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공기가 풍류하는 제주 공간 ... <소우주 주택+마카로니 스테이>

건축 내외장을 원목으로 완성한 건축물
재료의 순순성이 돋보이는 제주주택
자연이 전하는 내밀한 공간

육상수 칼럼니스트

ssyouk@woodplanet.co.kr | 2023-05-15 13:28:06

▲ 제주 '소우주' 주택 전경. 작은 공간이지만 공간 분할과 일체 동시에 지향해 독특한 건축미를 드러내고 있다.

 

3년 전, 제주의 현무암과 풀이 무성했던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400여 평의 대지는 새 건축주를 만나면서 사람의 호흡과 일상을 수용하는 작은 우주를 재생해야 했다.

인근 영어마을 아파트에 사는 건축주는 매일 현장에 들러 땅의 형상과 기운을 탐지하면서 설렘으로 가족과 여행자를 위한 복합 하우스를 상상하기 시작했다. 먼저 건축가의 건축을 탐구한 결과 유타건축사무소 김창균 소장을 선택했다. 이유는 가장 안정적인 형태의 건축을 위해서였다. 그 후 일 년 동안 건축주와 건축가는 대지를 앞에 두고 수많은 집을 그리고 지우는 작업을 반복한 후 공간의 분할로 형태미를 드러낸 여섯 개의 박고 지붕 건축 도면을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원목 주택의 탄생

 

▲ 외부 상부 목재는 이페, 아프리카체리, 아프젤리아, 부빙가, 임파스, 사구라, 샤벨 등 7종의 목재를 복합적으로 사용했다.


▲ 건축주가 머무는 공간과 게스트하우스 경계는 낮은 돌담장으로 분리해 공간의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다.

 

소우주 주택의 건축주는 애초부터 목재가 풍성한 주택을 고려했다. 그것도 부분이 아닌 전면적으로 목재가 잘 쓰인 자연주의 주택을 갖고 싶었다. 40년 가까이 서울의 강남에 살다가 이주한 제주도인데 굳이 콘크리트 구조의 집에 살고 싶지는 않아서였다.

문제는 목재의 수종과 수급, 외장 부분의 시공과 사후 안정성에 대한 담보였다. 그런 이유로 건축의 외부 마감재는 나무에서 돌과 타일, 다시 타일에서 나무로 번복되기를 수차례 거듭한 후 최종적으로 목재 마감으로 재결정하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김창균 건축가와 시공을 맡은 (주)스튜가목조건축연구소, 목재 공급을 맡은 유림목재 목재전문가들이 모여 숙의를 거듭해 수종과 시공법 등을 정리해 나갔다.

주택 외벽의 하부는 두라스택 솔리드 타일로, 상부의 처마 아랫부분은 폭 45mm,, 두께 18mm의 이페, 아프리카체리, 아프젤리아, 부빙가, 임파스, 사구라, 샤벨 등 7종의 목재를 복합적으로 사용했다. 다수종의 목재를 외장에 사용한 이유는 목재의 건조 상태가 최적화된 것이 큰 이유였다.

주택의 내부 벽체에는 최고 등급의 웨스턴햄록을 사용했다. 햄록은 소나무와 잣나무의 속성을 가진 목재로 부드러운 향과 깨끗한 공간감이 거주인에게 유익함과 좋은 감성을 줄 것으로 기대됐기 때문이다. 박공 지붕의 내부 공간 바닥은 북미산 홍송을 시공해 웨스턴햄록과 어울림을 주었고, 1층 거실과 복도 상부는 브라질오크로 마감했다.

고급목재를 사용하는 방법

 

▲ 거실과 복도, 현관에서 방으로 이어지는 천장은 브리질오크로 장식했다.

 

 

▲ 각 방은 목재 외에는 별다른 장식을 하지 않아 원목의 느낌에 집중하게 했다.


▲ 게스트하우스의 거실과 방. 내부 공간은 웨스턴햄록으로 연출했다.


▲ 욕조 천장은 북미산 옐로우시더를 사용했다.


▲ 다락방의 천장은 웨스턴햄록, 마루는 북미산 홍송을 사용했다. 


▲ 계단판은 멀바우, 아프젤리아, 체리 원목으로 시공했다.

 


공간 장식에 해당하는 계단은 두께 24mm로 가공한 멀바우, 아프젤리아, 체리 원목을 사용해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요즘 주택의 계단은 대체로 자작 합판이나 10mm 폭의 좁은 간격으로 집성한 계단재를 사용한다. 하지만 소우주 주택은 계단의 쓰임과 디자인을 만족할 수 있도록 비용을 아끼지 않았다.

외부 데크는 환경의 변화가 심하고 관리가 어려운 점을 고려해 기성재가 아닌, 폭 50mmm, 두께 38mm 멀바우 각재를 특별히 주문해 시공했다. 특별히 화장실 내부는 은은한 피톤치드 향과 곰팡이에 내성이 강한 북미산 옐로우시더를 사용해 일본산 편백나무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소우주 주택은 건축주와 게스트하우스가 하나의 건축이면서 독립된 구조를 이루기 위해 6개의 박공지붕으로 통일성을 주었고, 대지를 4분할해 안거리와 밖거리로 나누어 개별 공간을 창출했다. 여기에 수평과 수직의 비례감 조화로 건축의 아름다움을 묘사했다. 이런 요소는 소우주 건축의 바닥면이 고작 60평이면서도 시각적 확장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언제부터인가 제주가 이방인의 단순한 여행지가 아닌, 감성과 휴식의 섬으로 부상하면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런 추세와 함께 새로운 정착지로 모색되면서 현대식 디자인을 앞세운 건축들이 앞다투어 지어졌다. 하지만 그 중에는 외형만 앞세우거나 일시적 트렌드로 그치고 말 건축도 다수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나무집 소유주 역시 모든 조건을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자연 소재 그대로의 민낯이 전하는 '위로의 건축'에 일조한 것은 분명하다.

땅과 공간과 재료의 조화


 

건축의 내외장 대부분을 원목 그대로 사용한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온전하게 전할 수는 없겠지만, 순 원목으로 집을 지어 본 경험이 있는 건축주라면 그 사정을 이해하고도 남을 것이다. 건축의 효율과 경제적 이유 때문에 화학재료를 쓸 수밖에 없는 현실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집이라면, 그것도 가족 구성원의 삶에 한 번 더 고민한다면 건축에 있어 재료의 선택은 가장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다.

제주 소우주 주택이 특별한 이유는 진정으로 잘 사는 조건에서 집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그 고민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집을 짓는 데 있어 목재를 제대로 사용하겠다는 결정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다음으로 시공 전후에 발생할 위험 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건축 관계자와 숙의하는 과정에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다. 향후 10년 뒤 이 집이 어떤 건축으로 그 가치를 유지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재료와 공법에 있어 원칙에 충실하려 했던 그 마음만큼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건축: 설계 유타건축사무소(김창균)
시공: 스튜가목조건축연구소(김갑봉)
목재: 유림목재(손현복, 양우정)
사진: brackets, 텍스처 온 텍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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