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켄스탁, 장인의 정신을 신다
육상수 칼럼니스트
ssyouk@woodplanet.co.kr | 2025-02-17 17:00:34
이런 질문을 하며 걸어가던 길에, 저 앞에 버켄스탁을 신고 걸어가는 사람이 보인다. ‘아차!’ 하는 생각과 함께 입가에 번지는 미소. 저 나무신발을 좀 알아봐야겠다.
버켄스탁의 철학이 가장 깊이 녹아든 곳은 밑바닥인 foodbed에 있다. 발 모양을 따라 만들어진 바닥은 발에 실리는 압력을 발 전체에 골고루 분산시켜, 발의 부담을 덜어주는 기능을 한다.
먼저 앞쪽에 발바닥과 발가락의 경계선이 있는 부분은 뾰족하게 턱이 나와 있는데, 이는 발가락의 운동성을 향상시키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제작된 것이다. 반대로 발 뒤쪽에는 얕은 홈이 파여 있다. 발을 편안하게 고정시키기 위해서다.
foodbed의 앞쪽 테두리 부분은 높이 올라와 있어 작은 성벽을 이루고 있는 것 같다. 이는 발의 흔들림을 최소화 시키고 발가락을 보호하기 위한 디자인이다. 발바닥 중앙 부분은 언덕처럼 볼록하게 올라와 있는데, 이는 발 중앙 부분에 가해지는 압력을 골고루 분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부드러운 소가죽인 스웨이드는 바닥 전체를 감싸면서 습기를 흡수하고, 보다 편안한 착용감을 느끼게 한다. 보통 버켄스탁을 신는 소비자들은 신발을 신고 오래 걸으면 바닥에 보풀이 일어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스웨이드 가죽 특유의 특징이기 때문에 불량품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버켄스탁, 발 건강을 생각했던 장인의 가문
버켄스탁은 독일의 구두공이었던 요한 아담 버켄스탁으로부터 시작해서 그의 가족이 가업을 이어받아 227년 역사를 갖게 된 브라운 슈즈 브랜드다. 1896년 콘라드 버켄스탁이 프랑크푸르트에 두 개의 신발공장을 설립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foodbed가 생산되기 시작했다.
그는 15년간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신발에 대해 설명하고 다니며, 독일 및 오스트리아 전역에서 다른 신발 장인들과 세미나를 실시했고, 자신의 foodbed신발을 제작하고 공급하는 라이센스 계약을 수립했다. 그는 신발 장인인 동시에 탁월한 마케터였던 것 같다. 1차 대전이 일어났을 때는 프랑크푸르트 프레드릭쉠 병원의 정형외과 워크샵에 참가하여 부상병을 위한 신발제작을 담당했고, 1947년 <발 치료 시스템 버켄스탁>이라는 족병한 관련 서적을 쓰기도 했다.
총 112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은 1만 4천권이 출판되면서 당시 가장 널리 읽힌 족병학 서적이 되었다. 이후 칼 버켄스탁이 경영에 참여한 후에도, 버켄스탁은 계속해서 내열 코르크 개발을 통해 정형외과 치료에 이용했고, <발 기초이론>을 출간하여 초판에 36만권을 발행했다. 신발이라는 소비품목을 의학적으로 분석하여 환자 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건강한 발에 대한 인식과 필요를 채워준 것이다.
발병 나서 십리도 못가는 사람들에게
버켄스탁은 현재도 소비자들의 발 건강에 관심을 갖고 신발을 만들고 있다. 발에 맞지 않는 신발을 신으면 발모양이 망가지고, 발의 건강이 위협받으면 골반과 허리, 척추에도 무리가 간다. 대부분의 제품이 대량생산되는 오늘날, 버켄스탁은 다양한 종류의 발모양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두 가지 종류의 볼 너비를 가진 foodbed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자신의 발에 맞는 신발을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매장에 직접 방문해서 신어보고 걸어보는 것이다.
또한 모든 종류의 버켄스탁은 수선이 가능하다. 바닥 3/1창만 갈 수있는 반창갈이, 바닥 전부를 교체하는 전창갈이 서비스가 있고, 코르크 위에 발라진 투명 방수코팅이 약해졌을 때에 도 수선이 가능하다. 또 뒤꿈치 부분의 코르크가 떨어지거나 뭉개졌을 경우 보강할 수 있다. 동일한 부속이 있을 경우, 버클 교체도 가능하다.
<버켄스탁에 대한 오해들>
- 장마철엔 가볍게 버켄스탁을 신고 나간다?
버켄스탁의 안창은 최상의 천연 코르크와 라텍스를 혼합하여 만들었다. 코르크는 무게가 가볍고 신은 사람의 발모양에 맞춰 변형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물을 빨아들이는 성질이 있어 비오는 날 장시간 걸어 다니거나 바닷가에 놀러갔을 때 신을 경우 신발이 삭거나 망가질 수 있다. 물론 코르크 주변에 방수 코팅처리가 되어있기 하나, 오래가지 못한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신발이 물에 젖었을 경우에는 마른 수건으로 바닥의 물기를 완전히 제거하고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서 건조시키면 된다.
- 신발을 소독하기 위해서 뜨거운 햇빛 아래 둔다?
지속적으로 고온에 노출되면 신발에 손상이 올 수 있다. 특히 젖은 버켄스탁을 강한 직사광선 아래 두었을 경우, 신발이 마르면서 코르크가 뒤틀릴 수 있으니 주의하자. 여름철 온도가 높이 올라간 차 안에 장시간 버켄스탁을 방치하는 것도 좋지 않다. 가죽이 늘어나거나 모양이 변형될 수 있다.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 두거나, 상자에 담아서 보관하도록 하자.
- 신발을 신다보면 바닥이 얼룩덜룩해 지는데, 불량품인가?
버켄스탁을 오래 신다보면 발바닥 살이 닿는 곳이 까맣게 얼룩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신발이 금방 상하는 것 같고, 청결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많은 소비자들이 마음 쓰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함부로 물세탁을 하거나 거친 솔로 벅벅 닦으면 안 된다. 스웨이드 가죽의 특징 상 발에서 나오는 땀을 흡수하며 생기게 된 자국일 뿐이다. 정 신경이 쓰인다면 투명색 가죽 클리너로 닦아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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