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의 공간... 애프터문의 시간이 쌓이는 공간

길에서 만난 친구들은 식구가 됐고, 나무를 만지는 시간은 쌓여 확신 있는 가구가 됐다.

허재희 기자

woodplanet@naver.com | 2021-06-16 12:4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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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를 달려 어느 한적한 교외 종점에 멈췄다. 스마트폰의 지도 앱을 봐도 감히 잡히지 않았다. 그래도 찾아갈 수 있겠지 싶어 길을 걷다 두려운 마음이 커져 전화를 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애프터문의 보스 문상훈 목수가 흰색 윈스톰을 몰고 와 추위에 떨고 있는 기자를 픽업했다. 차를 얻어 타고 공방으로 가면서 공방 식구인 호두와 관우를 떠올렸다.

작고 소중한 생명을 돌보는 일

애프터문에는 세 명의 사람과 열 마리의 동물이 함께한다. 문상훈 목수와 그의 아내이자 공방의 매니저 역할을 맡은 신연정 씨, 지난봄 애프터문의 스텝이 돼 미모를 담당하고 있는 현지혜 씨 그리고 고양이 다섯 마리와 개 다섯 마리. 이들 중 누구도 사연 없는 이들이 없다. 고양이 호두를 만난 건 재작년 겨울. 집에 올라가는 상훈 씨의 뒤를 고양이 한 마리가 따라왔는데, 밥을 얻어먹고도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아 공방 식구가 됐다. 반년 전 호두가 낳은 다섯 마리의 새끼 중 한 마리를 입양 보내고 남은 네 마리가 공방에 남아 호두 군단을 일궜다. 다섯 마리의 개 중 한 마리인 관우와의 인연도 각별하다.

 

 

실수로 옆집에 맡겨진 관우를 다치게 했고 치료해주고 나서야 잡아먹힐 운명이란 걸 알았다. 자신들이 돌보는 쪽으로 관우의 운명을 바꿨더니 이젠 앞집에 사상충에 걸려 방치된 개 상근이가 눈에 들어왔다. 결국 앞집 할머니와 두 개를 바꿔 돌보기로 했다. 그런데 상근이와 마찬가지로 방치된 관우가 자꾸 새벽에 줄을 끊고 상훈 씨네 집으로 달려왔다. 자꾸 말랐고 밥을 주면 허겁지겁 먹기 바빴다. 관우가 또다시 줄을 끊고 도망 온 어느 새벽, 그런 관우를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던 연정 씨가 할머니 몰래 관우를 공방 마당에 데려다 놨다. 그렇게 하나둘 식구가 늘어 오늘의 애프터문 일가가 됐다.

몸을 움직여 만들어내는 가구

사그라지는 생명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가구엔 어떤 마음이 담겨 있을까. 상훈 씨는 일단 모든 공정에서 사람 손을 거치기 때문에 많은 정성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손을 떠나 어떤 공간에 놓였을 땐 스스로 존재감 있는 물체였으면 좋겠어요. 아직 스스로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결과물을 보고 당혹스러운 순간보다 보람을 느끼는 순간들이 더 많아지는 걸 보면 앞으로 더 좋아질 거란 확신이 있어요.”

 

 


상훈 씨의 전공은 조각이다. 대학에 들어가 꿈꿨던 순수 작업과 현실의 괴리를 느껴 빠르고 깨끗하게 그 길을 포기하고, 졸업 후엔 그래픽 일을 했다. 가상의 공간을 다루다 보니 실제 물질이 그리워졌다. 그 갈망이 점점 커져 가구 공방을 찾아가기에 이른다. 나무를 만지고 집에 돌아오는 상훈 씨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도 밝았다. 그래서 그가 진지하게 전업 이야기를 꺼냈을 때, 연정 씨는 오히려 잘 됐다 싶었다. “머리를 써야 즐거운 사람과 몸을 움직여야 즐거운 사람이 따로 있더라고요. 보스 같은 경우엔 몸 쓰는 일에 대한 갈망이 해소되지 못하고 나쁜 식으로 쌓여만 가고 있었던 거죠. 그래서 자꾸 예민해지고. 가구를 만들고부터는 정말 즐거워하는 게 눈에 보여서 그냥 하라고 했어요.”

그렇게 나무를 만진 지 10여 년쯤 되던 2014년 겨울, 그의 성을 딴 가구 브랜드 애프터문이 세상에 나왔다. 병원에서 약사로 일하고 있는 연정 씨는 기꺼이 애프터문의 매니저 역할을 맡았다. 둘은 공방을 시작하며 1년 단위의 수익 목표를 정했는데 일단 올해의 목표는 이룬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건강한 마음이 자라는 공간

상훈 씨와 연정 씨는 아늑한 이층집에 산다. 전에 살던 곳의 집주인이 전세금을 주긴 어렵고 집을 주마, 해서 가리지 않고 받았다고 했다. 점심 전에 끝날 줄 알았던 인터뷰가 길어져 부부의 집에 도착하니 점심때가 됐다. 연정 씨는 마침 장 봐둔 게 있다며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요리를 하고 상훈 씨가 부엌을 서성이는 모습은 소담스러운 느낌을 자아냈다. 둘은 공방에서도 함께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집에서는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편이다. 각자 1층과 2층을 차지하고 할 일을 하는 바람에 게스트하우스 같은 광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함께 시간을 보낼 때는 두 사람 모두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둘은 대학 락 밴드에서 선후배 사이로 만났다) 미뤄뒀던 영화를 한꺼번에 몰아서 보는 편이다. 이들은 자본의 창출보다 작업 결과물 창출에 더 큰 관심이 있다. 그래서 그들에겐 삼만 평의 산이 필요하다.

 

 

 

 


“저희는 지금 있는 지혜 씨도 그렇고 앞으로 채용할 직원도 그렇고, 누구든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는 부속품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분들이 애프터문이라는 시스템 안에서 자기의 역량을 최대치로 발휘하며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길 바라죠. 저희가 한발 뒤로 물러나 있어도 그분들만으로 애프터문이 문제없이 운영되는 거예요. 누군가는 이 안에서 자신의 가구 디자인 라인을 만들기도 하고요. 그리고 더 먼 미래에는 삼만 평 정도의 산을 사고 싶어요. 산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산발적으로 작업실, 연구실, 쇼룸 등을 만들 거예요. 그 정도의 공간이면 직원들에게 더 좋은 작업 환경을 제공할 수도 있을 거고, 직원의 가족들도 부담 없이 놀러 와서 자신의 가족이 일하는 모습을 자랑스럽게 바라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여력이 되면 직원과 그 가족들을 공예의 가치를 인정받는 나라로 여행을 보내 롤모델을 직접 보고 오게 하고 싶기도 해요. 그렇게 저희와 오래오래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어요. 또 그렇게 되면 더 많은 동물 친구들과 함께할 수도 있겠죠?”

다정한 음식과 유쾌한 사람들, 그들과 마음의 맥을 같이 하는 또 다른 사람들, 경계했다가도 예뻐해 달라며 다가오기를 수차례 반복하는 동물 친구들로 가득한 삼만 평의 공간을 떠올리곤, 오후 세 시의 해만큼 따사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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