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받는 룩셈부르크 출신 작가, ‘프레데릭 앤더슨’ 개인전…직관적 드로잉과 정교한 색감의 추상 세계

- 불확실성과 명료함 사이의 긴장 탐구.
- 드로잉을 기반으로 독자적인 추상 회화 언어를
- 스위스 아트 바젤, 파리 바젤, 마이애미 바젤, 테파프 등 주요 페어에 소개

김수정 기자

woodeditor2@woodplanet.co.kr | 2025-06-14 20:53:28

▲ Frederic Anderson, Schizophrenic Colorways, Kinetic Piss 1 and 2, 2025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프레데릭 앤더슨(룩셈부르크, b. 1973)의 한국 첫 개인전< Other Creatures From The Garden Of Eden>이 더페이지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지난 5년간 작가의 작업 세계의 흐름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자리이다.

프레데릭의 작업은 항상 드로잉에서 시작된다. 작가에게 드로잉은 단지 준비과정이나 밑그림이 아니라, 작가가 감정과 직관, 리듬을 가장 순수하게 담아내는 지점이자 실험의 현장이다. 그는 드로잉을 마치 음악처럼, 생각 이전의 반응으로 그려내며 빠르면 30초, 길어도 몇 분 이내에 완성한다. 그러나 그 중 회화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은 극소수에 불과하며 오랜 시간을 거쳐 선별해 캔버스 작업으로 발전시킨다. 

 

▲ Installation view of _Frederic Anderson_Other Creatures From The Garden Of Eden_, The Page Gallery, Seoul, 2025_3


즉흥적으로 완성된 드로잉은 페인팅으로 이어지며, 긴장과 에너지를 그대로 옮겨 담기 위해 회화 제작 과정에서도 미세한 구성을 유지한다. 특히 에어브러시 작업은 캔버스와 손이 직접 접촉하지 않기 때문에, 선과 선 사이의 관계, 흔적들의 균형을 오롯이 눈과 감각에 의존해 조정한다.

작품은 배경색과 제작 방식에 따라 세 시리즈로 보여진다. 흰 배경을 가진 작품은 최소한의 선으로 구성된 가장 절제된 형식이고, 강렬한 주황색을 띄는 작품은 무작위적 흔적들과 다채로운 색감으로 리듬감을 전면화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공개되는 마치 물감이 튀긴 것 같은 새 연작은 자유롭고 즉흥적으로 보이지만, 실은 가장 느리고 정밀한 방식으로 완성된 것이다.

프레데릭 앤더슨의 작업은 이미지가 아닌 감각의 회화이며, 재현보다는 경험에 가깝다. 그의 그림은 대상이 아니라 사건이며, 시간의 압축이고, 흔적의 축적이다. 이번 전시는 그가 수 년에 걸쳐 구축해온 회화적 언어의 복합성과 밀도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며, 동시대 추상 회화의 한 단면을 섬세하고도 강렬하게 제시한다. 

 

▲ Portrait of Frederic Anderson


전시는 7월 26일(토)까지 더페이지갤러리 WEST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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