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공예 디자이너] 젊은 예술가의 모험...책을 읽는 또 다른 방법, 에드가 올레이네타의 작은 조각
전미희
| 2026-03-11 12:31:12
한동안 전 세계는 퓨전이라는 단어로 떠들썩했다. 음식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예술 또한 장르의 구분이 점점 모호해지고, 서로 다른 장르가 합쳐져 새로운 콘텐츠를 창조해내고 있다. 멕시코의 디자이너 에드가 올레이네타 또한 장르의 구분 없이 예술 전반에 걸쳐 활동하고 있을 정도로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영상, 회화, 실크스크린, 가구디자인까지, 아직 젊은 디자이너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생각의 전환을 시도하는 중이다.
예술을 읽는 새로운 방향
에드가 올레이네타가 최근 선보인 ‘뉴 디렉션(New direction)’은 무엇을 나타내는지 한 번에 파악하기 어렵다. 어떤 작품은 단박에 알 정도로 주제와 표현이 명확하지만, 또 어떤 것은 전혀 감을 잡기 어려울 정도로 추상적이다. 이 시리즈를 잇는 공통된 테마는 무엇이며, 또 이 작품의 장르는 어떻게 규정지어야 할까. 일련의 작품을 보면서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책이다. 매 작품마다 등장하는 책은 모두 미국 뉴 디렉션 출판사의 뉴 클래식 시리즈다. 표지의 디자인은 미국의 그래픽 디자이너인 엘빈 루스틱이 담당한 것으로, 디자인은 단순했지만 주제를 집약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종이에 그려진 디자인을 3차원으로 옮긴 것이 바로 에드가 올레이네타의 ‘뉴 디렉션’ 시리즈다.
에드가 올레이네타의 작품은 엘빈 루스틱의 표지 디자인에서부터 출발했다. 엘빈 루스틱은 1945년부터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10년 동안 뉴 클래식 문학 시리즈의 커버를 디자인해 온 디자이너로, 기존의 표지 디자인과는 달리 그의 작업들은 추상적이었으며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혁신적인 접근 방법으로 틀에 얽매이지 않은 새로운 성격의 커버 디자인을 제시했다.
“엘빈 루스틱의 디자인은 그를 알기 전부터 매우 매력적이고 흥미로웠어요. 바우하우스나 유러피언 그래픽 디자인은 고루하게 느껴지거든요. 하지만 루스틱은 좀 더 실험적이고 모험적이며, 그의 디자인은 일러스트레이션을 넘어 하나의 예술적 장르처럼 보여요. 그가 작업한 표지들은 책의 주제를 문자 그대로 드러내지 않으니까요.”
엘빈 루스틱의 디자인이 궁금증을 일으키는 것처럼, 이를 밑바탕으로 탄생한 에드가 올레이네타의 조형물 또한 실험적이고 추상적으로 형성됐다. 올레이네타는 일차적으로 책의 콘텐츠와 커버 디자인에서 정보를 얻고, 이 무형의 두 자료에 재료와 기법을 더하여 3차원의 조형물을 만들어낸다. 그가 택한 소재는 월넛이었다. 나무는 자신이 생각을 담기에 충분한 재료였고, 특별한 디자인을 가미하지 않아도 기본적으로 색과 무늬가 아름답고 문학의 감수성을 자극하기에도 적합했다. 월넛을 통해 그는 더욱 자유롭게 문학적인 상상력을 표현할 수 있었다.
“제 작품은 조각이면서 동시에 책과 함께하는 오브제로서,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책을 읽을 수도 있어요. 책을 기반으로 탄생했기 때문에, 표지의 디자인은 물론 책의 내용과도 상호작용 하도록 제작했고요. 그래서 제 작품이 좀 더 현실세계와 가까워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의 작업에 있어서 가장 큰 특징은 혼합적이라는 것이다. 이전부터 줄곧 여러 장르를 혼합하여 새로운 예술의 영역을 선보였듯이, 이번 ‘뉴 디렉션’ 시리즈 또한 북 디자인이라는 장르까지 끌어들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문학적인 성격까지 반영하여, 조형물에서 문학적인 이야기도 읽어낼 수 있도록 했다. 그의 첫 가구라인 Cessna(2000)도 문학적 영감을 더해 탄생했다. 이 작품은 미국의 가구디자이너 찰스 임스의 의자에서 출발해, 영국 작가 J.G. 발라드의 소설로 마무리 됐다. 소설 속 비행 장면에 영감을 받아 찰스 임스의 의자를 하나의 비행기처럼 묘사한 것이다.
이처럼 그는 사소한 일상부터 사회현상까지 세상의 모든 현상을 적극적으로 작품 안에 들여와 하나로 뒤섞는다. 그의 작품이 낯설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친숙한 이유도 사회와 동떨어진 주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예술은 세상과 무관하여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우리의 일상과 사회, 경제, 문학까지 여러 장르와 끊임없이 소통하여야만 고이지 않고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감히 도전하고 모험하는 디자이너 에드가 올레이네타, 그의 앞에는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가 놓여 있다.
사진 Edgar Orlaine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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