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박소영 개인전 <buzzing> ...코로나 블루 속에서 탄생한 ‘반짝이는 블루’
푸른색으로 표현되는 판데믹 시대의 시간들을 켜켜이 쌓아올린 입체 작품
편집부
woodplanet@naver.com | 2022-02-17 00:30:10
서울 통의동에 위치한 ‘아트스페이스3’에서는 오는 2월 17일부터 3월 12일까지 박소영 개인전이 열린다.
창백한 푸른색, 무겁고 짙은 푸른색, 극적이고 화려한 푸른색, 사금파리처럼 반짝이는 푸른색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톤과 질감의 푸른색들이 작가의 심리를 대변하면서 스스로의 난제를 표현하고 있다.
박소영 작가는 코로나19를 겪으며 느낀 깊은 우울의 감정을 서로 다른 농도의 푸른색으로 표현했다. 작가는 이전부터 이어 온 작업 방식인 작게 오려낸 재료를 손에 들고 하나하나 붙여나가는 중노동에 가까운 시간을 통해, 작품 표면에는 정교하게 감정을 응집시키고 모호한 형태의 덩어리에는 감정에 역동적인 실체감을 부여했다.
전시는 작가가 코로나의 시간을 통과하면서 실제로 경험한 심각한 이명과 우울감을 조형한 <이명(buzzing)>에서 시작된다. 덩어리 위에 미디움과 본드를 섞어서 만든 단단한 피막은 내장처럼 연약하고 흘러내릴 듯한 성질을 고체화함으로써, 덩어리진 물적 실체로서의 구체성을 한층 더 강화시켰다.
작가는 우울을 표현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는다. 벽면을 따라 일렬로 나열된 <반짝이는 블루(twingkling blue)> 연작에서는 덩어리 형태로 감정의 무게를 느끼게 하는 동시에 반짝이는 스팽글의 빛깔을 통해 탈출하여 날아가듯 가벼운 움직임을 보여준다.
전시장 중앙에 설치된 은 허공에 맺힌 거대한 눈물방울이면서, 완벽한 질서로 부착된 꽃잎 패턴은 빛을 내는 별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작품을 통해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무거운 감정은 제법 견딜만한 것으로 바뀐다.
박소영은 “우울하고 힘든 감정 속에서 반짝이는 그 무엇을 건져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정적 감정을 조급하게 지워내려 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들을 끌어안고 그 상태 그대로 빛나고자 하는 모습으로 우리에게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어둠 속에서 발광하는 푸른 광채는 결국, 절망의 상황을 극복하고자 하는 작가의 간절함이 역설적으로 반짝이는, 견뎌낸 자만이 만끽하는 희망의 시그널이기도 하다.
사진제공 : 갤러리 아트스페이스3
▶ 박소영은 한국과 독일에서 조각, 입체미술을 공부하고, 꾸준하고도 활발한 작업을 보여주는 몇 안 되는 중견 여성 작가이다. 껍질과 덩어리라는 낯선 조형적 언어를 통해 자신의 심리적·신체적 상태를 투영한 자화상을 조각하는 작가는 현재 인하대학교 예술체육대학 조형예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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