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작은 집을 지어야할 때

강진희 기자

woodeditor2@woodplanet.co.kr | 2024-03-06 19:10:20

 

요즘 ‘작은 집’이 이슈다. 불황 극복의 방안으로 실용적인 것들이 떠오른다는 것이다. 소형화되는 주거환경, 각자의 형편에서 찾는 일상의 행복, 최소한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미니맥스 트렌드를 그 예로 들었다.

인구구조 변화도 한 몫을 한다. 인구구조란 성별, 연령별 등의 인구수나 사회학적, 경제학적 등 인구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를 분류해 인구가 갖는 특성을 살펴보는 것이다. 따라서 이 변화는 소비시장 뿐만 아니라 자산시장에서도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데, 근래 새로운 주택유형으로 떠오르고 있는 작은 집도 그 원인이 인구구조의 변화에 있다.

 

 

 

2010년 이후 나타난 작은 집에 대한 수요증가 역시 만혼, 이혼, 독신, 베이비부머 세대 은퇴, 고령화 등 1~2인 가구가 증가에 의한 것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주된 가구유형은 3~4인 가구가 아닌 1~2인 가구다.

종합적으로 오랜 경기불황에 따른 진정한 행복추구와 1~2인 가구의 증가가 ‘작은 집’ 열풍을 몰고 오고 있다. 집이 재산 증식의 수단이었던 시대도 종지부를 찍고 있다. 집이 더 이상 커야할 이유가 사려졌다.

작은 집이란 ‘내게 맞는 집’ 

 


 

일반적으로 작은 집이란, 물리적 규모로만 봤을 때 국민주택규모 이하(25평)를 말한다. 2~3층으로 지어지는 단독주택이라면 연면적(건물 각 층의 바닥 면적을 합한 전체 면) 10평 정도다. 그러나 작은 집 기준을 물리적 면적에서 내린다는 것은 상당히 표피적인 관점이다. 물론 ‘작다’라는 단어에서 이미 그 정의를 일정부분 한정시키고 있다. 그러나 작은 집 열풍이 ‘지금과 같은 개념의 집은 더 이상 아니다’라는 자각에서 비롯된다.

아파트 아니면 다세대다가구였던 시대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원하는 집을 찾아 나서는 일련의 행위들이 작은 집으로 이어지고 있다. 작은 집 설계는 접근부터 다르다. 공간이 협소하기 때문에 시각뿐 아니라 청각, 후각적으로 공간을 확장시키는 다양한 건축이론들을 곳곳에 넣는다. 또 주어진 공간을 물리적으로 더 확장시키기 위한 발상들을 수학적으로 계산해 적용한다. 자연에 순응하는 생태 건축물은 오히려 작은 집에서 더 필요하다.  

 


첫 번째, 주어진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소비하는 ‘Compact’다. 주방이라면 식사 공간 없이 아일랜드 테이블만을 설치하고, 이 테이블을 작업대로도 사용할 수 있게 한다. 욕실과 세탁실을 하나로 결합하거나 현관 신발장을 대형 사이즈로 제작해 창고역할을 겸하게 한다. 계단 밑 공간도 매우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곳이다. 홈 오피스나 작은 화장실, 수납장 등을 계획한다. 해외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복도의 한쪽 벽면에 장을 설치해 수납장 기능하도록 한다.  

 

 

 

두 번째는 상황에 따른 변화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Flexibility’다. 거실과 주방을 하나의 공간 내에서 설계하되, 가변형 파티션을 설치해 때에 따라 공간을 확장하거나 분리한다. 보스너 룸이나 옥외 창고, 증개축을 고려한 설계도 염두에 둔다. 기초공사 시 약간의 비용을 더 들여 지하실이나 다락 등 보너스 룸을 만들고, 필요에 따라 5평 정도 더 늘릴 수 있는 구조로 설계해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한다.

세 번째는 작더라도 매력적인 요소들을 담는 ‘smarter’다. 고단열, 고성능 창호 등을 통해 에너지효율성을 높이고, 천창, 고창 등을 설계해 자연광을 보다 감각적으로 실내로 끌어들인다. 공간이 협소한 만큼 온실을 설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포치(porch)는 공사비가 크게 들지 않으면서도 활용성이 매우 높다. 실내외 공간을 자연스럽게 잇는 데다, 환절기에는 생활공간으로 연장해 쓸 수 있다. 경사지라면, 그대로 지형을 이용한다.

 


네 번째는 경제성 정도로 이해할 수 있는 ‘Affordable’이다. 형태를 단순화하고 면적보다는 부피를 줄일 때 공사비가 적게 든다. 내부 공간구획을 최소화할 때 공간적 확장감과 비용절감이라는 두 가지를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일본 Small Box House나 House in Horinouchi가 그 예다. 주방과 욕실설비를 한곳으로 집중시키고, 마당은 잔디보다 텃밭을 만들어 간단한 농작물을 기른다. 구조재는 목재로 한다. 목조주택 벽두께는 15~20cm로, 30cm인 철근콘크리트 구조와 비교해 내부면적을 더 넓게 쓸 수 있다. 규격화된 저렴한 부재가 이용되므로, 공사기간도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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