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축] Casa Varatojo...침목의 언덕

김수정 기자

woodeditor2@woodplanet.co.kr | 2025-02-17 18:49:53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 북쪽에 위치한 도시 토러스베드라스. 이곳에는 도시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언덕이 하나 있다. 언덕에는 다양한 관목과 오크, 지중해 식물이 자라고 있으며 북쪽에서는 늘 강한 바람이 몰아친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언덕에 나선형 모양의 집 한 채가 들어선다.

붉은 얼굴을 한 채 독불장군처럼 서 있는 뾰족한 집. 오래된 철도 침목으로 만들어졌다는 이 집은 언덕 위에서 밤낮으로 도시를 내려다보고 있다. 대체 누가 사는 것일까? 집은 왜 저렇게 뾰족뾰족한가? 새 집을 짓는데 굳이 오래된 침목을 사용한 이유는 뭐지?


까칠한 집 아니에요


 

 

 


까사 바라토조(Casa Varatojo)는 포르투갈의 건축 그룹 아틀리에 데이터(Atelier Data)의 세 건축가가 진행한 프로젝트다. 그리고 도시에 가까이 살면서도 자연을 즐기고자 했던 건축주의 마음을 반영한 집이다. 겉보기에는 유별나고 까탈스러워 보이지만, 속으로 들어가 보면 은근히 서글서글한 집인 것이다. 다각형의 집 모양은 건물이 들어서는 땅의 모양을 고려해 설계되었고, 정원에는 브로테로이(broteroi, 포르투갈 산 오크) 등 지역에서 나는 야생 나무와 꽃을 심었다. 단단하고 폐쇄적인 겉모습과 다르게, 집 내부는 말 그대로 ‘열린 공간’이다. 욕실에도 정원이 있고 그 아래 수영장에는 하늘이 펼쳐졌다. 통유리로 감싼 벽면의 상당 부분은 마치 풍경을 벽지로 바른 듯하다.


겉과 속이 다른 집 




 

 


주택의 외벽에는 ‘부식강’이라 불리는 금속을 덧댔다. 부식강은 일반강에 비해 적게는 네 배, 많게는 여덟 배 높은 내후성을 갖고 있어 다양한 기후가 공존하는 포르투갈 대기에 적합하다. 대기에 노출된 초기에는 부식강 역시 일반강과 마찬가지로 녹이 발생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부식강 내부에 있는 크롬, 구리, 니켈이 철강 표면에 달라붙어 일종의 보호막을 형성한다. 이후로 부식은 진행되지 않는다. 그러니 까사 바라토조의 까칠한 첫인상은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최선의 선택인 것이다.

아틀리에 데이터의 세 건축가들은 처음부터 안과 밖이 명확한 경계를 갖고, 각각의 특성을 극대화한 집을 짓길 원했다. 강인함 속에서 편안함을, 폐쇄성 안에 들어있는 개방성을, 세련됨 뒤에 감추어진 자연친화의 가치를 발견하는 것.


까사 바라토조의 3층 3색





1층. 부엌과 거실 등 대부분의 활동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손님이 찾아왔을 때 머무르는 게스트룸을 제외하고는 모든 공간이 높은 천장을 따라 하나로 흐르고 있다. 벽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통유리에서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의 색이 쏟아져 들어온다.

2층. 침실과 발코니, 욕실이 들어선 휴식 공간이다. 남쪽에 위치한 욕실 벽면에는 통유리를 설치했지만, 행여나 건축주에게 부끄러운 일이 생기지 않도록 바깥에는 작은 정원 식물을 심어 놨다. 한편, 침실 맞은편 방에는 책을 읽거나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살짝 경사진 천장에는 작은 창이 나 있다.

 


 


수영장. 1층 아래에는 실내 수영장이 있다. 수영장을 중심으로 남쪽에는 녹색 정원이, 북쪽에는 푸른 하늘이 펼쳐진다. 신나게 수영을 하다가 고개를 들어보면, 수면 위로 언덕 위로 펼쳐진 하늘의 풍경이 고스란히 펼쳐진다. 마치 구름 속을 헤엄치고 있는 기분이다.


헌 재료 줄게 새 집 다오


 

 


까사 바라토조의 구석구석에는 로즈 우드 품종의 철도침목이 있다. 정원을 둘러싼 울타리와 1층 외벽, 집 내부에 설치된 계단이 만들어진 방식이다. 아틀리에 데이터의 세 건축가는 평생 기차의 밑바닥만 올려다보다가 사라질 뻔했던 침목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한때는 기차만 기다렸을 침목이 건축에 견고함과 중후함을 부여한 훌륭한 소재가 됐다.

 

 

 


아틀리에 데이터의 한 건축가는 "철도침목의 재활용은 소재가 사용되는 방법에 대한 새로운 경험과 사고의 혁신을 이끌 것"이라 전했다. 새로운 집을 짓는다고 해서 반드시 새로운 재료를 사용해야 하는 법은 없다는 것이다. 건물에 맞는 새로운 기능을 부여해준다면, 헌 재료로도 얼마든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오래된 침목은 이제 집이 되었다. 하늘과 더 가까운 곳에서, 언덕 위로 불어오는 거센 바람을 막아주고 아늑한 정원을 품어주는 생을 살게 될 것이다.


 

 



Tip. 철도침목 독성 제거 방법
일반적으로 침목에 사용되는 목재 중 밤나무·노송나무 등과 같은 소재는 쉽게 썩지 않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너도밤나무나 졸참나무, 적송·흑송·느릅나무·낙엽송 등 썩기 쉬운 수종의 침목은 크레오소트(creosote)와 같은 방부제를 주입한다. 이러한 방부제는 환경적으로 문제가 되는데, 철도 침목을 재활용하여 건축을 할 경우에는 침목에 묻어있는 오염물질과 기름 냄새를 제거하는 것이 좋다. 철도 침목을 세척하기 위해서는 먼저 팔팔 끓는 가마솥에 침목을 넣고 세 번 이상 끓여야 한다. 오염물질과 기름때가 빠져 나오면 중화제로 다시 한 번 씻어내고, 스팀을 사용하여 남은 찌꺼기를 제거한다. 이러한 과정을 4회 이상 반복한다. 이후에는 마른 수세미에 스테인리스 오일을 묻힌 후 침목 위에 떨어뜨려, 강하고 빈티지한 침목의 느낌은 다시 살리면서도 침목에 묻어있는 오염물질은 닦아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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