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목재 사용으로 교육 환경을 바꾸다...영국 중등학교 웨인젤스 칼리지
지난 10년간 영국의 많은 학교 건축에 목재가 이용됐지만, 보통은 많은 재료들 중 하나일 뿐이었다. 하지만 최근 완공된 웨인젤스 칼리지(영국 남동부 버크셔 주 우들리에 위치)에는 오직 목재만 사용했다. 목재가 반짝 스타가 아니라 톱스타로 군림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루스 슬라비드 리포터
| 2023-02-08 10:32:10
구조도 외벽에도 목재를 사용했다. 건물 내벽과 천장에도 목재로 마감했다. 이 프로젝트는 목조 건축을 전도해야겠다는 건축회사 셰퍼드 롭슨(Sheppard Robson)의 ‘복음 정신’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웨인젤스 칼리지 건축에 반드시 목재를 써야했기 때문이다. 맹목적인 목재 이용이 아닌 주변 환경에 대한 타당한 접근이다.
웨인젤스 칼리지도 다른 학교와 마찬가지로 철저한 계획 없이 지어져 더 이상 용도에 알맞지 않은 건물이 되어버렸다. 특히 이 학교는 교육 과정을 새롭게 편성했기 때문에 이에 맞는 개축이 필요했다. 이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건축가 피에르루이지 키넬라토(Pierluigi Chinellato)는 건축주의 요구를 이렇게 정리했다. “그들은 학생들을 위한 변신을 원했다. 전통적인 강의 방식으로부터 벗어나 학생들이 교육 현장에서 주인 의식을 가질 수 있길 바랐다.”
웨인젤스를 이해하는 네 가지 키워드
이 학교는 ‘깊이 있음’이라는 개념으로 크게 네 키워드로 분석할 수 있다.
첫째, 깊이 있는 구조. 각각 고유의 정체성과 운영진, 리더십 체계를 갖춘 두 건물이 학교 안 학교를 이루고 있는 독특한 구조를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가 깊은 구조이다. 건물 중앙에 위치한 열린 공간은 결합과 통합의 장소로, 임직원들과 학생들은 이곳에 한데 모여 배움을 실천하고 다양한 활동을 한다.
두 번째, 깊이 있는 배움. 크고 넓은 면적에 위치한 다용도 공간, 개인 교습을 위한 공간, 그리고 전통적인 교실이 생기면서 가르치고 배우는 데 있어 다양한 방식을 시도할 수 있게 되었다.
세 번째, 깊은 있는 지원. 유연성 있는 공간은 학생들이 독립적으로 일하고 배우는 데 있어서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자세를 기르도록 도와준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목회 상담은 학생들끼리 끈끈한 유대 관계를 형성해 함께 일하고 서로의 공부를 돕도록 유도한다.
네 번째, 깊이 있는 경험. 각 건물에 있는 전공 사무실 역시 융통성 있는 공간이다. 학습 공간과 학사 지원 사무실이 학생들이 친목을 다지는 사교 공간에 위치하고 있어 열린 공동체를 형성한다. 이는 배움과 가르침의 경계를 없애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접근은 건축 디자인에 있어 새로운 의의를 내포한다. 30명이 넘는 학생들이 한 교실에 둘러앉아 각자 할 공부만 하는 방식은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 어마어마하게 큰 교실에 90명의 학생들이 30명 씩 그룹을 지어 수업을 받기도 하고 이와 반대로 일대일 강의나 소규모 그룹 학습이 가능해야 한다. 웨인젤스 칼리지는 이러한 학습 조건을 만족시켜야만 했다.
각 학부는 본관에 딸린 부속 건물에 위치할 수도 있었으나 웨인젤스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중앙 마당에 4개 본관을 묶는 교정을 조성한 것이다. 이것이 앞서가는 학교가 지닌 특징들 중 하나다. 키넬라토는 “이전 학교는 이질적인 건물들의 집합 속에 공간이 있었다.”고 회고하며 이렇게 말했다. “비록 건물은 불만족스러웠지만 학생들이이 발견한, 일종의 틈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 틈은 건물 사이에 간간이 보이는 유기적인 흐름이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끝까지 가져가야할 그 무엇이 아닌가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고라 대신 열린 공간을 만들었다.”
비록 영국 날씨가 그리 온화하지는 않지만 그는 문만 열고 나가면 바깥으로 짧은 여행을 할 수 있게 했다. 그러면서도 현실성 있고 바깥세상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프리패브로 지은 우들리 랜드마크
키넬라토는 개축 방향이 잡힌 상태에서도 목구조로 가야하는 결정적인 이유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그 이유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순간 지나갔다.
“첫 조사에 들어가면서 우리는 전면적인 ‘정화’ 작업에 들어가기로 결심하고 단계별 개축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2천백만 파운드(약 380억)라는 제한된 예산에서 2백만 파운드(약 36억)를 정화 작업에 써야했는데, 그 많은 돈을 허투루 쓰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래서 그는 자신에게 ‘쓸데없는 혼란을 일으키지 않고 기존 건물을 이용해 그 사이에 공간을 만들 수 없을까?’ 되묻기를 반복했다.
프리패브(조립식 건축)로 짓는다면 대답은 “할 수 있다”였다. 프로젝트 팀은 여러 가지 조립 방식을 고안했고, 목재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 판단했다. 벽체 구조로는 스위스 건축 자재 회사 Eurband에서 공수한 CLT(Cross-laminated Timber)를 썼다. 큰 스팬(span)과 글루램 빔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목재를 사용한 또 다른 이유는 웨인젤스가 전원 지역 끄트머리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전원적인 분위기를 나타내는 데 목재만한 재료가 없었고, 이는 하마터면 떠올리지 못할 뻔한 아주 세련된 방식이었다.
건물 외부는 하드우드만큼 단단하고 내구성이 좋은 열처리한 목재로 마감했다. 적삼목보다 저렴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캠퍼스에서 바라본 웨인젤스는 분명 학교 건물이다. 하지만 건물 안에서 바라 본 서로 다른 건물은 학교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이러한 대조는 건물에 균형감을 제공하고 도시적인 느낌을 준다. 물론 이러한 외부적 특징은 건물 내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학생들과 직원들에게 크게 어필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우들리 마을 입장에서는 아주 중요한 특색이다.
외부 벽체와 CLT 사이에 넣은 단열재는 CLT를 생산하고 남은 목재 섬유로 만들었다. 이 단열재는 습기와 곰팡이에 강하며 목구조와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자재이다. 이는 숨 쉬는 건물을 원했던 키넬라토의 선택이었고 때문에 통기 피막(breather membrane)은 필요가 없었다.
천장이 5.5m 이상인 곳은 조명을 아래로 내려 달아 최대한 많은 공간을 비출 수 있도록 했다. 높은 천장은 공기 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이는 머리 위쪽으로 아무리 뜨거운 공기가 있어도 걱정이 없다는 뜻이다. 더운 여름이라도 창문을 활짝 열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기밀성(air tightness)이 좋아 공기 투과율이 최대치보다 4분의 1가량으로 낮다. 이는 높은 정확도와 우수한 기밀성 자랑하는 목재 덕분이다.
내부는 모두 목재로 마감했다. 벽체 안쪽을 지탱하는 CLT는 바깥으로 노출되어 있다. 이러한 방식은 넓고 트인 공간에 어쿠스틱한 정서를 입힌다.
과감한 목재 사용이 부른 논쟁
각 본관 중앙엔 200명 이상의 학생들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크기의 교실이 있다. 큰 이벤트를 위한 공간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자유분방한 분위기의 공간은 많은 학생들이 서로의 얼굴을 익히고 친분을 쌓아가는 곳으로 활용된다. 친한 친구들끼리 모여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팀을 만들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요즘 교육 기관에서는 학생들의 충분한 휴식을 권장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웨인젤스는 학생들이 쉴 수 있는 ‘휴식 계단’을 많이 만들었다.
외부에 사용된 목재는 화재가 발생할 경우 불이 번지지 않도록 방염처리를 해두었는데, 이로써 시각적인 효과도 얻었다. 순수한 목재 표면을 노출시킨 곳이 대부분인데, 몇몇 목재에는 페인트칠을 했다. 때문에 빛이나 각도에 따라 건물 색이 달라 보이는 컬러 렌더링 효과를 얻었다. 페인트칠을 했어도 목재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우린 촉각적인 공간의 학교를 원했다.” 카넬라토는 외부와 내부를 상관하지 않고 목재를 최대한 많이 노출시켰다. 학교는 까다로운 요구 조건을 모두 갖춰야하는 경직된 사무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영국 내 건축전문 언론으로부터 과격한 건물이라는 비판을 듣기도 한다. 하지만 키넬라토는 “그냥 과격함이 아니라 부드러운 과격함이다”라며 조금도 동요하지 않는다. 교육 기관치고 목재를 과감하고 겁 없이 사용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썩 괜찮은 시도였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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