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와 여생을 보낼 집, ‘아타미하우스’
이인혜 기자
woodeditor3@woodplanet.co.kr | 2024-02-20 12:41:41
일본 시즈오카 현의 아타이시 집에서 조금만 걸어 나가면 이웃한 바다를 만날 수 있다. 바다의 흰 모래사장은 쏟아지는 달빛에 물든다. 파도소리 곁에 두고 없이 걷는다.
콩나물처럼 커가는 아이들이 있을 때는 넓은 공간이 필요했지만 부부가 오롯이 지낸 집은 그리 크지 않아도 된다. 장성한 자식들이 집에 놀러와 함께 밥 한 끼하며 시간을 보내고, 오래된 지인들과 함께 추억을 안주삼아 술잔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일본의 '아타미 하우스는 정년퇴직을 앞둔 두 부부의 요청으로 신축된 집이다. 1950년대에 지어진 이 집은 건축주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며, 그곳에서 가정도 꾸렸다. 그들은 은퇴 후 인생의 또 다른 시작을 맞이하며 오랜 시간을 보낸 집을 다시 꾸며보기로 했다.
효율적이고 감성적인 공간
아타미하우스는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을 하는 김한승 건축가에 의해 새롭게 태어났다. 그는 철근 콘크리트구조의 1층 주차장과 창고 36㎡을 포함해 111㎡ 목조주택으로 설계했다. 1층은 습기, 부식, 지진 등으로 인해 손상 방지하기 위해 경사진 지면에서 벗어나 철근 콘크리트로 지었다. 벽체는 목조 프리컷 방식을 사용했고, 외장은 합판 위에 아연도금 철판을 덧붙였고, 방부방습제를 칠한 목재 사이딩으로 마감했다.
1층은 바이크 마니아인 건축주의 의견을 수렴해 넓은 주차공간으로 설계했다. 주차장 확보가 힘든 일본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효율적인 공간을 만들어낸 셈이다. 본격적인 주거공간은 2층에서부터 시작된다. 평소에는 부부만 생활하는 곳이라서 고정 칸막이로 공간을 나누지 않았다. 서로 높이가 다른 칸막이를 중앙에 배치에 벽의 역할을 하도록 했다. 그런 이유로 비교적 좁은 공간이지만 막히는 곳 없이 유연하게 흐른다. 평소에는 한 공간처럼 사용하다가 가족이나 친지가 방문했을 때는 침실과 게스트 룸으로 나누어 사용할 수 있다.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만들면서 생긴 공간에는 잡다한 물건들을 숨겨둘 수 있는 수납장을 짜 넣었다. 옛집은 작은 공간으로 나눠져 친척이 와도 다 같이 모이기 힘들었다. 그래서 3층은 널찍하게 설계했다. 부업과의 동선도 짧아 찾아온 손님들과 함께 요리를 하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많은 기억을 간직한 땅 위에 지은 집 아타미 하우스. 이제부터 또 다른 기억으로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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