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엔데사 파빌리온... 카탈루냐의 태양을 삼키다
에너지자립 태양열 파빌리온의 프로토타입
삼각 모듈은 태양열을 흡수하는 최적의 파라메트릭 구조
오예슬 기자
woodeditor3@woodplanet.co.kr | 2023-09-19 19:07:41
스페인 카탈루냐 하면 리오넬 메시가 있는 FC바르셀로나가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카탈루냐의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면 눈부신 태양이 머릿속을 하얗게 지배한다. 햇빛으로 샤워하는 도시 바르셀로나엔 그래서 엔데사 파빌리온(Endesa Pavilion)이 있다. 태양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에너지자립 태양열 파빌리온이다.
엔데사 파빌리온은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2012 스마트 시티 엑스포’에서 첫선을 보였다. 에너지자립 태양열 파빌리온의 프로토타입으로 스페인의 민간전력회사 ‘엔데사(Endesa)’가 함께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설치 된 지 1년이 지난 지금은 전력관리에 대한 모니터링과 테스트를 담당하는 콘트롤 룸으로 사용되고 있다.
엔데사 파빌리온을 이해하기 위한 사전지식으로 디자인을 맡은 ‘IaaC’를 살펴봐도 좋을 것이다. IaaC는 ‘The Institute for Advanced Architecture of Catalonia’의 줄임말로 바르셀로나를 거점으로 하는 국제적 건축 연구소이다. 건축에 관한 연구와 조사, 교육, 개발을 아우르는 기관이다. 다양한 규모의 토지 분석과 도시 개발은 물론 크고 작은 건축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으며 건축에 있어 정보환경을 구축하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사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건축의 문화적, 경제적, 사회적 가치의 효용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때문에 IaaC가 에너지자립 파빌리온을 설계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 볼 수 있다.
파워 업! 삼각 모듈의 힘
남쪽을 향해 펼쳐진 돌출된 삼각 모듈은 태양의 위치, 그늘의 양, 내부 공간 확보에 따라 정확하게 계산된 각도와 길이값을 가지고 있다. 각각의 모듈이 수학적 정확도를 가지고 서로 다른 방향과 위치를 하고 있다. 모듈 위에는 태양열전지판이 부착되어 있어 각기 다른 강도의 태양열을 흡수한다. 앞으로 비죽 나온 덕분에 창문으로 들어오는 강한 햇빛을 막아주는 한편 안쪽으로는 ‘삼각형 주머니’를 형성해 수납공간은 물론 휴식을 위한 공간이 되기도 한다.
삼각 모듈은 태양열을 흡수하는 최적의 파라메트릭 구조를 하고 있다. 오전, 정오, 오후에 따른 태양의 위치와 열의 양을 고려했기 때문에 에너지 교환(energy intersection)이 최대치를 이룬다. 들쭉날쭉한 파사드는 태양열 흡수를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특히 여름 동안에는 입사 방사선을 차단하는 역할까지 톡톡히 한다. 파라메트릭 디자인으로 구현된 태양열 추산 소프트웨어는 IaaC으로 하여금 최적의 솔루션을 제안하도록 했다.
파사드는 태양열이 미치는 길을 따라 남쪽을 향해 적극적으로 열려 있는 한편 북쪽으로는 폐쇄적이고 방어적이기 때문에 열의 이동이 최소화된다. 그럼으로써 파빌리온 주변에서 일어나는 환경적 변화, 기후 변화를 포착할 수 있다.
엔데사 파빌리온에서 눈여겨 볼 점이 또 하나 있다. 두 가지 형태의 창문으로, 수평으로 단 일반적인 창문과 비스듬한 게 기울어 아래를 향하고 있는 창문이 그것. 전자는 겨우내 햇빛을 실내로 투과시키고 후자는 여름내 뜨거운 햇빛을 차단시킨다.
건축이론을 버리고 새로이 쓰다
에너지자립은 멀티스케일과 직결되는 문제다. 때문에 기존의 솔루션을 과감히 버리고 열린 이론과 적응 가능한 재료, 교외 혹은 대도시에 상관없이 적용될 수 있는 스케일링이 가능한 건축시스템을 제안했다. 이러한 건축시스템은 건축이론을 어렵게 바꿀 필요 없이 환경에 따라 변화 적응하는 자기적응 구조를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위치도 경사도 모두 다른 모듈이 전 방향적으로 태양열을 흡수하고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태양열 하우스는 그 재료 또한 남달라야 한다. 햇빛을 받고 자란 나무가 바로 특별한 재료가 될 수 있다. 나무는 요즘 에너지자립 파빌리온에 적합한 재료로서 각광받고 있다. 단순한 더글라스 퍼 프레임은 바닥과 천장을 마감한 OSB(Oriented Strand Board) 패널을 받치고 있다. 파빌리온을 구성하는 모든 재료는 CNC를 이용, 디지털 패브리케이션 되어 특정한 알고리즘과 각을 지니고 있다.
모든 재료가 모듈화 되었기 때문에 조립하는 데 한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건축과정은 삼차원 퍼즐을 조립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로써 모든 디자인 이슈가 컴퓨터 기술로 해결된 것이다! 이렇듯 최근에 선보여지고 있는 디지털 패브리케이션 기술과 에너지 관리 테크닉, 분산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프로덕션은 기술과 사용자를 가깝게 만들고 사용자로 하여금 참여의 기회를 넓혀준다.
IaaC : 엔데사 파빌리온은 ‘형태는 기능에 따른다’는 상식과도 같은 전언을 ‘형태는 에너지에 따른다’로 바꾸어놓았다. 완전한 에너지자립을 목표로 했기에 파라메트릭 디자인을 새롭게 해석할 수 있었고 재료에 대한 남다른 관점을 강조할 수 있었다. 건축에 있어 발휘할 수 있는 첨단기술을 최대로 활용했음에도 그에 대한 접근이 소프트하기 때문에 쉽게 다가갈 수 있고 이해하기 쉬운 건축물이라 할 수 있다. 파빌리온의 구조와 재료, 에너지,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기후 변화가 모든 주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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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개요
프로젝트명: 엔데사 파빌리온
위치: 바르셀로나 올림픽 포트
건축주: 엔데사
설계 및 시공: 로드리고 루비고, IaaC
오프닝: 2011년 9월
용도: 스마트 시티 엑스포 쇼룸(2012년 당시)
건축 면적: 약 42평
구조: 더글라스 퍼 집성목
마감: 더글라스 퍼 패널, 자작나무 패널
시공 기간: 4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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