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함께 마루 위를 걷다
이인혜 기자
woodeditor3@woodplanet.co.kr | 2024-01-25 21:30:56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서성거린다. (중략)
- 황지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
그를 기다린다. 뚜벅뚜벅 걸어오는 그의 구두 발자국 소리에 마음이 쿵쾅거린다. 황지우 시인이 이야기했듯이 누군가를 기다려본 사람은 안다. 발자국 소리가 설렘이란 것을.
평범한 원목 마루도 가공 기법을 달리하면 특별해질 수 있다. 나무를 불에 굽고, 착색하고 변형을 주면 원목 자체가 가진 아름다움을 뛰어넘어 색다른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원목이 가지고 있는 순수함을 그대로가 개성 있는 마루로 변신한다. 그 마루 위에 무엇을 올리면 좋을까? 그것은 구두다. 다시 말하면 소리다. 이 가을, 남자의 계절에 멋진 마루 위에 남성 구두를 모아봤다. 아니 남자들을 불렀다. 감각적이고 캐주얼한 구두에서부터 중후하고 고급스러운 구두와 중후한 마루가 만나 아름다운 앙상블을 이루었다.
그가 왔다. 구두와 마루가 어우러져 내는 경쾌한 소리로 왔다. 소리가 멈추고 잠시 정적이 흐른다. 그가 들어온다. dl 야심한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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