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 STORY] 진정한 클래식의 부활, 무아쏘니에

대담하면서 기품이 느껴지는 컬러와 고풍스러운 여성적 라인으로 대변되는 무아쏘니에(Moissonnier). 무아쏘니에가 생활 속 명품으로 자리한 데는 루이 15세 양식과 동시대의 모던한 감각을 하나의 스타일로 완성시킨 장인정신에 있다

오예슬 기자

woodeditor3@woodplanet.co.kr | 2023-07-28 11:54:00

 

황홀경이다. 눈앞을 덮칠 듯 생생한 컬러와 그 위로 굽이치는 아칸서스무늬가 보는 이의 혼마저 매료시킨다. 화려하게 수놓인 브론즈 장식을 만지노라면 살롱을 누비던 그 시대 귀족이 된 마냥 품격을 차리게 된다. 1885년 4월 21일 작은 규모의 가구 공방을 차린 에밀 무아쏘니에(Emile Moissonnier) 또한 간접적으로 경험했던 18세기 양식과 자신이 살고 있는 19세기 양식에 큰 감흥을 느꼈으리라 짐작된다.

실제로 무아쏘니에 가구는 루이 15세, 16세 스타일로 설명된다. 자유와 향락의 시대였던 만큼 루이 15세 스타일은 화려함의 극치를 달려 곡선으로 구성되는 자유롭고 감각적인 장식이 지배했다. 무아쏘니에 테이블에서 보이는 S자형 카브리올(cabriole) 레그와 무성하게 뻗은 아칸서스 잎 장식이 그것. 이와 반대로 절제된 디자인의 종려잎과 장미 장식, 그리고 일자 형 다리 또한 눈에 띈다. 이러한 디자인은 루이 16세 스타일을 반영한 것으로, 고전주의의 영향을 받은 간결하고 단아한 라인과 장식성을 배제한 식물무늬를 표현한 것이다.

에밀의 뒤를 이어받은 가브리엘(Gabriel) 무아쏘니에는 이러한 프랑스 가구의 전통을 이어가는 가업에 충실했지만 시대가 요구하는 스타일에는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옻칠한 가구 위에 수려한 장식을 입히는 것만으로는 트렌드를 이끌 수 없었던 것이다. 이후 1976년 장 루(Jean-Loup) 무아쏘니에가 3대 사장을 맡으면서 무아쏘니에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그의 빼어난 예술적 감각은 원목에 컬러를 입혔고 복잡한 장식을 우아하고 세련된 라인으로 바꾸어놓았다. 클래식이 모던을 만난 결정적 순간이 바로 장 루의 시대다.
 

 




300년 전 아름다움을 수놓다


현재 무아쏘니에를 이끌고 있는 4대 사장은 장 루의 처남인 장 프랑수아(Jean-François). 경영에 능한 그는 무아쏘니에 스타일을 세계의 디자인 트렌드 중 하나로 확립시켰다. 세계를 홀린 디자인은 브르겅 브레스(Bourg-en-Bresse)에 자리한 가구 작업장에서 완성되고 있다. 공장(factory)보다는 작업장(workshop)이라는 말이 더 적절한 것은 30여 명의 장인들이 각각 자신이 맡은 가구를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제작하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검증된 장인들의 수작업을 신뢰하기 때문에 작업실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프랑스를 떠난 적이 없다.

무아쏘니에의 신념 중 하나는 ‘가구의 품질은 목재에서 온다’는 것이다. 때문에 여러 목재소와 20년 넘게 거래를 트고 있으며 목재에 1% 하자가 있더라도 그 목재는 구입하지 않는다. 이집트산 무화과나무를 포함해 100여 종이 넘는 수종을 사용하지만 주로 사용하는 것은 야생 벚나무와 참나무다. 기본적으로 4년 이상 자연 건조하여 사용하는데, 건조장에는 2대 사장 가브리엘이 구입했던 ‘건조 50년차’ 목재도 있다. 완벽한 건조 덕분에 2주가 넘는 해외 배송 과정에도 변형과 뒤틀림이 극히 적다.

 

그런데 새 가구인데도 벌레 먹은 구멍과 흠집이 여기저기 보인다. 컴플레인을 걸게 아니다. 모두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상처다. 1700년대에 사용된 듯한 흔적을 남기기 위해 자연스러움을 최대로 살린다. 벌레가 갉아먹기 시작하는 부분이 다리이기 때문에 그곳에 구멍을 많이 내고, 팔과 팔꿈치가 스치는 가장자리와 발로 차이는 다리 아래쪽에 흠집을 표현한다. 이미 대를 물려 쓴 것 같은 무아쏘니에 가구는 그 특색으로 인해 당연히 물려 써야 할 귀중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무아쏘니에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색과 브론즈 장식에서도 시간의 더께가 만든 고색이 느껴진다. 총 40여 가지가 넘는 색은 대담하지만 시간을 머금은 풍미가 느껴진다. 흑백의 기본 컬러부터 가든그린(garden green), 양귀비(coquelicot) 등의 단일 컬러, 다이아몬드 패턴과 도트 무늬까지 라인업 되어 있다. 화룡정점이라 할 수 있는 브론즈 장식은 특허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그 디자인과 가공 처리가 다양하다. 금은 도금 및 페인팅, 크로밍(chroming), 옻칠이 가능하며 그 위를 산화 처리해 녹청을 만들기도 한다. 이렇듯 오래 건조된 목재와 세월에 묵은 색, 그와 같은 시간을 거친 검푸른 녹이 어느 하나 힘을 잃지 않고 서로를 단단히 받치고 있다.

무아쏘니에는 시간이 모여 세월이 만든 흔적을 사랑한다. 그리고 그 흔적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그 아름다움에서 힘을 읽어 낸다. 시간에 맞서지 않고 세월을 거스르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비록 먼 나라 프랑스, 그것도 18세기 귀족이 향유했던 그들만의 미의식이지만 수많은 이들이 무아쏘니에를 세계의 디자인, 현재의 디자인으로 보는 이유다.

작업장의 한 구석엔 에밀과 가브리엘이 디자인한 가구 본이 차곡차곡 쌓여있다. 자손들은 그것들을 애정 어린 손길로 쓰다듬으며 배우고 또 배운다. 무아쏘니에의 전통은 그렇게 128년 동안 숨 한 번 차지 않고 달려왔던 것이다.

 

무아쏘니에 가구 인테리어 TIP

색과 장식이 뚜렷한 무아쏘니에 가구는 주변을 화이트로 심플하게 꾸미거나 혹은 반대로 가구 컬러와 비슷한 색의 벽지, 아이템, 패브릭으로 볼드하게 단장할 수 있다. 팝아트적인 실내와도 어울리지만 우리나라 고가구, 백자와도 조화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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