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익한 나무 공간을 짓는 이유
목재로 만들 수 있는 공간의 용도는 매우 다양하다. 주거를 위한 곳일 수 있고 상업 공간일 수도 있으며 공용 공간 등이 되기도 한다.
편집부
woodplanet@naver.com | 2022-10-13 00:11:31
최근 우리나라는 여성의 사회진출, 이혼율 증가, 직업 유형의 다양화, 개인생활 중심적인 가치관으로의 변화 등으로 인하여 전형적 가족 유형이 아닌 다양한 형태의 비전형적 가족 유형이 형성되고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사회변화에 맞는 새로운 주거 환경이 요구된다. 기존의 영구적이며 정주적인 개념에서 벗어나 일시적이고 유동적인 주거 개념으로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유동적 환경 변화에 민감한 도심에서는 1인 가구를 위한 편리함과 경제성만을 내세운 고밀도의 획일적, 고정적인 소형 공간들이 변화하는 도시 패턴과는 무관하게 새로운 도시 주거 공간 유형으로 나타나고 있다. 개인 소득이 높은 싱글족 소비자들이 늘면서 개인을 위한 작은 공간(Small Space)의 다양한 형태를 요구하는 것이 현대 사회의 한 현상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필자는 이러한 현상에 걸맞은 작은 공간에 대해 소개해 보려고 한다. 물론 다양한 재료들로 만들어진 사례들도 있지만 친환경적이고 인류의 진화된 DNA와 가장 가깝게 진화되어 온 목재를 사용한 'Small Space'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일본 쿠마모토 현에 있는 별장, 로그 하우스
후지모토 소우는 1971년에 태어난 젊은 건축가이다. 1994년 도쿄대 공과대학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지은 건축물 중 별장으로 설계된 로그 하우스는 궁극의 목재 건축물을 만들고자 한 시도가 돋보이는 공간이다. 이 작은 방갈로를 마치 작은 개인 주택처럼 생각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으며 원시적이면서도 새로운 건축물을 만들었다. 이 건축물은 350mm의 정사각형 단면을 지닌 삼나무 목재 유닛(unit)을 무한히 쌓아 올려 만들었다. 그 결과 로그 하우스의 원형이 탄생하였으며, 건축 이전의 건축이 드러났다.
나무는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용도를 지닌다. 기존 건축에서도 역시 목재는 기둥이나 들보 같은 구조에만 쓰이지 않고 기반, 외부 벽, 내부 벽, 천장, 바닥재, 단열재, 가구, 계단 그리고 창틀 등 모든 곳에 쓰인다. 후지모토 소우는 만일 목재가 진정으로 다양한 측면들을 지닌다면, 거꾸로 하나의 목재를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하여 모든 기능들을 하나의 과정을 통해 수행하는 건축을 만드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이것이 바로 다용도의 역전이다. 기능과 역할의 분열 이전에 조화로운 전체의 통일된 조건을 유지하는 새로운 건축을 만들어내는 원천이 여기에 있다.
이 건축물에는 바닥, 벽, 천장의 구분이 없다. 바닥으로 생각했던 곳이 관점에 따라 의자, 천장, 그리고 벽으로 변한다. 바닥은 모두 상대적이며 사람들은 자신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공간을 다양하게 해석하게 된다. 사람들은 공간 속에 3차원적으로 분포되며, 깊이의 새로운 느낌을 경험할 수 있다. 각 공간들은 구분하지 않았지만 여러 요소들의 혼합 속에 우연히 발생할 뿐이다. 거주자들은 이 공간의 파동 속에 다양한 기능들을 발견하게 된다. 마치 성운(星雲)의 한 풍경과도 같다.
350mm 정사각형 단면의 삼나무 목재는 실로 놀라운 영향력을 행사한다. 우리가 실제로 ‘목재’라고 부르는 것을 초월하여 전혀 다른 자재처럼 새로운 ‘경험’이 되어버린다. 비록 치수들은 목재의 자재성을 드러내지만, 이 자재가 형성하는 공간은 인체에 최적화되어 있다. 이로써 350mm 단위로 3차원 공간을 창조하였다. 이 계단 진 공간은 수년 동안 후지모토 소우가 관심을 보여왔던 것으로 이 특징이 일종의 공간적 상대성을 발산하며, 동일 평면의 바닥들에서는 얻을 수 없는 거리의 개념들을 만들어낸다.
이 건축물은 건축적 방법론이자 실험적 공간으로써 다양하면서도 동일한 요소들을 혼합해 형성되었다. 여기서 건축의 기존 법칙들은 무효화된다. 설계도도 없고 안정점도 없다. 이는 여기서 사용된 목재가 다용도적 성격을 지니기 때문이다. 아마도 단열재이자 구조, 마감재 그리고 가구가 동시에 모두 될 수 있는 것은 목재뿐일 것이다. 벽돌 대신 목재 블록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앞서 언급했던 동일한 조건들을 만드는 방법이 더욱 간결했다.
이 방갈로는 단지 목재 건축의 영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고 본다. 만일 목재로 만든 건축물을 목재 건축이라 부를 수 있다면, 이 방갈로는 숲 그 자체이며, 건축의 관습을 초월하여 사람을 위한 공간이 된다. 건축 이전의 원시적 존재를 반영하는 것이다. 즉, 새로운 건축이라기보다 새로운 콘셉트, 새로운 존재를 추구한다.
브루클린에 있는 다락방 속 오두막집
이 공간의 주된 콘셉트는 ‘주택 내의 주택’이다. 캐빈(오두막집) 혹은 트리 하우스(나무위의 집)는 개인이 잠자는 오두막집과 공용 생활공간에서 출발하였고 어느 정도 정원 역할도 한다. 캐빈은 뉴욕에서 현지 경험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호텔과 호스텔에 대한 대안으로 단기 임대가 가능하다고 한다.
뉴욕처럼 집세가 비싼 도시에서 새롭게 진화한 형태의 임대공간으로 매우 흥미로운 주거공간을 제안하고 있다. 캐빈이 있는 건물은 전에 섬유 공장이던 곳으로 노출된 벽돌 벽 및 대형 창문이 내부 공간의 인테리어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공간 안의 공간이라는 흥미로운 주제로 디자인을 한 원룸형 아파트는 두 개의 침실로 나눠질 수 있고 햇빛이 전체 공간을 채울 수 있다.
트리 하우스는 지붕 밑 다락방의 개방과 캐릭터를 유지한다. 결과적으로 한 공간에 살고 있는 두 집 외에 나머지 공간은 마치 작은 지역 사회에서 살고 있는 두 집과 그 외의 외부 공간처럼 느낄 수 있다. 방들과 트리 하우스의 창문들은 내부 환기 및 아파트의 나머지 부분에 대한 전망을 제공한다. 두 캐빈의 넓은 입구는 방안의 창문에서 하늘을 내다볼 수 있고 거리 아래로의 전망도 가능하다.
트리 하우스는 중층 공간으로 아래 공간은 공부 및 수납이 가능하다. 캐빈은 높이감을 준 바닥에 내장된 저장 공간을 가지고 있다. 정원과 옷을 걸어두는 장소는 입구와 창 사이에 형성되는 작은 사적 영역으로 구성될 수 있다. 두 집 사이에 있는 공간은 다락방의 오픈 스페이스가 되고 식사 및 작업을 위한 거실, 주방, 대형 테이블로 꾸며져 있다. 이 집들은 2009년 여름 과정 동안 몇몇 친구들과 이웃들의 공동 노력으로 만들어졌다.
뉴질랜드의 아름다운 목조주택, 왕가포우아
뉴질랜드 코로만델 반도에 있는 목가적인 하얀 모래사장의 해변에 우아한 오두막이 서있다. 모든 건물은 이동식으로 지어졌고 해안 침식 지역 내에 자리 잡고 있다. 자연에 놓여 있는 미학적 형태의 오두막은 서핑하는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는 역할을 하며 또는 관찰 타워로의 기능도 한다.
휴양지에 위치했지만 비수기에 사용하지 않을 때를 위해 설계했고, 면적은 40㎡이다. 다섯 가족이 사용하는 이 집엔 부엌, 주방, 거실, 욕실이 있고, 아이 세 명이 쓸 수 있는 이층 침대가 있다. 뒤쪽 입면은 전통적인 뉴질랜드 휴일 주택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싼 건축 자재 ‘플랫 시트’로 만들었다.
이 건축물을 소유하고 있는 건축주는 휴가 생활의 진정한 본질을 탐구하고자 작고, 단순하고, 기능적인 건축물을 원했다. 요리, 식사, 수면과 샤워 등 일반적인 일상생활이 모두 외부 공간과 연결되기를 의도했다. 두 개의 층으로 되어 있는 정면 외관의 윈치(Winch)는 겨울에 태양광을 내부로 들어오게 하고 동시에 여름의 태양빛으로부터 차양 역할을 한다.
이층 높이의 스틸 액자 유리문은 중층형태의 침실과 거실을 사다리로 연결해주고 매우 훌륭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 역할도 한다. 작은 공간의 수납공간을 아주 효율적으로 찾아내 사용하고 있으며 이곳은 아이들에게는 비밀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이 오두막은 아주 친환경적이고 목구조로 되어 있는, 휴가를 위한 최적의 공간이다.
박 희 령 : 독일 Karlsruhe 공과대학교에서 학사(Vordiplom), 석사(Diplom)를 취득하였다. 건축가 김원 선생님의 회사 <광장>에 입사하여 2002년 초까지 근무했다. 현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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