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장세이 「서울 사는 나무」...나무는 살아있다, 당신이 살아있듯

우리가 지금 여기, 서울에 살 듯 나무도 서울에 '산다'. 숨을 쉬고 성장하고 나이를 먹으면서.

김은지 기자

woodeditor4@woodplanet.co.kr | 2026-08-26 20:45:14

이 책은 서울에서 살아가는 서른 두 그루 나무에 대한 이야기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 나무와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서울에 대한 그리고 서울 사는 나무에 대한 저자의 개인적인 시선을 쫓다 보면 결국 서울 사는 우리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제호의 첫 머리에 등장하는 ‘서울’은 ‘나무’와 함께 책의 큰 축이다. 서울의 흔한 길과 그 길이 지나는 동네, 서울을 숨 쉬게 하는 크고 작은 공원, 서울이라는 도시에 역사성과 균형감을 선사하는 조선의 궁궐까지 서울의 근간을 이루는 세 공간을 주 무대로 하여 어찌하여 그 나무가 그 자리에 살게 되었는지를 되짚고, 자연스럽게 나무가 살아가는 길과 공원, 궁궐의 내력을 들여다본다. 이를 테면 창덕궁에 사는 감나무를 언급하기에 앞서 창덕궁의 역사와 1997년에 조선의 여러 궁궐 중에서 창덕궁만 유네스코에 등재된 배경을 풀어 놓는 다든지, 재동의 백송나무를 설명하기 위해 수양대군이 계유정난을 일으켜 수많은 이를 죽여 온 동네가 피바다가 되자 이를 덮으려 재를 뿌렸다고 잿골이라 불린 재동의 이름부터 되짚어 보는 식이다.


‘숲해설가’ 자격증까지 갖춘 저자는 12년차 잡지기자 출신답게 위트 있는 글발로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래서 생물학적 분류, 개화시기, 원산지, 분포지가 난무하는 백과사전식 딱딱한 설명이 아니라 화동 사는 벚꽃네(벚나무), 소격동 사는 비술이네(비술나무), 이태원 사는 양버즘이네(양버즘나무) 이야기 같은 느낌으로 이어지면서도 나무에 대한 세세하고 흥미로운 지식과 정보를 놓치지 않는다. 페이지를 넘기는 동안, ‘이 동네에 이런 나무가 있었나’에서 시작해 그동안 몰랐던 나무의 숨은 능력들을 발견할 수 있다.


서울에서 나무는 생명이기보다는 물체에 가깝다. 간판 가린다, 그늘 드리운다, 낙엽 많이 진다는 이유로 가차 없이 가지치기를 당하고 베어진다. 면적 대비 생산성을 들이대며 치솟는 땅값에 나무 선 자리조차 탐내는 이들도 숱하다. 당장 돈벌이를 해오지 않는 나무는 고장 난 전봇대 비슷한 취급을 받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콕 집어 서울 사는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 건, 서울에서 격동의 세월을 견디고 살아온 나무가 처한 현실이 남 일 같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서울에 사는 나무가 처한 각박한 현실은 곧 서울에 사는 우리가 처한 현실‘이라는 저자의 말대로 번다한 도심에서 생존하는 일이 나무나 사람이나 고되고 치열하기는 마찬가지. 그걸 인정하는 저자의 한마디에서 묘한 위로가 묻어난다. 아무리 가혹한 환경에 처한다 해도 제 선 자리를 탓하지 않고 꿋꿋이 살아가는 나무처럼 살자고, 혼자 말고 같이 살아보자고. 그리고 나무보다 자연보다 사람이 위대할 수 없음을 인정하자고.'


소설가 김연수의 에세이 <소설가의 일>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사랑이라는 게 뭔가? 그건 그 사람에 대해서 남들보다 더 많이 아는 것, 그래서 그 사람을 자기처럼 사랑하는 것, 즉 그 사람의 눈으로 이 세상을 바라보는 일이다.’ 우리 곁에 함께 살아가는 나무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된다면 제 몸처럼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나무의 눈으로 이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면 조금 숨이 트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권한다.

 

자료제공 목수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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