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로 보는 나무의 본색

나무색은 갈색이라는 편견을 깨뜨렸다. 가구에서 찾은 형형색색의 나무 본색.

육상수 칼럼니스트

ssyouk@woodplanet.co.kr | 2025-06-04 21:54:24

나무를 상상하면 떠오르는 색은 무엇인가? 당연히 초록색과 갈색을 떠올릴 것이다. 보라색, 빨간색, 황금색도 나무의 색이다. 나무의 색에 대한 편견을 깨뜨려줄 독특한 수종 네 가지를 소개한다.

[ 보랏빛 심장을 가지다 ] 

▲ 밴드위스 연작 008 식탁|월넛, 퍼플 하트| 에릭 매니지언(Eric Manigian)
보랏빛 심재를 품고 있는 퍼플 하트(Purple heart)는 자심목(紫心木)이라고도 한다. 열대 아메리카에서 자라는 수종으로 국내에서는 구하기 힘든 목재에 속한다. 나무 본연의 색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눈에 띄는 보라색을 뿜어내는 게 특징이다. 미국의 가구디자이너 에릭 매니지언(Eric Manigian)은 테이블 상판을 월넛과 퍼플 하트를 함께 집성하여 만들었다. 월넛의 짙은 갈색과 시간이 흐를수록 보랏빛이 짙어지는 퍼플 하트의 색 조화만으로도 화려한 가구가 됐다.


[ 가구의 포인트가 되다 ]

▲ Armchair A1|월넛, 파덕, 메이플, 퍼플 하트|김은희 / sland Table|화이트오크, 파덕|강연구
열대지역에서 자라는 파덕 나무(Padouk wood)는 무차별 벌목으로 현재 멸종 위기에 처한 목재다. 주로 서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자생하는데 아프리카산이 붉은빛을 더욱 강하게 뿜어낸다. 파덕 나무는 제재 직후에는 밝은 레드빛을 띠다가 햇볕에 노출되면 따뜻한 갈색빛이 더해진다. 구하기 힘든 수종이기도 하지만 색이나 무늬가 화려해 가구 전면으로 사용되기보다는 포인트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 금갈빛 물결이 치다 ]

▲ 그릇장|다베마|강연구
국내에서 생소한 수종인 다베마(Dabema)는 아프리카의 순림지역에 밀집해서 자생한다. 다호마라고도 불리는데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재는 초록빛을 심재는 금빛을 띤다. 또 이 나무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건 목리다. 정목면에서 보면 큼직한 리본 무늬가 나타나고 판목면에서는 금갈색의 유려한 물결무늬가 흐른다. 강연구 작가의 그릇장 문에 이 수종을 사용했는데 다베마의 목리가 디자인의 포인트 요소가 되었다.


[ 검은 속내를 비치다 ]

▲ 사방탁자|흑단|김완규
감나무과에 수종 중 흑색 심재를 지닌 나무를 일컬어 ‘흑단’이라 총칭한다. 흑단의 변재는 회색 혹은 검은 줄무늬가 나타나고 심재는 흑색으로 치밀한 내구성을 가지고 있다. 심재와 변재의 색 차이가 분명하여 흑단 나무로 만든 가구는 화려한 편에 속한다. 로즈우드와 더불어 귀중한 목재로 여겨졌고 주로 전통가구 제작에 많이 쓰인다. 귀한 목재인 만큼 흑단으로 만든 가구는 그 가격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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