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 리틀 사서를 만나러오세요... 이문 어린이도서관
도서관을 빙자한 놀이터가 아닌가 생각했다. 미송합판으로 짠 나무박스와 계단을 우당탕탕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사서 선생님은 오히려 흐뭇한 얼굴로 바라본다.
송은정 기자
woodeditor2@woodplanet.co.kr | 2024-06-14 13:27:47
지하철 1호선 외대역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경희대학교 후문에서 내린 뒤, 다시 또 경사진 언덕을 오르자 그제야 ‘이문어린이도서관’이 눈에 들어온다. 천장산 아래 자리한 이곳의 다른 이름은 ‘숲속 작은 도서관’이다. 상큼한 연두색으로 칠한 입구가 이곳이 자연과 생태를 모토로 한 공간임을 알려준다.
애들아 뛰어도 괜찮아
도서관이 들어선 40년 된 2층 건물은 오랫동안 경로당으로 쓰여 왔다. 지금이야 아이들이 제 집처럼 드나드는 편안한 공간이 되었지만, 한때 이곳은 동네에서도 우범지대로 여겨졌던 곳이다. 골목 끝자락의 외진 위치에다 가파른 경사 때문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던 까닭이다. 하지만 도서관이 생기면서 이야기는 달라졌다. 근처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이 선생님과 산책을 마치고 이곳에 들리는 것이 필수 코스가 되었을 만큼 오고가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프로젝트를 맡은 유타건축의 김창균 소장이 생각한 좋은 어린이도서관이란 아이들이 정자세로 앉아 조용히 독서하는 대신, 자유롭게 공간을 활보하며 책을 접할 수 있도록 부추기는 공간이다. 도서관을 위탁운영하고 있는 푸른시민연대 역시 건축가의 이러한 방향성을 진즉 알아차렸다. 아이들이 독서 대신 그림을 그리고 방석을 모아 집짓기 놀이를 한다고 해서 결코 나무라지 않는다. 마음껏 에너지를 쏟아내고 나면 어느 샌가 자리에 앉아 책을 손에 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흥미는 어른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자리에서 발생한다. 1층 출입구에서 보이는 다락을 닮은 공간은 의외로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 중 하나다. 높은 단을 두 번 올라야 닿을 수 있는 아담한 공간은 일종의 아지트 역할을 한다. 한두 명이 겨우 앉을 수 있는 이곳에서 아이들이 어떤 작당을 꾸밀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2층 열람실 역시 세 구획으로 나뉘어져 있어 원하는 장소로 자리를 옮겨 다닐 수 있다.
특히 삼각지붕을 얹은 집 모양의 나무 박스는 새로운 공간으로 이동한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실제로도 도서관 밖까지 공간을 확장함으로써 텃밭을 가꾸고 천장산의 곤충과 식물들을 만나러 갈 수 있다. 아이들이 책을 보고 친구들과 노는 동안 함께 온 엄마에게도 자유시간이 주어진다. 2층의 야외 데크는 엄마들의 수다가 끊이지 않는 사랑방인 셈이다.
이곳 도서관에는 ‘리틀 사서’라 불리는 9살 하연이가 있다. 책을 좋아하는 소녀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주말마다 도서관에 나와 사서 선생님을 돕는다. 게다가 개관한지 3개월 만에 3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찾아와 숲속지기를 자처하고 나섰다. 이렇게도 열혈 팬이 많은 도서관이 또 있을까.
설계 김창균, 장근용, 조명선
위치 서울시 동대문구 천장산로9길 68
면적 1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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