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재의 실용_ 벽체] 알면 더 좋은 나무 디자인
나무 소재의 벽면 디자인은 대개 한 수종으로 단순하게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무의 속성을 이해한다면 좀 더 다양하고 실질적인 디자인이 가능할 것 같다. 그 공간으로 들어가 봤다.
육상수 칼럼니스트
ssyouk@woodplanet.co.kr | 2023-01-23 19:43:42
벽면을 마감하는 제품을 따져보면 생각보다 다양하지 않다. 크게 분류를 하면 자연 혹은 화학소재로 구분된다. 화학소재 제품을 논외로 치면 흙, 나무, 돌 성분의 재료들만 남는다. 그 중에서도 나무는 요즘 들어 많이 사용하는 소재다. 하지만 나무라고 해서 무조건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우리가 잘 아는 편백나무의 피톤치드도 나무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주변의 미생물을 죽이는 물질이다. 이 물질을 밀폐된 공간에서 집중적으로 들이마시면 아마도 혼절할 것이다. 자연의 개방된 공간에서 휘발성 물질인 피톤치드를 마실 때야 주변의 환경과 조절되어 사람에게 유익하지만, 일방적인 상황에서는 부작용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것이 자연의 이치다.
나무의 본질은 야생성이다. 김치와 콩이 숙성의 단계를 통해서 우리 몸에 유익한 물질이 되듯이 목재도 야생 그대로는 젓가락 하나도 만들기 어렵다. 목재도 건조와 숙성의 단계를 거친 것이라야 기공과 디자인이 완결된다. 쉽게 말해서 아무리 훌륭한 목재 디자인도 목재가 야생의 성질을 부려 휘거나 튀어나온다면 디자인이라 할 수 없다. 또 목재 수종의 고유 성질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그것의 용도를 함부로 결정해서도 안 된다.
공사에 앞서 이런 정황을 이해하고 난 뒤 목재의 수종을 결정하고 벽체 마감을 하는 것이 당연하기에 좀 더 실무적인 가이드를 전하고자 한다.
1. 하이그래드(미송무절) + 화이트오크 벽체
침엽수와 활엽수가 결합해 디자인된 벽체다. 소나무과에서도 고급목으로 사용되는 하이그래드는 습도와 열에 강하고, 오크는 단단하면서도 안정된 컬러를 유지하는 고급 목재이다. 이 두 수종이 하나의 선상에서 만나 오랫동안 동지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건조와 숙성이 완벽한 결과이다. 만약 어느 하나라도 변형이 일어난다면 서로의 경계를 침범해 디자인 변형이 오게 된다. 가운데 나무 모양의 목재가 화이트오크이다.
2. 베스기(밝은 색상의 삼나무) + 구로스기(짙은 색상의 삼나무) 벽체
삼나무는 건축의 내·외장재로 널리 쓰이는 목재다. 하지만 대개는 옹이가 많아 거리가 가까운 실내 벽체에 사용할 때는 사용자의 시선을 어지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사진에서처럼 완전 무절의 삼나무는 고가이지만 디자인의 완성을 위해서는 기꺼이 선택할 필요도 있다. 삼나무의 향이 좋다지만 밀폐된 공간에서는 휘발성 냄새가 인체에 역효과를 줄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하지만 삼나무 중 베스기는 탄닌 성분이 많아 실내용 목재로 더 적합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단의 짙은 색 나무가 구로스기다.
3. 스프루스 + 하이그레이드 + 삼나무 벽체
스프루스가 실크라면 하이그래드는 순면이라 말할 수 있다. 실크의 감칠맛과 순면의 편암함의 조화로움이 돋보이는 면 구성이다. 가운데 사각의 삼나무는 그 사이에서 디자인 역할을 하고 있다. 나무 디자인의 단조로움을 피하고 목재의 속성을 잘 결합한 디자인 선택이라 할 수 있다.
4. 하이그레이드 벽체
찬기와 온기가 교차하는 출입구는 시공에 앞서 나무의 안정성을 고민해야 한다. 일정한 라인의 회벽은 목재의 변형에 의해 쉽게 터질 수 있다. 하이그래드와 같은 연성 목재는 외부 환경에 따른 변형에 대비한 디자인이 필요하다.
5. 멀바우 각재 외 다수종
뒷 베란다로 나가는 좁은 출입 공간이지만 나무 디자인에 의해 고급스럽게 재창조된 경우다. 멀바우 각재를 사용한 회벽 바탕의 디자인(사진의 정면) 역시 목재의 치수 안정성이 있어야 가능하다. 공간의 목적에 따른 목재 선택은 목재 수종에 대한 이해와 사용 경험에서 비롯된다. 멀바우 외에 홍송으로 만든 출입문, 하단은 고급 잡목으로 마감되었다.
6. 단풍나무+부빙가+로즈
활엽수와 침엽수로 시공된 럭셔리한 현관 로비다. 수종의 특성, 색감, 질감 등에 대한 숙련된 경험이 있어야 가능한 디자인이다. 나무를 공간의 마감 소재로 선택하는 이유는 단순하면서도 다양성을 포용하는 자연의 힘이 있기 때문이다. 같은 나무라도 디자이너와 목수에 따라 그 결과는 천양지차다. 그래서 목재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진 목재 전문 디자이너가 점점 더 절실한 때이다. 전면의 화이트 벽은 단풍나무, 하단의 적색은 부빙가, 검은 띠는 로스이다.
*도움말 : 유림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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