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집의 의미...슬로베니아 목조주택 ‘알파인 헛츠’
집을 새롭게 재탄생시킬 것
아름다운 풍광을 즐길 수 있도록 해줄 것
환경을 파괴하지 않을 것
이인혜 기자
woodeditor3@woodplanet.co.kr | 2024-02-25 16:06:43
산허리에 걸린 안개가 산 아래 집의 뾰족한 지붕에도 걸쳐 있다. 병풍처럼 둘러져 있는 알프스산과 오밀 조밀 모여 있는 집들은 서로에게 기대어 조화롭게 공존한다. 어슴푸레 새벽이 내려앉은 모습은 평온하다. 알파인 헛츠(Alpine Huts)는 세련된 모습으로, 하지만 모나지 않은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그 곳에 뿌리를 내렸다.
알파인 마을에 새로운 집을 짓는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건축 양식과 건축 디자인에 대한 규정이 엄격하기 때문이다. 주변 환경과 동떨어진 건축물이 주는 시각적 공해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건축주의 요구는 간단했다. 주어진 용적 안에서 기존의 집을 새롭게 재탄생시킬 것, 집 앞에 베란다를 두어 아름다운 풍광을 즐길 수 있도록 해줄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오랫동안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었다.
건축의 원형이 소중하다
알파인 헛츠는 지붕이 독특한 집이다. 집의 바깥 용적과 집을 구성하고 있던 건축자재는 최대한 살려 두었다. 대신 집의 둘레에 나무기둥을 세우고 야외 테라스를 만들었다. 지역의 전통적인 파사드 패턴을 집 외관에 전체적으로 빙 둘렀다.
이 집의 콘셉트는 '소통'이었다. 집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 함께 마을을 이루는 집들, 심지어 집 옆에 세워진 헛간까지도 대화 상대라고 여겼다. 최대한 자연을 해치치 않는 범위 내에서 집은 새롭게 디자인되었고, 주변의 기존 집들과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설계됐다.
인테리어는 그 집에 살게 될 사람들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해 합리적으로 구성되었다. 중앙의 계단은 난로 주변으로 회전시켰다. 터진 물꼬를 따라 빠르게 흐르는 물과 같이 따듯한 공기가 계단을 타고 온 집안에 바로 흐르도록 했다. 좁은 통로를 따라 세 개의 방을 효율적으로 배치했고 집 꼭대기에 욕실을 만들었다. 크고 널찍한 욕실 한 켠에 아담한 건식사우나를 제작해 넣었다. 집안에 사우나는 찬바람 부는 겨울을 오히려 반길 수도 있겠다.
지속가능한 집이란
슬로베니아는 알프스 산맥의 동쪽 끝에 자리 잡고 있어 국토의 대부분이 알프스 산지로 이루어져 있다. 알파인 마을도 주변이 모두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근처에 보히니 호수가 있어 한겨울의 바람이 더욱 차갑다. 알파인 헛츠는 자연에서 에너지를 얻어 유지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남쪽 방향으로 창을 크게 내어 햇빛이 잘 들도록 해 볕이 좋은 날에는 겨울이라도 따로 난방이 필요 없을 정도다. 나머지 열은 외벽의 나무와 내부의 벽 사이에 알루미늄 패널을 설치해 낮 동안의 태양열을 확보했고 이 열은 고스란히 벽에 스며들어 집안을 데운다.
아래층보다 돌출된 위층은 여름에는 1층의 그늘 막으로, 겨울에는 빛을 먼저 받아 열을 나눠주는 역할을 한다. 빗물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는다. 지붕에서 모인 빗물은 나무들보 속에 삽입된 파이프를 통해 한 곳으로 모이게 된다.
창문틀은 바닥면 보다 높게 설계했다. 그 벽면에는 나무 벤치를 설치해 언제든지 창밖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시원하게 뚫린 창을 통해 눈부신 햇살이 쏟아져 내린다. 따뜻한 기운과 함께 알프스의 설경이 집안으로 들어온다.
마을에 새로운 집을 짓는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건축양식과 건축디자인에 대한 규정이 굉장히 엄격하기 때문이다. 주변 환경과 동떨어진 건축물이 주는 시각적 공해를 우려했기 때문일 테다. 건축주의 요구는 간단했다. 주어진 용적 안에서 기존의 집을 새롭게 재탄생시킬 것, 집 앞에 베란다를 두어 아름다운 풍광을 즐길 수 있도록 해줄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오랫동안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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