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작가의 생존 투쟁 오브제... 4인 전 ‘SURVIVAL SERIES’

육상수 칼럼니스트

ssyouk@woodplanet.co.kr | 2024-04-12 16:16:59

▲  ‘SURVIVAL SERIES’ 전시 포스트 

 

‘생존 시리즈’, 전시 제목부터 남다르다. 젊은 공예가들의 현재와 미래의 비가시적 상황과 불안의 공존 요소가 작품의 곳곳에 배어 있다. 완성보다는 실험적 요소에 충실하면서 젊은 생애의 질량을 묘사한 오브제들은 작품 설명에 의존해 몸을 가눈다.

대체로 의식은 몸을 통과하지만, 전시장의 작품들은 자기 몸에 밀착해 작가의 의식을 꼼꼼히 가두고 있다. 반복과 지속, 자유의지, 항상적 시련, 종의 생식까지... 작가가 처한 실존이 사물의 어깨와 발 끝자리에 스며들어 있다.

이시평 _ ‘Vestige(흔적)’ 시리즈


▲ 이시평 작, ‘Vestige(흔적)’ 시리즈 중


돌멩이로 수없이 철판을 두드리고 긁어댄 <두드려라/그럼 닳아요>를 비롯하여 <굴러온 돌>과 <시소>, <가랑비> 등을 명제한 이시평의 작업은 일련의 움직임과 그 움직임 뒤에 남겨진 흔적에 관한 이야기이다.
작가는 지속적인 작은 행위는 분명 어떠한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는 신념을 드러냈다. 이는 지나온 흔적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이며,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자연생명 현상에 집착으로 이어졌다.
잠에서 깨어남이 목적에 의한 것이 아닌 것처럼, 일정한 시간에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사실 그 자체가 오히려 목적이자 결과일 수 있다. 이시평에게 흔적은 어떤 물리적 현상이자 의미 그 자체이며 무념무상의 궁극 체계이다. 이는 작가가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일 수도 있다.

황준환 _ ‘Avoid’ 시리즈


▲  황준환 작, ‘Avoid’ 시리즈


타인이 정해준 삶의 기준 속에 자신을 가두어왔다고 고백한 황준환은 이번 전시작을 통해 유약한 자유의지를 다지는 방법들을 모색했다. 신작 시리즈는 변화 의지와 염원을 투영했다. 하지만 그것은 돌을 던지는 투쟁 방법이 아닌 순응과 대처라는 유연함을 택했다.
단단한 금속 틀을 뚫고, 자유로이 튀어나오는 물체들은 적당한 거리에서 운동을 멈춘다. 투쟁과 평화의 중간 지점이다. 유약함을 유연함으로 대체한 것이다.
삶에 대한 새로운 시선과 적응 방식을 예고한 그의 작업은 여전히 태생적 기질을 옹호하면서 적당과 대응이라는 논리를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그것은 작가에게 타협이라기보다는 투쟁의 발버둥임을 알아주어야 한다.

한우현 _ ‘Blur’ 시리즈


 

▲ 한우현작, ‘Blur’ 시리즈

 

반복적으로 찾아오는 인생의 시련 앞에서 흔들리지 않기 위해 묵묵함을 몸에 새긴 한우현의 형식이 흐리게 전해진다. 시리즈를 통해 그간의 익숙한 형식에 대해 되돌아보고, 더 나아가 본인이 생존해온 방식을 고찰했다.
나무와 아크릴이라는 대칭적 소재를 결합한 전시작은 가운데 흐릿한 이색 구간이 설정됐다. 이 구간은 불확실한 선택이나 흔들리는 고민이 매번 존재했음을 고백하는 작가의 통증의 통로이자 일종의 자기 고백 장치이다.
흔들리지 않는 삶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자신의 길을 찾아가려는 여정을 작품에 투영한 작가의 의지가 어디까지 이어질지를 지켜보아야 한다.

 

 

최우영 _ ‘생존, 그리고 번식’


▲ 최우영 작, ‘생존, 그리고 번식’

 

살아남는다는 것의 원초적 목표가 무엇이었는가를 되짚어보는 것으로부터 출발한 작업이다. 작품은 생존에 대한 고민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시작점으로 돌아가는 이치를 대변하고 있다.
‘생존, 그리고 번식’. 모든 생명체는 존재 이유이자 목적인 이 명제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고 판단한 작가는 심각하게 대두하는 저출산 문제를 전제로 인간의 가장 원초적 욕구인 종족 번식을 해결하지 못하는 오늘의 젊은이들 처지를 대변했다.
인간의 형상을 띈 그로테스크한 조형은 사회적 문제와 그로 인해 파생되는 다양한 감정 상태를 극대화했다. 중대한 목적을 품은 작품의 개체들은 여러 개로 반복, 확장되어 생존에 대한 날 것 그대로의 본성을 발산하고 있다.

다음의 여정을 선명히 예시하면서 다시 맞을 위기와 해법을 주술 하는 4인 4색 전시 ‘SURVIVAL SERIES’는 4월 23일까지 갤러리 ‘프로젝트 케이’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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