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작가 지현이, '태 胎 (Almost Born)'... 알 수 없는 것의 실존
편집부
woodplanet@naver.com | 2026-09-21 18:11:26
무엇이 되기 전에는 무엇이었을까. 무언가가 된다는 것은 언제부터일까.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하기에는 이미 무언가가 있고, 무엇이라고 부르기에는 아직 조금 이른 상태. 나는 이 애매한 순간을 자꾸 생각한다.
우리는 너무 빨리 무언가를 무엇이라고 만들어버리지는 않는가? 형태를 보면 이름을 붙이고, 현상을 보면 원인을 찾고, 모순을 만나면 설명하려 하고, 알 수 없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으로 만든다. 아직 알 수 없는 상태에는 무엇이 가능한가.
알을 떠올린다. 알은 완성된 형태에도 불구하고 무엇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이다. 다 된 것 같은데 아직 되지 않은 것. 그 모순이 좋았다. 몸을 잔뜩 웅크려 본다. 등이 둥글어지고, 팔다리가 몸 안으로 접혀 들어가고, 하나의 덩어리로, 알로 응축한다. 응축한다는 것은 작아지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안쪽으로 밀도 높게 품는 것에 가깝다. 아직 오지 않은 순간을 향해, 정지해 있는 것 같지만 이미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상태가 되어간다.
아직 이름 없는 시간으로 돌아가, 답이 없는 상태를 견디며 모호함과 불확실성 속에 머문다.
글 지현이(도자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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