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공간의 귀환...파도가 일렁이는 도서관에 앉아
송은정 기자
woodeditor2@woodplanet.co.kr | 2024-02-25 15:03:13
두 명의 스웨덴 건축가가 바다 건너 일본으로 향했다. 2013 세토우치 트리엔날레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1920년대에 지어진 목조건물의 한 공간을 도서관으로 탈바꿈시킨 그들의 아이디어는 아와시마라는 작은 섬으로 사람들을 하나둘 불러 모았다. 바닷가 옆 도서관은 섬을 지키는 사람들과, 잠시 이곳에 머무는 여행자 모두를 위한 공간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바닷가 옆 도서관의 풍경
스웨덴의 건축 스튜디오 ETAT의 건축가 에릭 퇴릉크비스트(Erik Törnkvist)와 말린 벨프라예(Malin Belfrage)가 진행한 프로젝트 는 그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아와시마 항구 근처의 오래된 목조건물 일부를 도서관으로 재탄생시킨 작업이다. 선원을 양성하기 위한 학교로 90여 년 동안 사용됐던 이 건물은 이후 해양 관련 기술과 배 모형, 생활양식 등을 소개하는 작은 박물관으로 쓰였지만 유명무실한 상태나 다름없었다.
프로젝트는 실내를 크게 변화시키기보다 바다에 위치한 건물의 장소성과 그 곳에 켜켜이 쌓인 이야기에 중점을 두었다. 건축가는 실내에 놓인 책상과 선반, 구조물의 소재로 황동을 선택함으로써 이 프로젝트의 지향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책상과 의자, 창 너머의 나무와 지붕, 그곳에 앉아 책을 보는 사람들의 모습은 황동 표면에 반사되고 왜곡되어 일렁인다. 이는 바다의 잔잔한 수면을 자연스럽게 연상시킨다.
지난 10월부터 한 달여 동안 이 도서관은 전 세계에서 찾아온 방문객들로부터 바다와 관련된 책을 기증받는 이벤트를 열었다. 고대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세계의 모든 책을 수집했던 것으로부터 따온 아이디어다. 이는 바다와의 연계성을 강조한 프로젝트의 의미를 더욱 증폭시켰을 뿐만 아니라, 공간의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굳히는 계기가 됐다.
- 2013 세토우치 트리엔날레의 프로젝트에 참여한 계기는
지난 2009년 일본의 나오시마를 여행하면서 세토우치 트리엔날레에 대해 알게 됐다. 트리엔날레의 일원이 되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몹시 흥미로울 것이라 생각했고, 2010년에 열릴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서류를 제출했지만 선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다시 제안서를 보냈고 우리의 프로젝트를 실현시킬 수 있었다.
- 주된 소재로 황동을 사용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우리는 무엇보다 도서관이 들어설 목재건물과 바다의 관계를 강조하고 싶었다. 황동은 선원들의 삶과 그들이 탔던 배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배와 보트의 일부로 황동 디테일이 일반적으로 쓰였기 때문이다. 소재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황동의 강한 물성과 특유의 촉감이 나무로 된 인테리어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고 생각한다. 금속의 차가운 표면과 나무의 따뜻한 표면은 대조되는 동시에 서로를 보완하는 작용을 한다. 또한, 태양과 바다, 빛을 반사시킴으로써 공간을 더욱 밝게 만들어 줄 것이라 생각했다. 그 밖에도 전통적으로 목조 건축의 세부양식에 사용되었던 황동을 현대적인 방법으로 사용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 이 프로젝트는 앞으로도 계속 진행될 계획인가
지난 10월 도서관을 사람들에게 개방했다. 시작은 트리엔날레를 위한 것이었지만, 도서관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현재 진행 중이다. 우리는 이 도서관이 아와시마 섬의 주민들과 방문객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남아 있길 바라고 있다.
사진제공 ETAT architects 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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