 순간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과 에너지는 제한적이므로, 크리스 한이 영원히 나무 숟가락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작업할 때마다 그의 시간과 에너지는 작품에 고스란히 담겨 만질 수 있는 하나의 형태로 남는다. 후대의 사람들은 그가 남긴 숟가락을 통해 그의 흔적을 더듬어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작품은 과거와 미래를 이어주는 하나의 연결고리이고 시공간을 초월하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매개체다.
‘영감은 외부로부터 받은 수많은 자극들이 무의식중에 머물다가 서로 융화되어 탄생한다.’는 그의 말처럼 오늘도 사방에 흩어진 무수한 영감 조각들이 그의 작품 속에서 새롭게 잉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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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조셉 휩셔(Joseph Huebscher), 숨을 쉬는 숟가락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이 나무 숟가락도 그렇다. 심플하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조셉 휩셔의 작품을 보고 가장 처음 든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모르게 자꾸만 눈길을 잡아끄는 구석이 있었다. 다시 한 번 들여다보니 나뭇결과 무늬가 생생히 살아있다. 더 유심히 들여다보았을 땐 숟가락이 숨을 쉬고 말을 하는 것 같은 아이러니한 착각에 빠졌다.

 


무늬의 재발견
그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수종은 호두나무와 스위트검. 때로는 체리나무, 배나무, 단풍나무, 층층나무, 하크베리를 사용하기도 한다. 어느 한 가지 목재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가지 다양한 수종을 찾고 새로운 작업에 적용해본다. 


그런 그의 시도는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숟가락 형태에 관심이 쏠리기보다 그가 사용한 나무에 관심이 생기기 때문이다. 나무 무늬가 이렇게나 예뻤던가. 새삼 감탄하게 된다. 세상에 똑같은 무늬는 없다. 같은 디자인의 숟가락이지만 각자 담긴 무늬는 다르다. 따라서 각 숟가락은 유일무이한 작품이 된다. 


그에게 우드 스푼이란
그에게 가장 훌륭한 작품 하나를 고르라면 어떤 숟가락이 될까. “가장 훌륭한 작품이라.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가장 훌륭하다고 확신할 순 없지만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있죠.” 

 

 


2014년, 그가 세 번째 나무 숟가락을 만들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는 처음으로 호두나무의 변재와 갈라진 부분을 혼합해서 숟가락을 만들고자 했고, 완성된 작품은 상상 이상으로 만족스러웠다. 그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을 만큼 아름다웠던 것이다. 난생처음 나무의 갈라진 부분에서 취한 숟가락가 그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에게 우드 스푼이란 그의 삶의 철학이 담긴 하나의 표현 방식이다. “사실, 스푼을 만드는 일보다 그것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과정을 더 즐겨요, 그래서 전 스푼을 소장하지 않습니다. 그저 만들 뿐이죠. 아름다운 작품을 세상에 더 많이 선보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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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닉 웹(Nic Webb), 스톤, 메탈, 세라믹이 나무를 만나면



나무 숟가락 특집을 준비하면서 수없이 많은 형태와 모양의 나무 숟가락을 만났지만 이런 숟가락은 처음이다. 신선하다. 스톤, 메탈, 세라믹이 나무라는 천연의 재료를 만나 새로운 숟가락으로 탄생했다.

 


그의 첫 나무 숟가락
그가 처음 나무 숟가락을 만들기 시작한 건 10살 무렵이다. 거리를 걷다 우연히 발견한 라임 나무로 무언가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무딘 도구로 오랫동안 작업한 끝에 첫 나무 숟가락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숟가락을 어머니께 선물했다. 처음이란 항상 서툴지만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그와 나무 숟가락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펀(fun)하지만 가볍지 않다
그는 우드 카빙 아티스트면서 동시에 부지런한 ‘도보 여행자’로, 영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목재를 얻는다. 런던 시내의 공원마저도 그에게는 좋은 목재를 구할 수 있는 장소가 된다. 그가 나무 숟가락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목재의 생김새, 즉 형태다. 나무의 형태와 모양을 일부러 깎고 변형시켜 숟가락을 조각해내는 것이 아닌, 목재 그대로의 질감에 디자인을 오롯이 맡겨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선택된 자유로운 형태의 목재가 닉 웹의 손을 거치면 곡선이 돋보이는 아름다운 숟가락으로 변신한다. 때로는 스톤, 메탈이나 세라믹 같은 새로운 색을 더하기도 한다. 그의 작품은 분명 펀(fun)하고 참신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진중하고 무거운 느낌이 흐른다. 그것은 곧 그가 작품을 대하는 마음과 진정성에서 온다. 

 


닉 웹이 나무 숟가락에 대해 이렇게 정의한다. ‘나무 숟가락은 식사 도구의 측면에서든, 예술작품의 측면에서든 모두 의미를 가집니다. 숟가락 하나가 탄생하기까지는 수많은 집중력과 사고가 필요합니다. 고로 나무 숟가락은 손과 마음, 그리고 자연을 하나로 연결시켜 보여주는 특별한 사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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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시몬 힐(Simon Hill), 나무에 마음을 새기다



요리 연구가 한복려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음식을 마음으로 해야 한다, 재료에 칼이 들어갈 때 재료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질 정도로 마음을 다 해야 한다.’ 여기, 그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나무 숟가락 조각가가 있다. 가뜩이나 제작에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드는 숟가락에 추가로 조각까지 촘촘히 얹어낸다. 그가 바로 시몬 힐(Simon Hill)이다. 

 


그를 이끄는 힘

그가 처음에 나무 숟가락을 만들기 시작한 계기와 지금도 꾸준히 만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며 그 힘은 어디에서 왔을까. “사실 처음에는 작고 간단한 나무 숟가락을 만드는 일이 쉽게 느껴졌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작품의 가짓수가 차츰 늘어나면서 정말 좋은 나무 숟가락 하나를 만드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실감하게 되었죠. 훌륭한 작품 하나를 만들어 내는 건 큰 도전이에요. 바로 그 도전정신이 절 움직이게 해요.”

 


나무 숟가락을 조각하기 이전에 수목 재배가로 일했던 시몬 힐은 나무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그것들이 어떻게 자라나는지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런 경험은 그가 나무 숟가락을 만들고 조각하기 위해 목재를 선택함에 있어서 많은 도움을 주었다. 


열정을 조각하다
그가 만든 나무 숟가락은 실로 경이롭다. 손잡이 부분에 조각한 격자무늬 패턴은 정교하다 못해 기계로 찍어낸 듯하다. 나무에 대해 그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는 그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나무도 깎이는 만큼 아프다. 그 역시 그만큼 애틋한 마음으로 하나하나의 숟가락을 파고 깎는다. 

 

 


그런 그의 작품은 올해 영국에서 열린 나무 숟가락 축제(스푼 페스트)에서도 단연 빛났다. “스푼 페스트는 놀라운 축제에요! 3년 전 처음 축제가 시작된 이래로 매년 빠지지 않고 참가하고 있어요. 저에게 스푼 페스트는 한 해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죠.”

 

그에게 나무 숟가락이란 뜨거운 열정이다. 숟가락 하나에 깊게 파인 무수한 양의 조각만큼 그의 열정이 그 안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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