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y of Eidos : 추상을 위한 절대 조형...김가윤 <매핵기>

편집부

woodplanet@naver.com | 2026-09-26 00:23:26

 

드러내려 하지 않으니 숨길 것도 없고, 나타내려 하지 않으니 감출 것도 없다.(마가복음 5장 22절)


문학의 미사여구는 독자의 상상력을 억제한다. 장식이 화려한 조형은 여백이 좁고 가파르다. 무릇 진짜는 간소하고 간소하다. 몸속의 다급한 반응을 돌출한 얼굴 표정이 무디다. 미사여구와 장식이 사라져도 의미는 지워지기는커녕 더욱 선명해진다.

사물의 발생기 모습은 두리뭉실이다. 모든 시작은 구체적 형태가 아니라 그저 그런 모습이며 어떤 덩어리다. 시원은 단조로운 곡선이며 직선은 없다. 이런 상황이 사실이라면 느슨하고 애매모호한 조각의 외형은 시초의 원형에 귀의한 것이다.

조각가의 사적 의도에 앞서 물성의 질료가 의식을 지배한 것이다. 조각에서의 두리뭉실은 문명 이전의 형상이며, 구체화 이전의 모형이고, 의식의 모태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김가윤의 신작은 매실이 목에 걸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느끼는 절대적 황당함을 표현했다. 그것의 보이는 방식은 날카로운 직선이 아닌, 두리뭉실한 곡선의 이음이다. 극과 극의 만남이 숨어드는 형상으로 귀결되는 데는 피치 못할 이유가 있을 것이다.

글: 육상수 공예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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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윤 작가 노트>

나의 작품은 목 안에서 느껴지는 매실 씨를 닮은 이물감, 매핵기(梅核氣)의 경험에서 출발한다.

삼키려 해도 삼켜지지 않고 뱉으려 해도 뱉어지지 않는 이 감각은, 물리적으로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음에도 분명한 덩어리로 감지되었다. 이물질이 없다는 사실을 인지한 뒤에도 감각은 지속되었으며, 나는 그것의 기준과 경계가 어디에 있는지 질문하게 되었다.

작품은 도자와 왁스라는 상반된 물성의 재료가 결합하여, 모호한 윤곽의 형상으로 드러난다. 소성을 거쳐 단단히 고정되는 도자와 열에 녹아 변형되는 왁스의 관계는, 눈에 보이는 물질과 감각으로만 존재하는 이물감이 공존하며 결합하는 긴장을 내포한다.  

 


이러한 작업에서 에이도스(Eidos)는 보이는 것과 존재하는 것 사이의 간극에서, 감각과 물질이 만나 형상을 만들어내는 지점으로 이해된다. 또, 나에게 이 개념은 물질에 앞서 존재하는 완결된 본질이라기보다, 몸이 감각을 경험하고 물질과 만나며 그것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관계적으로 생겨나는 형상에 가깝다. 즉, 손이 흙과 왁스를 누르고 만지는 과정에서 재료가 예상과 다르게 반응할 때, 나는 그 물질과 조응하며 형상이 드러나는 것으로 바라본다.

이러한 사유를 토대로 <매실 씨앗>은 추상이 감각과 물질의 경험으로부터 어떻게 발생하는지, 그리고 보이지 않는 감각이 어떤 방식으로 윤곽을 얻는지 묻는다.

 

· SpaceTone Gallery @spacetone_gallery
· 2026. 9. 11 - 10. 17. 1pm - 6pm (공휴일, 일・월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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