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봇들마을 42평형 아파트 리노베이션

단순하고 절제된 인테리어를 통해 가족의 삶을 더 풍요롭게 준비한 공간 디자인을 전한다.

전미희 기자

woodplanet@naver.com | 2026-01-25 18:42:25

 

공동주택인 아파트의 인테리어는 제약이 많다. 이미 정해진 획일화된 공간과 구조 변경이 까다로워서다. 그래서 사전에 철저한 디자인 콘셉트와 수준 높고 일사불란한 시공 플랜이 필수다. 이런 일련의 흐름을 잘 유지하면서 공사를 마친 경기도 판교의 붓돌마을 42평 아파트는 현관에서부터 잘 다듬어진 가구를 보듯 정연한 디자인으로 손님을 맞았다.

아내를 위한 공간 


 


가장인 한장수 대표는 대기업 H건설사에서 오랫동안 설계를 해왔고 현재는 자신의 회사를 운영하는 베테랑 건축가다. 특히 아파트에 있어서는 우리가 익히 아는 것 중 그의 손을 그친 게 많다. 그런 그가 막상 살고 싶은 공간은 한옥이다. 그래서 몇 년 동안 한옥에 대해 부지런히 공부했다고 한다. 아파트 인테리어에 앞서, 땅을 구입해 한옥 한 채를 지으려고 했지만 마음에 드는 대지를 구하지 못해 후일로 남기고 지금의 아파트를 구입해 리노베이션 한 것이다.

한 대표는 이 아파트를 선택할 때 바람의 방향과 주변 경관에 집중했다. 실내 공기의 자연 순환과 트인 시야는 중년을 맞은 부부에게 여유로운 시간을 채워주는 중요한 요소다. 인테리어 주제는 한옥 정서였다. 그래서 거실을 한옥의 마당으로 꾸미려했는데 막상 천장을 뜯고 보니 각종의 설비 배관과 전기장치가 구조적으로 묶여 있어 계획을 접었다고 했다.
한 대표가 실내 공간을 한옥의 정서로 채우려는 데는 개인적인 취향도 있지만 서예가인 아내 배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목표는 몇 년 후 용인 부근에 전통한옥을 짓는 것으로 대신하면서, 디자인과 시공을 맡은 인디자인의 문선희 소장과 머리를 맞대고 대화를 시작했다.

한옥공간 차용 인테리어 


 

인테리어 디자인 콘셉트는 ‘닫힘과 열림 그리고 밝음’으로 전제하고 세부 공간을 그려 나갔다. 먼저 아내의 작업실은, 오랜 시간 작품 활동에 매진하기 위한 닫힘의 공간, 때론 가족과 지인들과의 담소를 위한 열린 공간으로 설정했다. 그 매개체로 슬라이딩 도어를 사용하였다. 위치는 아내의 또 다른 동선인 주방과 식당과의 편히 연계하기 위해 외벽으로 연결된 맞은편 방의 벽체를 해체하고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했다. 

 

그간 주방과 막혀있던 이곳에 뒤 창 쪽으로 좁은 복도가 새로 놓이고 가변식 벽체를 구성하고 보니 외부 자연경관을 한 단계 걸러주는 전이 공간 역할은 물론 공간의 확장성과 깊이감이 동시에 따라왔다. 또 이렇게 열린 사이공간으로 들어오는 자연 채광은 식당과 주방을 한층 밝은 공간을 연출되었고, 해질 무렵에는 외부공원을 조망하며 독서를 즐기는 또 하나의 사유 공간으로 변신했다. 거실과 연계된 기존의 주방도 벽을 세워 철저한 주부만의 독립공간으로 재배치했다.  

 


전체적인 주요 마감재는 따뜻하고 편안한 색감의 오크 무늬목을, 벽의 대부분은 친환경 미세 흙을 곱게 발랐다. 무늬목 자리는 원래 원목이 있어야했는데 원했던 20cm 이상의 판재는 휘어질 가능성이 많았고 이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목재의 두께가 두꺼워야 하는데, 그 작업의 공정은 아파에서 무리하고 판단했다.
디자인 형태는 모던한 천장과 한옥의 문살 패턴 슬라이딩 도어, 여기에 식당, 주방의 독립된 각 실의 복도로 향한 벽은 무늬목의 마감을 동일하게 적용하여 시각을 단순하게 처리했다. 남편은 한옥의 채 개념을 도입하고 싶었지만 한정된 부부에 그쳐 다시 한 번 아쉬움을 토로했다.

실용과 절제의 공간 연출


 

현관문을 시작으로 복도로 이어지는 공간은 신발장의 일부를 덜어내어 오브제를 놓을 수 있는 데코레이션 공간을 확보하였고, 기존의 20cm 깊이의 무용지물 신발장은 깊이를 늘여 신발 수납에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 이 부분은 매일 출입을 하는 가족 구성원에게는 매우 중요한 작업이었다. 부부욕실은 천장과 벽체에 편백 목재로 시공했고, 자녀 욕실은 방과 연결하여 화이트 컬러에 그레이 컬러를 포인트로 주어 세련된 느낌과 경쾌함을 더해 주었다. 가운데 서재는 남편과 아이들이 편안한 사색과 집중력을 위해 물푸레 원목 테이블을 가운데 두었다, 집의 전체 조명은 매입 등과 펜던트 조명을 설치해 공간의 안정감과 깊이를 주었다.

세월을 따라 흐르는 공간 


 


큰 딸은 유학을 떠나고 막내딸만 부모 곁을 지키고 있다. 성장한 자녀는 어제든지 떠난다. 결국 마지막까지 남는 사람은 부부다. 부부가 소중한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는, 값진 작업과 건강한 습관을 가지는 것이다. 대화와 침묵이 반복되는 것이 사람 사이고 공간이다. 그것이 방이고 집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동주택의 전형인 아파트에 너무나 익숙한 채로 살고 있다. 입주 형태 그대로 10년 이상을 살고 있다. 하지만 판교의 이 아파트처럼 매일에 충실하기 위해 새로운 공간에 투자하는 것도 매우 값진 일이라 생각된다. 

 


남편 한 대표는 내낸 한옥에 대한 아쉬움을 남겼지만, 이미 이곳에는 아내의 서예 작품에서 흐르는 단아한 정서와 그윽한 묵향으로 한옥의 여운을 채우고 있었다. 더불어 뒤의 넓은 창으로 들어오는 운중천의 숲 풍경은 사람을 깊은 사유로 유도했다. 바람과 풍경이 묵향의 서예와 어우러지는 것만으로도 공간의 가치는 이미 차고 넘쳤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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