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빈의 개인전 《원심여정 原尋旅程 –　생성의 시원을 향하여》이 11월 26일부터 12월 7일까지 인사동 KCDF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그의 작품에는 우주의 생성 원리와 생명의 발생 구조, 그리고 그로부터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조형적 현상들이 두드러진다. 그는 자연현상 속에서 얻은 통찰을 도예의 과정에 투영하여, 흙이 빚어지는 흐름과 형태가 전환되는 순간을 작품 속에서 포착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Proto-:원原’, ‘Shifting Moment:변용하는 순간’, ‘Mikrokosmos in a Bowl:그릇에 소우주를 담다’ 라는 세 가지 구성의 조형세계를 선보인다.

 

작가에게 ‘원(原)’은 자연의 섭리와 태초의 이미지를 의미하며, ‘잉태’라는 개념을 품는 기반으로 작동한다. 하나의 도자기가 완성되기까지 인위적인 개입과 창작적 판단이 불가피하지만 반면에 그 먼저 자연의 요소와 원리에 의해 제약되고 규정된다. 흙, 물, 바람, 불이라는 네 요소는 도예라는 매체를 통해 서로 얽히며, 생성과 변화의 과정을 형성한다. 작품 표면에 드러나는 은빛의 선들은 새로운 생성이 일으키는 외형적 변화를 가시화한 것이다.

임영빈 작가에게 검정은 핵심적 요소다.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공개하는 신작 시리즈 역시 검은빛의 우주를 상징한다. 신작은 생성적 존재의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 색감의 변주를 시도했다. 작가의 작품 성형방법은 먼저 여러 방향에서 각도를 달리하며 코일링(coiling)기법으로 형태를 만들고, 흙슬립(slip)을 칠해 주름진 질감을 강조하는 표면의 디테일을 더한 뒤 일부 주름에는 수은을 상회하여 난반사하는 효과를 추가한다. 이는 사물이 끊임없이 변이한다는 사실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려는 작가의 시도이며, 감상자가 무기질처럼 보이는 물질 속에서도 유기적 생명력을 느끼기를 바라는 마음이 깃들어 있다.

공진원 전주희 공예진흥본부장은 “임영빈 작가는 꾸준히 독창적인 도자조형을 탐구해 온 작가로, 이번 전시는 관람객들에게 흙에 내재된 생명성을 새롭게 해석한 그의 작품세계를 보다 심도 깊고 다각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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