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덮인 숲에서 집을 만난 반가움...캐나다 레이크 코티지

이인혜 기자

woodeditor3@woodplanet.co.kr | 2024-02-20 11:51:32

 

저벅저벅 눈 덮인 길을 걷는다. 하늘을 향해 쭉 뻗어있는 나무들 사이로 찬바람이 매섭게 몰아친다. 어둠이 내려앉은 겨울 숲을 걷노라니 바람에 나뭇가지가 스쳐내는 소리마저도 두렵게 느껴진다. 조급해진 사선이 멈춘 곳 불빛을 이정표 삼아 발길을 재촉한다. 그렇게 마주한 숲속의 오두막집에서는 따듯함이 흘러나온다. 얼었던 몸이 녹아내린다.

레이크 코티지(Lake cutnage)는 이름 그대로 호수 옆 작은집이다. 오두막 옆에는 카와타(Kawartta) 호수가 있고 주변에는 자작나무와 가문비나무가 호위병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람의 손을 타 지어진 집이지만 주변 풍경을 헤치지 않고 자연의 일부가 되어 함께 숨쉬고 있다. 자연은 집을 완성하는 가장 큰 부분이 되었다. 

 


자연, 집에 살다

이 집은 거실을 중심으로 주변의 작은 방들, 바깥과 실내를 연결하는 테라스, 옥상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거실은 하나의 큰 축이 되어 각각의 공간들을 하나로 엮어준다. 숲을 향해 있는 창을 통해 바깥 풍경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고 거실 곳곳에 여러 개의 창을 만들어 쏟아지는 햇빛을 온몸으로 흡수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집은 설계할 때 자연과의 조화를 가장 큰 목표로 삼았던 만큼 집안 곳곳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다.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거실은 바닥에서 천장까지 자작나무 합판으로 둘러싸여 있다. 자작나무 특유의 고운 결이 사방을 감싸고 있어 포근한 느낌을 준다.  

 

 


집의 한쪽 면을 깊게 파내어 테라스를 만들었다. 그 배열을 일반적인 직선의 모양으로 두지 않고 다양한 직경의 통나무를 불규칙적으로 심었다. 자유롭게 자리 잡고 있는 통나무의 단면 또한 자연스럽다. 테라스의 천장에 해당되는 부분에 그 공간을 꼭 채우는 커다란 거울을 매달아 바깥 풍경이 반사되도록 해 실내에 있어도 숲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집이 호수 근처의 숲속에 위치한 만큼 더욱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바로 단열과 온열의 확보였다. 가뜩이나 눈이 많이 내리고 영하의 날씨를 자랑하는 캐나다이니 말이다. 기본적으로 벽을 두껍게 세워 외부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차단했다. 다른 공간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거실에 벽난로를 설치해 온기가 사방으로 퍼지도록 했다. 또한 사방으로 나있는 창문을 통해 스며드는 자연광도 순수한 연료가 되어 집안에 훈훈함을 더한다. 

 

 


스치는 시선에도 느끼는 자연

검은색의 지붕은 하얀 눈과 대비되어 그 존재감을 명확하게 한다. 하지만 시선을 사로잡는 이유가 단지 색의 대비만은 아니다. A자 형의 지붕은 검은색 스틸과 탄화 삼나무로 이루어져 있다. 삼나무 탄화목은 일본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사용된 전통기법인데 이를 통해 해충으로부터 집을 보호하고 화재에 대한 저항력을 높았다. 기능적인 부분에서 나아가 짙은 색깔과 불에 그을리면서 생긴 독특한 표면의 질감은 외형적인 아름다움을 한층 부각시킨다. 

 

 


거실 벽에는 단단한 단풍나무의 몸통 그대로 누워 있다. 새로운 위치에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잘 건조시킨 뒤 비스듬히 놓인 계단으로서의 역할을 부여했다. 매끈하게 뻗어있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다락방 공간이 나온다. 경사진 지붕 모양 그대로 공간이 생성되고 물고기 비늘모양의 나무 형태로 한 벽면을 채워 입체감을 주었다. 거실을 향해 뚫려 있는 여러 개의 구멍을 동해 아래층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 하늘을 향해 있는 창문을 통해 오후의 햇살이 내려앉는다.

숲속 작은집의 사람들은 자연이 주는 고요함과 함께 만족하며 살고 있다. 특히 흐르는 시선에 따라 풍요롭게 자리 잡은 창문 너머의 바깥 풍경에 매일이 행복해 한다. 안과 밖의 경계가 없고 인간과 자연의 구별이 없다. 누구나 한 번쯤 살고 싶은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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