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요당리 성지 대성당...서로 어우러져 곧게 뻗어가는 나무들의 기도

경기도 화성의 외진 길을 달리며 몸과 마음을 추스르는 사이 야트막한 동네의 언덕 위로 넓은 잔디밭이 펼쳐진다. 그간의 흔들린 마음을 위로라도 하듯 평온한 공기가 귓가를 스친다. 이곳이 바로 요당리 성지이다.

전상희 기자

woodplanet@naver.com | 2022-02-11 11:34:06

 

요당리 성지는 1801년 순조의 신유박해를 피해 서울과 충청도 등지의 신자들이 모여 형성한 교우촌으로 제천의 배론에 우리나라 최초의 신학교를 세운 장주기 요셉 성인이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당시 성리학 논리가 지배하던 조선 시대에 평등과 사랑을 전파한 혁명적인 종교적 주장으로 수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박해를 받고 목숨을 잃었다. 바로 이곳 요당리는 그런 순교자들의 얼을 기리고자 2006년 성지로 개발됐다.

 

 

성지 입구에서 안쪽 대성당으로 가기 위해선 아담한 단풍나무가 가지런히 심겨진 묵주기도의 길을 지나야 한다. 고즈넉한 성지의 대기를 흐르는 바람을 따라 단풍나무 잎들도 사각거리며 초록빛 춤을 춘다. 나뭇잎과 햇빛이 만든 아름다운 봄의 길을 따라 걸으며 고개는 하늘이 아닌 땅으로, 마음은 세상이 아닌 나로 향한다.


그 길의 끝에 대성당이 있다. 붉은 벽돌로 단단히 쌓아 올린 건물은 성지의 정 가운데가 아닌 조금 더 안쪽으로 치우쳐 있다. 푸근하고 넉넉하게 느껴지는 규모의 대성당 안으로 들어가면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알록달록한 햇살에 시간과 공간은 모두 방향을 잃는다. 거대한 건물 특유의 어색한 부유감이 느껴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이고 편안해지는 것은 기분 탓만은 아니었다.


고개를 들고 천장을 살펴보니 곧은 나무들이 구조미를 뽐내며 지붕을 받치고 있다. 2006년 성지 개발이 추진되면서 많은 종교 시설을 건축해온 현민 건설이 전체 건축을 진행했는데 이 중 지붕은 국내 집성목 기술의 선두 기업인 경민 산업이 시공을 맡았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만나는 구조목


지붕에 사용된 나무는 구조용 집성재(글루램)이다. 일반 목재의 1.5배에 달할 정도로 강도가 우수하고 변형이 적은 특징을 갖는 구조용 집성재는 그래서 특히 대규모 목조건축물에 적합하다. 이러한 특징이 요당리 성지의 대성당에 잘 나타나있다. 

 

공학적으로 촘촘하고 튼튼하게 접합한 구조용 집성재를 두른 지붕은 한 개의 기둥에 얹은 두 개의 서까래로 힘을 분산해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각 서까래들이 지붕의 무게감을 버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설치된 빔들은 두 개가 한 쌍이 되어 킹포스트가 수직으로 내려와 타이빔과 만나는 지점에 함께 만나도록 시공되어 있다. 직선이 서로 교차하며 보여주는 골조는 그 자체로 아름다운 모습을 선사한다.

 


의아한 점은 대성당의 다소 완만한 지붕이다. 원래 지붕각이 낮아질수록 하중이 증가하게 되는데 이는 지붕 전체의 하중뿐 아니라 바깥으로 향하는 하중도 감당해야 하는 양 끝단의 기둥에 더욱 무리가 가게 한다. 유럽의 지붕각들이 대체적으로 높은 이유도 그러해서다. 하지만 지붕 뿐 아니라 빔으로 쓰이는 목재 역시도 구조용 집성재이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안정감 있는 설계가 가능했다.


뾰족하고 공허하게 높기만 한 천장이 아닌, 쉽게 다가갈 수 있을 듯 완만한 지붕은 들어서는 사람들에게 안도감을 선물한다. 그리고 응집 형태의 천장 나무는 성당에 모여 기도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닮았다. 서로 힘을 다해 어우러져 지붕의 하중을 견디며 곧게 뻗어 있는 모습은 신을 향해 서로의 손을 잡아 일으키고 삶을 버티며 흔들리지 않고 걸어가려고 애쓰는, 바로 우리의 모습이다.


신의 가호가 있을 때까지 순례객들의 기도 소리가 대성당의 공간을 가득 채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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