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공간 인테리어] 아파트 공간을 점령한 10개의 문

언뜻 보고서는 한국의 어느 아파트일 것이라 생각했다. 긴 복도의 중간마다 설치된 슬라이딩 도어가 마치 한옥의 열린 공간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이곳은 홍콩에 위치한 아파트다.

송은정 기자

woodeditor2@woodplanet.co.kr | 2018-09-26 19:01:34

 

아파트 리노베이션을 앞둔 건축주의 요구사항은 첫째도 둘째도 효율적인 공간 활용과 수납이었다. 마침 아파트의 내부 디자인을 담당하기로 한 건축 스튜디오의 추구하는 방향 역시 일치했다. 군더더기 없는 알짜배기 공간을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는 무려 10개의 슬라이딩 도어를 28평의 아파트에 설치함으로써 완성됐다. 

 

 


 

 

유연하게 움직이는 공간의 흐름을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기존의 벽 일부를 허물었다. 그러자 세로로 긴 직사각형의 넓은 홀이 생겨났고 그 사이에 나무합판으로 제작된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해 용도별로 공간을 분리시켰다. 거실과 피아노방, 침실 세 개의 방이 슬라이딩 도어에 의해 구분되어진 셈이다. 이 문을 모두 열어 두면 세 공간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문이 닫혔을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형성된다. 문을 열고 닫을 때마다 복도 또한 나타났다 사라지면서 공간을 달리 보이게 하는 데 한몫했다. 슬라이딩 도어가 사라진 내부는 언뜻 한옥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데, 열린 공간에 대한 거주자의 열망은 시대와 국적을 불문하고 마찬가지인가 보다. 

 


 

 

 

리노베이션 과정에서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아이디어는 사실 별 것 아닌 단순한 요소에서 출발했다. 벽과 벽 사이에 나무 합판을 끼워 넣어 진열장처럼 만든 것이다. 벽이 그저 제 역할만을 하도록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다. 덕분에 여행을 좋아하는 건축주 부부가 외국에 다녀올 때마다 수집한 물건들이 박스 한구석에 틀어박혀 있지 않고 제 자리를 가질 수 있게 됐다. 그 외에도 바깥으로 움푹 파인 창턱에 나무합판으로 제작한 책상을 설치한 것 역시 공간을 ‘깨알같이’ 아끼기 위한 전략 중 하나다. 좁은 드레스룸의 바닥에 계단식 서랍을 만들어 수납공간을 확보한 것도 빠트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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