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 허접스럽지 않은 리사이클링을 위해... 대니 서 <대니 서의 업사이클링>
김수정 기자
woodeditor2@woodplanet.co.kr | 2024-04-27 15:17:05
어린 시절 디즈니 만화동산 다음으로 좋아했던 프로그램은 ‘만들어볼까요’였다. 고인이 된 길은정 씨가 빈 병이나 페트병 같은 자질구레한 폐품으로 인형이나 꽃병 같은 걸 만드는 프로그램이었는데, 만드는 과정은 흥미진진했지만 만들어진 제품은 어린이의 눈에도 영 초라해 보였다. 그때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재활용 소품은 늘 ‘취지는 좋지만 따라하기는 망설여지는’ 어떤 것이었다.
<대니 서의 업사이클링>은 폐품을 활용한 리사이클링 소품을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사실 이런 책은 새삼스럽지 않은데, 그럼에도 이 책이 주목할 만한 것은 물건들의 미적 완성도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와인코르크마개로 만든 욕실매트라든가 나무젓가락으로 만든 냄비 받침, 나뭇잎으로 만든 실루엣 장식품, 바닷가 조약돌로 만든 벽시계는 그야말로 ‘에코시크(Eco-chic)’하다.
이런 ‘간지’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궁금했는데 미국에서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잡지 에디터로 활동한 저자의 이력을 보니 이해가 간다. 시몬스 침대에 그의 이름을 딴 제품이 있을 정도. 저자는 이렇게 변한 소품들을 ‘업사이클링(upcycling)’ 됐다고 말한다. 업사이클링은 기존에 버려지는 제품을 단순히 재활용하는 차원을 넘어서 디자인을 가미하는 등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여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그 반대 개념으로 ‘다운사이클링(downcycling)’이 있는데 우리를 실망하게 했던 허접스러운 재활용 소품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대니 서는 98가지 업사이클링 소품을 들고 말한다. “이렇게 하면 지구에 도움이 됩니다.”가 아니라 “이 물건 정말 멋지지 않나요?”라고. 사실 리사이클링의 가치를 설명하는 건 중요하지 않은 일인지 모른다. 예쁘면 따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그게 곧 가치를 실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쉬운 게 하나 있다면 만드는 과정에 대한 설명이 그다지 상세하지 않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니 서의 업사이클링>은 재활용 소품의 미적 가능성을 성큼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제 몫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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