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光化)를 이루는 어느 공간의 빛... 양정모 개인전 <Paper Lamp, New Typologies>

종이를 발라 만든 지등(紙燈)의 새로운 유형
공간과 교류하면서 빛의 유연한 영역 도모
형태와 재료에 충실하면서도 온화한 자태 드러내
용산 라흰갤러에서 8월 13일까지 열려

육상수 칼럼니스트

ssyouk@woodplanet.co.kr | 2022-07-15 14:39:53

“광화(光化)... 빛으로 이루어지다.” 세종로 ‘광화문’은 빛으로 어우러진 온전한 세상의 이치를 상징하는 언어다.

빛은 어둠의 대칭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사물과 삶이 밝음에 모이게 하는 우주의 질서와 같다. 공간과 빛의 관계를 탐구하는 공예 작가 양정모의 개인전도 그 빛의 한 부분을 세상을 이롭게 하는 도구로서의 역할을 감당하고자 한다.

대나무 원형 구조에 얇은 한지로 감싼 지등은 전시 제목에서 예시한 것처럼 양 작가 고유의 유형(類型, New Typologies)를 제시하고 현실화한 작업이다. 유형은 어떤 현상의 공통적 성질을 형상화해, 추상적인 보편성과 개별적인 구체성이 일목요연한 결과를 가지는 것을 말한다.  

 

▲ 양정모, (L) TYPE5, Hanji, Bamboo, Steel, Ø400 x H1968 (mm), (R) TYPE6, Hanji, Bamboo, Steel, Ø400 x H2295 (mm), 2022

 

유형의 추상성과 개별성이 빛에 녹아든 전시 작품 그 자체는 일견 평범해 보일 수 있겠지만, 작가는 작품이 스스로 드러남보다 공간에 매몰됨으로서 자기 현상을 고취하는 방향을 의도했다.

세계적 건축가 페터 줌토르(Peter Zumthor)가 건축에서 초지일관한 주제 ‘분위기’ 짓기처럼, 양정모도 공예적 태도와 형태의 유형으로 공간에 드리워지는 관조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자 했다. 또 소비자의 구미를 쫓는 디자인보다 형태와 재료가 표출하는 물질 에너지와 그것을 수용하는 공간의 여백이 고즈넉한 공기로 채워지는 빛의 역할을 수행하고자 했다.

 

▲ 양정모, Paper Lamp, New Typologies TYPE2, Hanji, Bamboo, Steel, Ø400 x H288 (mm), 2022

 

▲ 양정모, Paper Lamp, New Typologies TYPE3, Hanji, Bamboo, Steel, W400 x D450 x H600 (mm), 2022


매우 단순하고 기본성이 돋보이는 원형 조명은 스스로 주체가 되기 전에 광장의 기운을 공간으로 유입시켜 정연한 질서를 이루기 위한 최소의 도구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그런 결과로 지등의 빛이 밝혀지면서 공간은 높은 질량을 머금은 시간으로 대체된다.

라흰갤러리 큐레이터 조은영은 “공간을 가득 채운 빛이 어느 새 스스로가 공간이 되어 관객을 온전히 휘감는 광경”이라며 “양정모의 지등은 미의식을 재건할 수 있는 지평을 넘보며 무궁한 공간에 형체와 질서와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고 있다”며 양정모의 작품을 평했다.

해가 질 즈음 용산의 라흰갤러리를 찾는다면 빛이 도모하는 공간과의 관계성을 확인할 수 있다. 전시는 8월 13일까지 이어진다.

사진제공: 라흰갤러리

 

▲ 양정모, Paper Lamp, New Typologies TYPE7, Hanji, Bamboo, Steel, W1900 x D400 x H1100 (mm),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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