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숟가락 특집2] 365 Spoon, 매일의 숟가락
365일. 나이가 많든 적든, 가진 것이 많든 적든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다. 우리는 같은 시간을 얼마나 다르게 쓰고 있을까. 사람들이 일상을 기록하기 위해 일기를 쓰는 것처럼, 노르웨이의 젊은 공예가 루드는 하루에 하나씩 숟가락을 만드는 것으로 일기를 대신했다. 크기가 작고 형태가 단순해 보여도 매일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일 년 동안, 매일 다른 수종과 형태로 숟가락을 깎으면서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에
김은지 기자
woodeditor4@woodplanet.co.kr | 2018-06-15 20:27:57
365개의 숟가락은 노르웨이의 젊은 공예가 스티안 코른트브드 루드가 2014년 3월 27일부터 일 년 동안 진행한 ‘데일리 스푼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프로젝트의 원칙은 간단했다. 오로지 수공구만을 이용해 일 년 동안 매일 하나의 숟가락을 만드는 것. 나무를 손으로 직접 다루면서 목공예에 대해 깊이 이해하겠다는 목표로, 일 년간의 결과물을 모아 전시를 하고 책을 낼 것을 자신의 SNS를 통해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그리고 실제로 1년 동안 대중과의 암묵적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중간에 손을 크게 베어 며칠간 쉬었던 것을 제외하면, 숟가락 만들기는 큰 이변 없이 진행되었다.
루드는 언제 어디서든 마음에 드는 나무를 구하고 숟가락을 만들 수 있도록 늘 가방에 작은 톱과 조각칼을 넣고 다녔다. 작업에 쓰인 나무들은 그가 살고 있는 오슬로 근교와 여행지에서 직접 주워온 것들이다. 오크와 월넛, 사과나무, 마호가니, 브라질 자단 등 가급적 다양한 수종과 형태로 숟가락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 덕에, 일 년 간의 노력은 물성에 관한 깊은 이해로 이어졌다. 나뭇가지와 수피, 옹이, 곰팡이 등 나무의 본질적인 형태와 특징을 숟가락에 담아내며 체득한 재료에 대한 이해는 기발한 디자인 작업의 기반이 되고 있다.
하나의 숟가락을 만드는 데는 짧게는 30분, 길게는 3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물론, 숟가락이라는 기본적인 기능을 유지한 채로 매일 다른 디자인을 구현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처음 시도하는 작업이었기에 실패하는 경우도 많았고, 간혹 디자인은 기발하지만 숟가락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작품들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하나의 스케치를 토대로 만족하는 결과물이 만들어질 때까지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작은 소품이라도 절대 허투루 만들지 않겠다는 집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완성된 365개의 숟가락들은 그 자신에게도,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다. 사람들은 숟가락이 이렇게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그는 실용성과 조형성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하여 성장했다.
그는 언젠가 이 프로젝트에 관한 책을 쓸 계획이다. 새로운 형태의 ‘365 프로젝트’ 역시 고민 중에 있다. 현재 데일리 스푼 프로젝트의 전체 콜렉션은 노르웨이 국립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전시를 통해 일반에 선보이고 있다.
스티안 코른트브드 루드(Stian Korntved Ruud) 노르웨이의 아케르스우스 대학교와 오슬로 건축 디자인학교에서 제품디자인을 공부하고, 영국 디자인계의 거장 톰 딕슨의 스튜디오에서 인턴쉽을 거쳤다. 이후 노르웨이로 돌아와 친구이자 동료인 이외르겐 플라토 빌룸센과 공예‧디자인‧아트 스튜디오 네이프(Kneip)를 운영하고 있으며, 재료 자체의 물성을 기반으로 한 디자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6년 메종 오브제에 참가하여, 매년 주목할 만한 신인 디자이너를 소개하는 ‘라이징 탤런트’ 부문에 선정되기도 했다. 예술과 디자인, 공예가 공존하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노력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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