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LL CEREMONIES, 바다와 우리의 안녕을 위한 의식>, 폐기된 사물에 대한 애도

육상수 칼럼니스트

ssyouk@woodplanet.co.kr | 2023-12-20 11:05:54

 

 

생을 다한 유기물이 정교한 공예 기법에 의해 살아 움직인다.

영국의 공예가 Emma Witter의 아시아 첫 전시 <바다와 우리의 안녕을 위한 의식>은 소비하고 버려지는 주변의 다양한 폐기물을 수집해 섬세하면서도 아름다운 사물로 되돌려 놓은 작품이다

작가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자연을 향한 숭고한 의식을 집도한다. 테이블 위이 잔과 포크에는 조개와 소라 껍데기의 생의 이력이 고스란히 묻어나고, 하찮은 성냥은 소라의 몸에 붙어 다 다지 않은 생멸을 이어가고 있다. 피조개 껍질은 어깨를 이어가면서 한옥의 지붕과 몸통으로 건축되었다.

작가는 런던에서 작업한 작품들과 지난 열흘간 어피스어피스의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동안 서울에서 받은 인상, 영감을 담아 새롭게 창작해 낸 작품들이다. 서촌 ‘계단 집’의 조개껍데기, 택배 박스와 스티로폼, 와인 코르크 등 버려질 것들이 작가의 손을 거쳐 특별한 의미를 담은 작품으로 되살려 각각의 작품에는 풍부한 이야기가 재생하고 서로를 긴밀히 연결했다.

 

 

 

 

 

“먼 옛날 장마철에 신던 앙증맞은 한국 전통 나막신 한 켤레가 신비롭게도 영국으로 흘러왔습니다.” 작가는 하트퍼드셔의 한적한 골동품 시장에서 나막신을 찾은 Emma Witter는 나막신에 장식을 더하고 신비와 경이로움을 담은 그릇으로 재탄생시켜 유교적 이상을 구현하기도 했다.

Emma Witter가 발견하고 만들어낸 사물은 이전 기능의 흔적과 경험을 담아 사물의 언어와 함께 깊은 울림을 전한다. 또한 재료에 대한 감각적인 탐험과 그 존재의 부각을 통해 장소 감각을 이끌어낸다. 자연의 리듬과 삶의 소중한 디테일이 담긴 사물의 시는 물리적 물질과 촉각적 기억, 서양과 동양의 문화, 장식과 순수 예술의 경계를 넘나든다.

전시는 2024.01.21.까지 서촌의 어피스어피스(a.p.ap) 갤러리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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