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가구의 인터랙션, 가구 디자이너 미커 메이어
누구에게는 책상이, 누구에게는 수납장이 될 수 있는 아주 융통성 있는 가구가 있다. 네덜란드의 신예 가구 디자이너 미커 메이어는 날렵하고 기발한 상상력을 토대로 매우 기능적인 제품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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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deditor3@woodplanet.co.kr | 2022-09-18 15:48:59
당신의 작품은 신선하고도 낯설어 보인다. 대학에서는 무엇을 공부했나.
아인트호벤 디자인 아카데미(Design Academy Eindhoven)에서 수학하고, 아틀리에 학과를 졸업했다.이 학과는 작업장 안에 우리만의 개인적인 공간을 제공해 주었다는 점에서 다른 학과와 달랐다. 아틀리에학과 학생들은 ‘만드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는 재료를 가지고 실험하며 작업하는 것이 모든 과제의 기본이었다. 제품 디자인이라는 전체 과정에서 실기가 아주 중요했다. 또한 이 아카데미의 모든 선생님들은 디자이너이다. 내가 가장 많이 영향을 받은 선생님 중 딕 반 호프(Dick van Hoff)는 “여러분이 무언가를 디자인한다면 그것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한다”고 늘 강조했다. 대부분의 예술가에게 기능성은 관심 밖의 영역이다. 그러나 디자이너에게는 그렇지 않다. 나에게 가구 디자이너란 ‘기능성 가구를 만드는 사람’을 가리킨다. 나는 스스로를 ‘기능적 물건을 만드는 디자이너’로 부르고 있는데, 이 말은 예컨대 아름답고 잘 설계되어 편안한 의자이기만 할 뿐 아니라 실제로 앉는 데 사용할 수 있는 것을 만든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당신의 작품은 “이렇게 사용하라”고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내키는 대로 사용하라”고 말하는 것 같다. 사용자의 개성과 취향, 필요에 따라서 얼마든지 응용이 가능해 보인다는 얘기다. 당신은 어떤 디자인을 추구하는가.
나는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디자이너로서 일해 왔으며 설치와 공부, 수집, 저장, 조명 등과 같은 기능을 가능하게 하는 물건을 만들고 있다. 나는 내 작품 자체가 스스로 가지는 자율성을 추구한다. 그래서 기능성이 100% 미리 결정되도록 하지는 않는다. 물론 나는 예술가가 아니라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작품에 기능이 없을 수는 없다. 그러나 특정 사용자를 염두에 두고 작업하기보다 사용자가 그들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내 작품을 활용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내 작품은 서술성을 품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기능과 아름다움에 관한 고정관념을 부수고, 사용자가 그들만의 방식으로 물건과 함께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접근한다. 이러한 방식이 사용자와 물건 사이에 독특하고 지속적인 유대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실제로 당신의 작품에 대한 사용자의 반응은 어떠한가.
사람들은 내 작품이 가지고 있는 자체적인 자율성을 아직 익숙하게 느끼지는 않는다. 처음 작품을 본 사람들은 “이게 뭐지?” 하고 의아해 한다. 그들이 보고 있는 게 도대체 무엇인지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 반응은 당연하다. 내 작품은 모든 사람들이 인정할 수 있는 아름다움을 추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가만히 살펴보니 내 작품의 관객들은 대부분 남성, 건축가, 디자인 수집가들이었다.
당신의 작품은 ‘건축적’인 느낌이 들며 선(線)을 표현하는 데 큰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미니멀한 느낌도 드는데 이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다.
미니멀리즘(Minimalism)이 궁극적인 목표는 아니지만, 내 작업 방식의 결과로 볼 수는 있다. 나는 일반적으로 건축에 매력을 느끼고, 개별 작품을 각각의 건축으로서 접근하고 있다. 나는 모든 디자인 프로젝트를 각각 별개의 것으로 접근하지만, 서로가 많이 연관되어 있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나는 작품에 건축, 선, 표면, 용량, 재료 등의 개념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려고 한다. 이러한 모든 요소는 내게 모두 똑같이 중요하고, 결과적으로 특징적인 차이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
당신은 건축물에서 영감을 얻는 것 같다. 실제로 그런가.
나는 독일의 부부 사진가인 베른트 베허와 힐라 베허의 사진에 영감을 받아, 산업용 건물에 기반한 일련의 작품을 만들었다. 작품의 의도는 일상생활에서 사용되지 않는 형태를 다시 일상생활로 가지고 오는 것이었다. 구조를 역으로 엔지니어링 함으로써 직관적으로 새로운 형태를 디자인하기보다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였다.
좀 더 자세히 성명해달라.
2008년 건축 여행에 참여하여 독일 에센 지방의 체케 촐페어라인(Zeche Zolverein)을 방문한 적이 있다. 압도적인 건물 규모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특히 폐광을 문화적인 용도로 재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특별해 보였다. 보통 이러한 건물은 상업적으로 이익을 내지 못하게 되면 바로 헐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듬해 나는 베허의 책 <기본 형태(Basic Forms)>를 읽었는데, 촐페어라인에 관한 추억이 다시 떠올랐다. 가장 흥미로운 발견은 건물의 전체 모양이 순전히 내부에 있는 기계들과 작업에 의해 결정되었다는 점이다. 그들은 미학적으로 아름다워 보이도록 건물을 만들지는 않았지만, 그 건물의 기능에서 비롯되는 아름다움을 갖고 있었다. 이 건물 구조의 윤곽을 추적해서 그려 보니 더 이상 산업용 건물로는 보이지 않는 새로운 그림이 완성되었다. 이 커다란 건물이 다른 것으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가구, 꽃병, 조명 등으로 말이다. 2010년 밀라노에서 열린 네덜란드 인버추얼 쇼에 참가 요청을 받았을 때 즉시 이것이 나의 새로운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작업이 일회성으로 끝나지는 않을 거라는 믿음도 생겼다. 처음부터 그것은 일련의 시리즈로 만들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내재했다. 나는 그 끝없는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점에 무척 매료되었다. 베허 부부가 미친 듯 열정적으로 만들어 둔 자료들은 계속해서 나에게 영감을 준다.
뉴스페이퍼우드가 눈에 띈다. 어떤 작업인가.
뉴스페이퍼우드는 전통적인 생산 과정의 역전을 보여주는 새로운 시도이다. 나무에서 종이가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그 반대도 가능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는 뜻이다. 이 재료는 실제 나무의 특성과 아름다움을 닮아 있다. 뉴스페이퍼우드는 디자인라벨 Vij5와 공동작업으로 개발되어 드 Vij5 컬렉션(De Vij5 collection) 제품 시리즈에 포함되었다. 더불어 특별 프로젝트에 쓰일 재료를 얻기 위해 다른 회사, 건축가, 디자이너들과 협업하고 있다.
당신은 주로 어떤 나무를 사용하는가.
보통 나는 오크, 애쉬, 월넛, 메이플처럼 유럽의 숲에서 나는 나무를 사용한다. 유럽에서 나는 소재를 선호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지속 가능성 때문에 그렇기도 하다.
작업장은 어디에 있는가, 혼자 일하는가.
2009년부터 동료인 다프나 로렌스를 비롯해 내 인턴들과 함께 작업장을 써 왔다. 작업장은 예전에 필립스 공장이었던 곳을 사용하고 있다. 이곳은 밤낮으로 소음이 굉장하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그 누구도 이 일을 ‘직업’으로 치부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모두들 디자인을 ‘삶의 방식’으로 여기며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일상생활에서도 교사인 남편 로이와 작업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는 여가 시간에 엔지니어링 일을 많이 도와줄 뿐만 아니라, 제품 개발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들도 도와준다. 이런 작업 방식은 다른 일에 쓸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이게 바로 우리가 사는 방법이다. 우리는 더 큰 집이나 낭만적인 휴가를 꿈꾸는 대신 더 큰 작업장과 더 많은 일을 꿈꾸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산업 고고학 개념을 유럽과 해외의 더 많은 건물과 현장에 적용하고 싶다. 지금은 올해 10월 아인트호벤에서 열리는 네덜란드 디자인 위크(Dutch Design Week)를 위해 완전히 새로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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