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걸어가는 일, 심문섭의 ‘목신’ 전

칼럼 / 편집부 / 2019-10-02 23: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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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바다의 숲을 보다
30년만의 나들이
멈추듯 흐르듯 나무와 함께 한 원로 조각가의 일하는 삶

전시장 전경


 2년 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가졌던 심문섭은 사실 우리에게 <목신(木神)> 연작으로 익히 알려져 있는 원로조각가이다. 80년 초부터 긴 시간 나무에 매달려 온 그의 특별한 시리즈 작품을 미공개작과 더불어 집중적으로 조명하며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미술관에서 목신만 모아 보여주는 이 전시는 살아있는 나무를 품은 건축으로 유명한 블루메미술관에서 선보인다. 

 

<나무와 만나다-전후 한국현대목조각의 흐름>, <조각의 속도>전과 같이 한국 조각사의 흐름을 새롭게 해석해온 공간에서 심문섭이 오랜 기간 다루어온 나무와의 일은 모든 인간의 조건인 일하는 삶에 어떤 영감을 줄 수 있는가 일의 관점에서 원로조각가의 작업을 새로이 고찰해보고자 한다.  

 

목신 Wood Deity 8902, 1989, 나무, 232x70x55cm

 

목신 8605, 1986, 나무, 150x14x28cm

 

돌, 흙, 나무와 같은 자연의 재료를 주로 다루어온 심문섭은 형태 중심의 조각보다 있는 그대로의 물질과 조각가의 행위 사이에 다양한 관계의 스펙트럼을 드러내는 장으로서 작품을 만들어왔다. 그 중 그가 1982년부터 14년간 <목신>시리즈로 나무에 몰두한 작업은 다른 재료와의 만남보다 작업의 온도와 그 언어의 너비가 넓다. 그리하여 결코 단일하지 않은 삶의 은유를 많이 포괄하고 있다.

 

목신,1993,나무, 44x65x178cm


여러 개의 캔버스천 모서리를 사포로 이곳저곳 마모시킨 상태, 다수의 점토판에 긁거나 찢거나 누른 흔적들 같이 물질에 행위를 가한 즉물적인 상황들을 나열한 듯한 작품이 나무에는 없다. 물질의 정직한 표정이 드러나는 행위의 순간 자체를 연장하기보다 나무는 “어딘지 머물고, 귀결되지 않는 일”로 그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멈춤이 있지만 끝나지 않는 것. 흐름과도 같은 일을 그는 깎기의 과정으로 담아내었다.


나무와의 일-심문섭의 목신 전시전경


나무와의 일-심문섭의 목신 전시전경

 

작가의 손을 떠나서도 고정되고 닫히지 않는 무언가로 남기 위해 그는 한동안 나무에 몰입하였고 그 몰입의 과정은 “완결성을 뛰어넘어 ‘일’로써 귀결되기를 원한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그의 <목신>은 다분히 조각적이면서도 단순히 조각적이라 축약할 수 없는 의식적 움직임을 담고 있다. 그가 나무를 다룬 것은 ‘대상에 대한 사역(使役)의 흔적’이 아니라(타나 아라타) ‘이해의 한 형태’였다. 

 

 

(루디 치아니피)라는 평은 정확하며 그의 예술작업은 관계의 연결방식으로써 삶의 언어로 확장되어 가는 것이다. <목신>에서 그가 벌인 자연과의 일은 예술적 완결성을 향한 누군가의 노동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생명형태의 본질인 관계를 향해 자신을 무한히 열어나가고 흐르게 하는 살아있는 모두의 일로 겹쳐지는 것이다. 사람과 같이 기억, 대화, 연결로 가득한 존재인 나무와의 일을 통해 그는 매일 타자와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일하며 살아가는 모든 이의 삶으로 연결되고 있다. 

 

블루메미술관 큐레이트 김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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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일정ㅣ2019.9.21~12.29
전시장소ㅣ블루메미술관 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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