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목조건축의 전통을 잇는 워터프론트 공동주택

워터프론트는 도시의 역사와 건축 문화를 계승하며, 지역의 정체성을 상기시키는 공동주택이다.

육상수 칼럼니스트

ssyouk@woodplanet.co.kr | 2025-10-19 19:42:35

 

노르웨이의 남부에 위치한 스타방에르는 바다를 끼고 있는 항구도시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다. 특히 북유럽의 전통적인 목조건축물이 몰려 있는 지역으로 잘 알려져 있다. 스타방에르 구시가지에는 18~19세기에 지어진 목조건축이 도시의 주요한 문화유산으로 보존되어 있다. 풍요로운 근대 목조건축의 문화 위에서 유럽 최대 규모의 목조 공동주택 단지 워트프론트(Waterfront)가 탄생할 수 있었다.

도시를 닮은 건축



노르웨이 스타방에르에 위치한 19,500㎡ 규모의 공동주택 워터프론트는 항만 주변의 상업지역에 대규모 주거 단지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AART 건축사사무소가 설계한 워터프론트는 여러 부분에서 스타방에르가 가진 지역성을 드러내고 있다. 건축사사무소는 도시의 오랜 역사를 존중하며, 전통을 계승하는 방향으로 설계를 진행했다. 따라서 스타방에르의 문화와 환경이 이번 설계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전체적인 설계는 시내 중심에 위치한 전통 목조 주택에 영향을 받았으며, 노르웨이 지형과 풍경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해석하여 건축에 반영했다. 불규칙적인 곡선과 면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독특한 디자인은 노르웨이의 지형을 요약한 것으로, 건축에 지역 정체성을 부여한다. 또한 선과 면의 극적인 움직임으로 건축은 더욱 풍부한 표현력을 지니게 됐다.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바다 위에 솟은 산맥과도 같다. 도시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공업도시의 활발함이 묻어나오는 디자인이다. 시내와 바다 사이에 위치한 워터프론트는 이처럼 자연과 도심의 경계를 흐리고, 이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불규칙한 선과 면의 결합으로 인해 다양한 크기의 공간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이는 곧 아파트에 사는 거주민들이 자기 삶의 형태에 맞는 공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여러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워터프론트에서의 풍요로운 삶 



들쭉날쭉하고 비스듬한 경사면 등 불규칙적인 건물의 외형은 워터프론트 내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반영한 디자인이기도 하다. 워터프론트는 공동주택이지만 각자의 삶을 고려하여 다양한 크기와 형태, 높이의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1인 가구나 아이가 있는 가족, 노년 부부 등 단지 내 여러 구성원들의 요구에 부합하도록, 각자의 삶을 존중하고 모두가 워터프론트 안에서 풍요로운 일상을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 돋보인다.

우선 낮은 층은 면적과 형태가 다른 단층 주거지로 이뤄져 있으며, 높은 층은 복층으로 낮은 층에서는 볼 수 없는 화려한 풍경을 지니고 있다. 높은 층뿐만 아니라 워터프론트 내의 모든 주거지는 바다와 도시의 경관을 동시에 즐길 수 있도록 양쪽으로 창문을 달고 있다. 창이 많아지자 경치는 물론 채광 효과까지 극대화하여 에너지 소비도 줄이며, 실내 분위기를 더욱 활기차고 따뜻하게 조성했다.

공동주택으로서 주민들 간의 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한 공간 구성도 눈에 띈다. 건물 중심의 1층에는 광장과 산책로, 바다 등이 보이는 공동 공간을 마련하여 거주민들이 교류 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었다. 이는 사회적 커뮤니티가 탄생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며, 주민들의 생활이 실내에만 국한한 것이 아니라 집 밖에서도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다.  

 


야외 구역은 산책로와 중앙 광장으로 나뉘어 있다. 산책로는 건물을 둘러싸고 있으며 바다와 도시 중심부로 향하며 도심의 역사적인 목조 주택과 현대 목조건축인 워터프론트를 연결한다. 또한 길은 여러 카페와 숍으로도 이어지면서, 휴양지의 분위기를 더한다. 단지 내의 여유로움과 도시의 활발함이 산책로로 이어지며, 도시와 생활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들어낸다.

공동 광장과 산책로로 이어지는 계단과 나무 테라스는 워터프론트의 휴양적인 분위기를 더욱 강조한다. 연결 통로 사이에서, 계단과 나무 테라스는 주민들끼리 가볍게 스치는 곳으로, 사회적 만남과 소통의 역할을 한다. 또한 계단과 나무 테라스는 바다를 향하여 만들어져 있어 거주자들은 언제든 쉽게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지속가능한 건축 


 


워터프론트는 통합 에너지 디자인(Integrated Energy Design-IED)으로 설계되었다. 따라서 디자인의 전제와 목표는 프로젝트 초반에 확정되었다. 불규칙한 외형은 디자인뿐만 아니라 에너지 효율이라는 측면에서도 고려된 사항이다. 지역의 기후를 기초로 빛과 그림자의 움직임을 파악한 결과 다양한 선과 면의 결합이 탄생했다. 이러한 건물 외형으로 인해 태양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으며, 기울어진 지붕 경사면으로 채광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햇빛은 건물 내 각 공간과 중앙 광장 등으로 아낌없이 쏟아졌다.

워터프론트의 지속가능한 프로젝트는 건축재로 쓰인 나무에서도 드러난다. 지역의 목조건축을 잇고 이를 지키기 위해 건축 구조는 기본적으로 노르웨이 전통의 팀버프레임 기술을 이용했다. 또한 파사드와 지붕은 친환경 인증을 받은 모엘벤(Moelven)의 탄화목을 썼다. 모엘벤의 탄화목은 열처리 목재로, 스칸디나비아 산림의 나무만을 사용한다. 가공 기술은 옛 바이킹 족들이 내구력을 강화하기 위해 나무 표면을 탄화시킨 방법을 그대로 가져왔다.

 

 


전통과 혁신을 동시에 이루고 있는 것이다. 스칸디나비안 목재의 사용은 화석 연료와 CO2의 배출을 감소하는 영향을 주기도 한다. 친환경 인증 목재를 쓰고, 코팅 물질을 피함으로써 워터프론트는 나무가 지닌 환경친화적인 장점을 살리고, 우리 삶을 통해 나무가 지속가능한 건축 재료로서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자료제공 AART archite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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