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점수 <함처 含處, 머금고 머무르다>...시간과 근원의 새로운 장소성을 제시

물질의 위치를 추상한 조각
의미보다 상태에 집중해 생과 시간의 흔적을 이해
풍경과 공기를 머금은 나무조각 20여점 전시

육상수 칼럼니스트

ssyouk@woodplanet.co.kr | 2023-05-28 14:13:59

 

추상조각의 대표적 작가 나점수의 개인전 <含處, 머금고 머무르다>가 지난 5월 24일 성수동 '더페이지 갤러리'에서 열렸다.

조각에 있어 탐험과 철학의 여정을 거듭해온 작가는 자연이 인도하는 풍경, 공기, 토양에 전적으로 동화되는 삶을 추구해왔고, 이를 창작의 원동력 삼아 세계관의 연속성, 한계, 그리고 깊은 성찰을 마주해왔다.

나점수의 작품을 구조하는 ‘물질의 위치’는 생과 시간의 흔적을 이해하기 위한 수단이면서 자연의 물체들이 옮겨져 온 상태, 즉 생긴 그대로의 존재를 온전히 받아들이도록 하는 내적 심리를 안내하고 있다. 

 


작가는 “같은 지푸라기라도 보고 느끼는 것은 사람마다 다른 경험에 달려있다. 다만 상태로 보기 시작하면, 그 순간부터 의미는 생긴다. 흙덩어리에서 물이 마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편견 없이 사물의 본질을 볼 수 있다.”라고 말한다.

이는 작품에 자연의 존재와 물질의 상태를 강조한 것으로 일반적인 분류와 묘사 방식의 한계를 너머 새로운 사고방식을 탐구하는 작가의 세계관을 강조한 것이다.

전시장 바닥에 자유로이 나뒹굴고 있는 목조각은 애초부터 전시 공간에서 생성하고 자라난 듯한 질량을 아우른다. 접합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질료의 물성은 작가의 지속적 표제인 ‘사단 칠정(四端 七情)’의 연속과 분리를 교차하는 세계관을 머금고 있다.  

 

 

 


조각의 표지는 수천 번의 톱질과 수만 번의 끌질로 재료의 민감성을 긴장감으로 대처하고, 몸통의 보이드(void)는 자연과 인간, 생명의 순환, 기억과 표현의 한계, 언어의 진실성을 공명하고 있다.

조각가 나점수의 섬세한 미니멀리즘 표현주의는 실재성을 머금는 것과 동시에 자유의 출구로 밀어내는 현실과 이상의 세계를 관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전시는 6월 30일까지 더페이지 갤러리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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