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최적화를 이룬 손민영의 대나무손잡이 컵

편집부

woodplanet@naver.com | 2026-01-31 10:31:39

“공예는 ??다”


이 컵을 처음 만난 건 한 갤러리에서다. 큐레이터의 손에서 커피 잔이 건네졌고 무의식적으로, 언제나 그러했듯 어느 정도의 악력을 더해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그 순간 컵 속의 액체가 출렁였다. 손잡이는 고정되어 있지 않은 채 내 손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마시려고 손잡이를 당기면 컵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흔들렸다. 참 불친절한 컵이었다. 

 

그러나 어느 새 나는 컵이 주는 움직임에 집중하고 있었다. 내가 컵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컵이 나를 조정하는 것 같았다. 나는 가만히 물체에서 밀려오는 떨림에 몸을 맡겼다. 모든 감각이 손끝에 모이는 느낌이었다. 쓰임으로만 따지자면 그리 편한 컵은 아니었지만, 나는 차 한 잔을 마시는 그 순간에도 미각만이 아니라 촉각, 시각을 동원해 느낄 수 있었다. 컵을 들고 잠시 대화라도 나눌라치면 안의 내용물은 금세 넘쳐 흘렀다. 오로지 차를 마시는 순간에만 집중하게 만드는 컵은, 오히려 마시는 그 순간에 최적화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컵을 만든 작가는 소노세라믹스의 손민영 도예가였다. 그가 이 컵을 만든 것은 15년도 더 된 1999년이다. 이후 대나무손잡이 컵은 시대에 맞춰 조금씩 변해갔고, 나는 최근의 콘셉트로 작업된 컵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그간 수 만 품이 판매 됐을 정도로 대나무손잡이 컵은 작가의 대표작이 됐다. 이는 단순히 컵이 지닌 미감과 기능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어디서도 느껴볼 수 없었던 그 감각, 거기에 최적화된 컵이기에 모두가 여기에 차를 담아 마시는 걸 즐기는 것이 아닐까. 내 감각을 풍성하게 해주는 공예는 내 삶의 질을 올려준다.

손민영|도예가 손민영은 현재 소노세라믹스 대표로 헬싱키예술디자인대학교에서 도자유리를 전공했다. 한국 도자의 전통적인 미를 현대의 모던함과 더해 감각적인 생활 공예를 만든다. 그가 1999년 첫 선을 보인 ‘대나무손잡이컵’은 2년 여동안 담양을 오가며 연구한 끝에 완성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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