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과 수직이 교차하는 천정...궁도와 복싱의 더부살이

서주원 기자

woodeditor2@woodplanet.co.kr | 2024-01-13 00:23:22

▲ 궁도장

  

▲ 복싱장

 

활 쏘는 여자와 복싱하는 남자. 그들의 연습장은 서로 이웃해있다. 공통점을 찾을 수 없는 그들의 다른 성향은 서로를 끌어당기는 매력으로 다가온다.

궁도는 활쏘기다. 활을 떠난 화살은 과녁을 향해 수평선의 모양새로 직진하는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과녁이 없다면 화살은 결국 땅에 내리꽂힐 것이다. 사물을 아래로 잡아당기는 중력이 가진 수직의 본성을 피해 갈 수 없기에. 복싱은 두 팔을 이용해 상대를 공격하는 운동이다. 팔을 수평으로 곧게 뻗어 눈 깜짝할 사이에 상대에게 펀치를 날려야 한다. 궁도와 복싱은 수직과 수평의 관계처럼 공통점을 전혀 찾을 수 없는 운동이다. 하지만 수직선과 수평선이 만나 만드는 구조에 주목해 지어진 건축물이 있다.

도쿄에 위치한 코가쿠인 대학교 안에는 궁도장과 복싱 홀이 이웃하여 있다. 성격이 전혀 다른 운동이기에 함께 있는 모습이 어색하기만 하지만 궁도장과 복싱 홀을 연이어 방문해 보면 분명히 닮은 구석이 있다. 두 군데 모두 천장의 높이가 정해져 있지 않고 7.2m에서 10.8m까지 그 높이가 자유로웠다. 높은 천장에 목재를 수직과 수평으로 교차시켜 설치했는데 이는 모더니즘으로 자취를 감추었던 일본의 전통적인 목재 구성 방식을 재현한 것이다.

다르지만 다르지 않은 공간 

  

 

 

 

궁도장과 복싱 홀의 천장 구조물은 볼트와 너트만을 사용해 간결하게 만들어졌다. 하지만 구조물에 사용된 목재는 단순하지 않다. 특별한 구조물을 설치하기 위해 지역의 목재 전문가가 모여 하나하나 선별했다. 궁도가 가지는 섬세함을 표현하기 위해 가느다란 목재를 사용해 가녀리고 여성스러운 느낌을 표현했다. 복싱 홀은 다르다. 복싱이 주는 거친 느낌을 천장에도 그대로 살렸다. 굵고 두꺼운 목재를 사용해 남성적인 느낌을 담아냈다.

궁도장과 복싱 홀의 중앙에는 기둥이 없어 공허할 정도로 텅 비어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천장은 다르다. 수평과 수직이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격자무늬는 단순하지만 심심하지 않다. 천장을 꽉 채운 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두 공간에는 닮은 구석이 전혀 없는 궁도와 복싱처럼 서로 다른 성질인 공허함과 가득 차 있음이 공존하고 있다. 대조되는 두 기운은 한 공간 안에 공존하면서 자연스럽게 밸런스를 맞추고 있다.

 

▲ 궁도장 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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