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방 ‘나무사이에’...자연에 녹아든 공간
충만한 삶을 사는 방법은 간단하다. 욕심을 덜어내고 자연과 같이 여유로워지면 된다.
허재희 기자
woodplanet@naver.com | 2026-09-26 01:24:36
가평과 춘천은 수도권 대학생들의 가장 보편적인 MT 장소다. 그런데 어떤 대학 생활을 한 것인지 기자는 이곳들을 MT 목적으로 방문한 기억이 없다. 분명 동기들이 #가평 #춘천 #펜션 #MT 등의 해시태그를 잔뜩 달아 SNS에 올린 사진들을 본 기억은 있는데 말이다. 일하러 가는 것임에도 기분이 조금 들떴던 것은 그래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원목가구공방 나무사이에의 대표 정성필 목수가 직접 지은 펜션 나무사이에 자연 속으로는 가평에 가까운 춘천에 자리하고 있었다. 남이섬을 왼쪽에 끼고 구불구불한 길을 달려 들어가다 보니 소담스러운 4동의 미니 하우스로 구성된 펜션에 도착했다. 나무사이에 공방의 마스코트인 골든리트리버 타미와 럭키의 마중을 기대했으나 추위를 피해 송파 매장으로 거처를 옮겼다는 아쉬운 소식을 접해야 했다.
목수는 취재진을 펜션 위쪽에 있는 공방으로 안내했다. 송파 매장에도 작업 공간이 있지만 자연 속에서 작업하고 싶단 생각에 펜션을 완공하고 6개월 후인 2014년 늦봄에 작업실 공사를 시작했다. 펜션과 같이 경량목구조 형식을 취했으며 외벽엔 삼나무 목재 사이딩을 사용해 주변 환경과 자연스레 어울리도록 했다. 작업 공간을 지나 사무실에 들어가자 통유리를 통과해 쏟아지는 오후 햇살과 자연 풍광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이런 곳이라면 아이디어가 절로 떠오르겠다는 말에 그는 자신도 그럴 줄 알았는데 당장은 펜션 관련해서 해야 할 일이 많아 자연 속에서의 작업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있다며 웃었다. 숲 속 공방에 감탄하다 보니 아내 박소현 씨가 올해 10살, 7살이 되는 지유, 유주와 함께 작업실에 도착했다.
삶의 전환점이 된 목공, 삶의 쉼표가 된 화재
정성필 목수와 아내 소현 씨는 같은 과 선후배 사이였다. 학교 다닐 때는 같은 과이다 보니 몇몇 수업에서 마주치는 정도의 사이였는데 졸업 후에 모임에서 우연히 만나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가 됐다. 둘 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디자인 회사에 다니고 있던 때라 공감대 형성이 잘 됐고, 전시 관람이나 사진 찍기 등 상대적으로 정적인 여가를 즐긴다는 점에서도 잘 맞았다. 함께한 시간이 쌓여 둘은 부부가 됐고, 혼수 가구를 맞추러 들어간 마이퍼니처 카페에서 목공의 세계를 발견했다. 팀 프로젝트에서 주로 기계적인 업무를 하게 되는 웹디자이너란 직업에 대해 고민하던 시기였기에 가구를 디자인하고 만드는 것은 그에게 새로운 가능성으로 다가왔다.
2년 정도 주말마다 목공을 배우며 차근차근 목수로의 전업을 준비했고, 2006년 서울 송파에 가구공방 나무사이에를 오픈했다. 옆에서 이 과정을 지켜본 소현 씨는 겁이 나기도 했지만 필요한 것들을 다 확인하고 추진력 있게 진행하는 것을 보며 정 목수의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매장엔 손님이 끊이질 않았다. 유동 인구가 많은 대로변에 있으며, 당시 송파에 주문 가구 공방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또 디자인을 전공한 만큼 간판과 내부 인테리어에도 신경 써 가구(Furniture)와 아날로그(Analog)적 감성을 혼합한 ‘퍼니로그’를 지향하는 공방의 콘셉트를 잘 드러낸 것도 한몫했다.
사업의 규모가 커져 처음 한 명으로 시작했던 직원을 8~9명까지 늘리고 서초동에도 지점을 내는 등 나무사이에는 승승장구하는 듯 보였다. 여기에 제동을 건 것은 다름 아닌 화재 사고였다. 나무 사이를 천천히 걸어 자연 속으로 주문량이 많아지면서 매장 외에 별도의 작업실을 두고 있었는데 그곳에서 불이 났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건물주의 요구로 건물을 거의 새로 지어주다시피 했고, 정신적인 충격에서 헤어 나오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는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고, 욕심을 내려놓기 위해 서초동 매장을 정리했다. 그리고는 타샤의 정원을 꿈꾸며 숲 속을 찾아 헤매다 지금 나무사이에가 지어진 공간을 발견했다.
자연 속에서 자연을 즐기며 더 편안하고 내추럴한 가구를 만들겠단 마음으로 펜션 공사를 시작했다. 가구를 만드니 집을 짓는 것도 가능할 것 같아 지인들과 함께 직접 펜션을 짓고 공방을 지었다. 건축 행정적인 부분이 미숙해 애를 먹긴 했으나 마음 맞는 사람들과 작업하다 보니 별다른 의견 마찰 없이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펜션 내부는 복층 구조로 설계됐고, 내부의 모든 가구와 소품은 직접 제작해 채워 넣었다. 펜션의 형태가 미니 하우스인 만큼 이곳은 거창한 휴식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나무사이에 자연 속으로의 콘셉트는 ‘자연과 어우러진 곳에서 즐기는 쉼’이다. 운 좋게도 지금까지 만난 손님들은 모두 정 목수 부부의 취향과 잘 맞았다. 그들은 조용히 머물며 책을 읽거나 차분히 자연을 만끽했다. 여름에 즐기는 계곡과 겨울에 얼어붙은 계곡에서 타는 썰매, 뒤편에 있는 아름다운 산에서 즐기는 산림욕은 덤이다.
정 목수는 일주일에 4번 정도 이곳에 와 작업을 하고, 기존 작업을 하던 송파 매장에서는 이곳에서 준비해 간 것을 조립하는 등 간단한 작업을 위주로 하고 있다. 두 명의 직원과 함께 일하던 매장에서 이곳으로 주 작업실을 옮기니 혼자인 것에 적응하는 시간도 필요했다. 자연 속에서의 삶을 기반으로 그는 조금 더 욕심을 내려놓고 심플한 삶을 살려고 한다. 한창 공방이 잘 돼 일이 많을 때는 작업에 몰두하느라 대인 관계에도 소홀했다.
이젠 이윤을 조금 덜 내더라도 여유를 갖고 사람들과 함께하는 삶을 즐길 차례다. 사실, 욕심을 내려놓기로 한 지금도 펜션과 공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하다. 그런데도 아빠와 아빠가 만든 가구를 자랑스러워하고 와서 안기는 두 딸을 볼 때마다 정 목수는 흐뭇하면서도 미안하다. 나무사이에 자연속으로가 방문객들 뿐만 아니라 정 목수의 가족에게도 고요하고 편안한 쉼과 가족 간의 친밀도를 높여주는 공간이 되길 기대해 본다.
*이 기사는 우드플래닛 2016년 3월호에 실린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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