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윤, 오다교, 《땅, 소비되는 신화》... 초현실주의 기법과 땅의 질량과 수분이 배태한 서사

송지윤, 오다교 2인 전
2025년 1월 14일-2월 28일, 서정아트 서울
'땅’은 인류의 어머니
생명이 발아하고 이완하는 순리
디지털 체계가 인식하는 땅의 상품성

육상수 칼럼니스트

ssyouk@woodplanet.co.kr | 2025-01-31 14:55:22

▲ Dakyo Oh, Reflective  II, 2023

 

▲ Gee Song, Landscape with Orange Air, 2024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자녀에게 “땅에 참을 뱉지 마라. 대지는 우리의 어머니이기 때문이다”라는 계명을 가르친다. 땅은 모든 생명의 근원이자 에너지다. 대자연의 자비는 사피엔스에게 무한의 가능성과 문명의 서막을 열어주었다. 하지만 땅의 인식 체계가 현대 문명의 현란한 기교 속에서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는 시절에 두 아티스트의 남다른 해석 ⟪땅, 소비되는 신화⟫전시가 각별하다.

자연에서 채집한 물질 에너지에 땅의 기운을 투척한 오다교 작가와 건축물과 자연물의 이미지를 중첩하고 재배치해 초현실적으로 투시한 송지윤, 두 작가는 생명의 근원으로서 존재의 시작이자 끝을 상징적으로 품고 있는 ‘땅’의 의미가 현대사회와 어떤 접점으로 재생되고 동시에 그것을 소비하는 방식에 의해 새로운 신화가 생성되는지를 문제화하고 있다.

생명이 발아하고 이완하는 순리


▲ 4. Dakyo Oh, Reflective V, 2024


오다교에게 ‘땅’은 생명과 시간의 흔적이 퇴적된 근원적 존재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연작을 통해 땅과 인간의 관계를 넘나들며, 생명과 소멸의 순환을 묘사했다. 흙, 모래, 숯과 같은 원초적 재료로 땅의 질감과 수분을 들추고 그기에 빛과 바람, 습도를 주입해 땅의 신기루 기운을 담아냈다.

‘Reflective’는 자연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생명의 발아와 이완하는 과정을 톺아본다. 흙 속으로 스며드는 물방울, 빗물에 비친 형상과 땅 위에 반사되는 생명의 흔적을 채굴해 자연 본래의 상징성을 되돌아보게 한다.


▲ 오다교 작품 서정아트 전시장 전경 



디지털 체계가 인식하는 땅의 상품성


▲ Installation view of Earth, Consuming Myth-2


송지윤에게 ‘땅’은 역사와 문화, 권위와 소비가 얽힌 기호다. 현대사회가 소비하는 자연의 형태는 왜곡과 기형, 선입견과 문명적 정의에 구속된다. 그의 작품이 탐색하는 땅은 고유의 실체를 이탈해서 디지털 시대의 맥락에 의해 소비되고, 재구성되는 ‘장소성’으로 왜곡되는 현장이다.

땅에 인위적으로 부여한 그리스 신전의 권위적 양식의 구조물과 야자수, 이국적 향취의 붉은 광석 등 여가를 대표하는 문화적 코드들은 주입해 비물질적이고 가상적 풍경의 장소성을 형성한다. 디지털기술을 활용한 색의 중첩과 재현은 실체와 허구를 넘나들며 ‘땅’의 이질적 풍경을 재생한다. 송지윤의 땅은 디지털 구조 속에서 생산과 해체를 거듭하는 현대사회의 비물질적 인식 체계에 의한 환상적 물질로 규정되고 있다.


▲ 송지윤 작품 서정아트 전시장 전경


여전히 ‘땅’은 인류의 어머니

땅은 사피엔스에게 신화적 존재로 역사해 왔으나 현재 인류는 변질된 수용 법으로 부호화하고 감각적으로 상품화해 향유하고 있다. 송지윤과 오다교 두 작가는 각기 다른 시각으로 땅을 재단하고 자연적 요소에서 인간 존재와 사회적 관계를 재구성하는 중요한 코드로 확장시켰다.

땅은 고정의 물질이자 근원의 생태계이다. 단지 이용에 따른 인식의 다변화는 대상체로서의 고유성이 해체되는 것이다. 두 작가의 의식의 흐름을 통해 땅이 지닌 의미의 밀도와 그 위에서 발생하는 상징적 관계를 규명함으로 따라, 관객에게 난감한 질문을 멈추지 않고 있다.


오다교 : 파리 1대학 팡테옹-소르본에서 조형예술을 전공하고,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대학원에서 동양화 전공으로 석사 과정을 마쳤다. 성남큐브미술관, 파이프갤러리 등 국내외미술기관에서의개인전, 그룹전을 가졌으며, 현재도 활발한 활동을 지속해오고 있다.

송지윤 :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에서 회화판화과를 졸업 후 런던 골드스미스대학교에서 순수미술 석사 과정을 졸업했다. 영은미술관, 주영한국문화원 등 국내외 미술 기관의 개인전, 그룹전에 참여했다. 더불어 대안공간 루프작가공모 수상(2010) 및 주영한국문화원에서 부여하는 Open Call Artists-UK Korean Artists 2008에 선정된 바 있다.

 

전시는 2025년 2월 28일까지 서정아트 서울에서 열린다..

 

[ⓒ 우드플래닛.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